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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결산] 와인21 기자들이 본 국내외 와인업계 동향과 이슈

연말이 되어 한 해를 돌아보면 그 어느 해도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는 없다. 올해도 역시 그랬다. 와인업계 깊숙이에서, 혹은 조금은 떨어져서 와인에 대한 글을 쓰며 2024년 한 해 동안 와인과 함께해 온 와인21 기자들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기억에 남는 이슈를 꼽아봤다. 국내 와인업계에서 한목소리로 염려하고 있는 시장 침체에 대한 이야기부터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세계적 트렌드, 그리고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애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며 온라인에서 뜨거웠던 이슈까지 짚어봤다.



계속된 와인 시장 침체 

올해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취재를 하며 생산자들과 수입사들을 직접 만나는 와인 전문 기자들이 가장 많이 나눈 이야기가 국내 와인 시장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한 해 동안 수차례 해외 와인산지로 출장을 다녀온 김상미 칼럼니스트는 현지 생산자들로부터 한국 와인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한국을 찾은 해외 와이너리의 오너나 마케팅 담당자들도 기자들을 만나면 역시 한국 시장 상황에 대해 궁금해하며 질문을 건넨다. 국내 와인 시장은 2021년 급격히 성장한 뒤 2022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 오다가 2023년 크게 하락했다. 올해는 일부 긍정적인 신호를 보인 시기도 있었지만 대체로 침체가 이어지며 수입사들은 판매 부진을 겪었다.


뉴질랜드 화이트 와인의 약진 

올해 한국에서 독보적으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것은 뉴질랜드 화이트 와인이다. 지난해에도 침체된 시장 상황과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며 성장세를 보였고 올해도 그 추세가 이어졌다. 수입 와인에 대한 데이터를 집계하고 분석 내용을 꾸준히 칼럼으로 쓰고 있는 정휘웅 칼럼니스트는 “뉴질랜드 와인의 성장세가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소비 트렌드 변화로 화이트 와인의 소비가 늘어났고, 뉴질랜드 와인은 2024년 화이트 부문 수입 물량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런 추세가 2025년에는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그래도 과거에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이었던 뉴질랜드 와인의 대약진은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발맞춰 여러 수입사에서 새로운 뉴질랜드 와인을 론칭하며 좋은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에노테카코리아가 한국에 출시한 에스카프먼트(Escapment), 올해 상반기 금양인터내셔날이 선보인 크래기 레인지(Craggy Range) 등이 대표적이다. 크래기 레인지의 테 무나 소비뇽 블랑(Te Muna Sauvignon Blanc)은 지난달 발표된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100대 와인 중 11위를 차지하며 연말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여러 가지 요인들

한 해를 돌아보면 와인이 대중의 관심을 얻으며 화제가 된 몇 가지 이슈가 있었다. 정수지 기자는 “침체된 와인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외부 요인들이 돋보인 한 해였다”라며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와 배우 하정우의 와인 콜 미 레이터(Call Me Later)를 꼽았다. '흑백요리사'로 인해 파인다이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와인 페어링 수요가 높아졌고, 하정우의 작품 레이블로 출시한 와인은 품절 기록을 세울 만큼 와인 대중화를 이끈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다. 두 가지 모두 와인이 대중문화와 만나 큰 관심을 받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외에도 여러 연예인들이 와인업계와 인연을 맺으며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연예인 이름이 붙은 'ㅇㅇㅇ 와인'이 화제를 모으며 온라인에 시음 후기를 공유하는 이들이 많았다. 정수지 기자는 “외부 요인으로 인한 시장 활성화는 오래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체계적으로 받아들이고 확대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와인 시장이 외부적 요소와 융합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알코올과 저알코올 와인의 인기 

2024년 세계 와인업계의 가장 큰 트렌드라면 무알코올과 저알코올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1월 서울에서 열린 호주 와인 그랜드 테이스팅에서는 오직 무알코올 와인만 선보이는 와이너리가 파트너 수입사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무알코올 와인은 맛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알코올을 제거하는 기술이 발전하며 보다 만족스러운 와인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거나 알코올이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맛있는 고품질 와인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기자들도 한 해 동안 취재하며 무알코올 와인을 시음할 기회가 있었는데 유민준 기자는 “최근에 기술이 많이 발전해 무알코올 와인이라도 맛있다는 인식이 생겼고, 이런 와인의 가격대가 높지 않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무알코올과 저알코올 와인의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에서도 모노드림 등 알찬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수입사가 소개하는 무알코올 와인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며 지난 봄 '무알코올과 저알코올이 와인 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올랐다'는 내용의 칼럼을 작성한 김성정 객원기자 역시 무알코올과 저알코올 소비 증가를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트렌드로 꼽았다. 특히 향후 동향을 지켜봐야 할 중요한 뉴스로 모엣 헤네시(Moët Hennessy)가 최근 럭셔리 무알코올 스파클링 와인 제조업체인 프렌치 블룸(French Bloom)에 투자를 발표하며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는 소식을 전했다.


유력 생산자들의 매각으로 인한 업계 지각 변동

올해 와인업계에 자주 등장한 해외 뉴스 중 하나는 와이너리의 매각 소식이었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주요한 흐름으로, 대형 와인 회사들이 유망하거나 이미 잘 알려진 와이너리들을 인수하며 업계가 재편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이런 변화가 눈에 띄는데, 김윤석 기자도 이 부분을 올해의 주목할 만한 흐름으로 꼽았다. 컨스텔레이션 브랜즈(Constellation Brands)가 올해 산타 리타 힐스의 씨 스모크(Sea Smoke)를 인수했고, 부르고뉴의 도멘 페블레(Domaine Faiveley)는 소노마의 윌리엄 셀렘(Williams Selyem)을 인수했다. 또한 이탈리아의 마르케시 안티노리(Marchesi Antinori)가 워싱턴의 콜 솔라레(Col Solare) 와이너리의 소유권을 인수했고, 가장 최근에는 장-샤를 부아세(Jean-Charles Boisset)와 지나 갤로-부아세(Gina Gallo-Boisset)가 나파 밸리의 플로라 스프링스 와이너리(Flora Springs Winery)를 인수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대형 와인 기업의 포트폴리오 변화는 세계적으로 와인 소비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따라 프리미엄 와인에 더욱 집중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인수 이후의 변화도 지켜봐야 할 일이다.  


기후 변화와 영국 와인 산업의 부상

와인 취재를 하는 기자들에게 기후 변화는 빼놓지 않고 다뤄야 하는 이슈가 됐다. 와이너리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며 지속 가능한 농법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태형 객원기자는 이와 함께 영국 와인 산업의 성장을 올해의 주요한 이슈로 꼽았다. 기후 변화로 영국의 연평균 기온이 10여 년간 눈에 띄게 상승하며 포도 재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됐고, 특히 영국 스파클링 와인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프랑스의 샴페인 하우스 떼땅져(Taittinger)는 영국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투자했고 지난 9월 켄트(Kent) 지역에 도멘 에브레몬드(Domaine Evremond)를 공식적으로 오픈했다. 지난해 하반기 포르투갈의 시밍턴 패밀리 에스테이트(Symington Family Estates)가 합작 투자로 영국 스파클링 와인 브랜드를 인수한 것과 잭슨 패밀리 와인스(Jackson Family Wines)가 영국으로 대대적인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서도 기후 변화로 인한 영국 와인의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이슈

와인업계의 큰 사건이라 할 수는 없지만 몇몇 기자들은 올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논란이 된 뜨거운 이슈들도 떠올렸다. 박예솔 객원기자는 콜키지 프리를 제공한 서울의 모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가 손님이 가져간 고가의 와인을 핸들링하며 테이스팅했던 것이 문제가 된 점을 언급했다. 소믈리에가 와인을 테이스팅하는 것은 와인의 상태를 손님보다 먼저 파악하기 위해서인데, 손님이 가져간 와인을 허락받지 않고 테이스팅해도 되는가 하는 것이 온라인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정선경 객원기자는 유명 와인 유튜버의 와인 혹평 발언을 기억에 남는 이슈로 꼽았다. '뒷광고다', '계약 위반이다' 등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지만 해당 와인의 정체가 알려지면서 오히려 그 와인을 구해서 마셔보려는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했고 마셔본 사람들의 후기가 여기저기 올라오며 순식간에 큰 주목을 받았다.


정치, 외교적 상황 속 와인    

올해는 중국이 2021년부터 호주산 수입 와인에 대한 반덤핑 관세와 상계 관세를 부과한 것을 3년만에 해제한 해이기도 하다. 김성정 객원기자는 “와인 산업이 정치·경제적 상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를 다시 한번 실감한 사건”이라고 했다. 

지금 이 시점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가 곧 다시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는 사실이다. 관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할 그의 행보에 대해 당선 직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와인업계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올해보다 내년의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프로필이미지안미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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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4.12.18 11:26수정 2024.12.1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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