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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와인] 무한한 여운을 남기는 걸작, F.X. 피흘러

'Unendlich'는 독일어로 '무한'을 의미한다. 주로 끝없는 공간이나 수의 확장을 묘사하는 데 쓰는 단어지만, 동양 철학에서는 물리적인 개념을 넘어 더 깊은 존재론적 의미가 있다. 동양 철학에서의 '무한'은 크기나 범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존재, 시간의 본질과 그 흐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개념이다. 이런 철학적 관점의 '무한'을 경험할 수 있는 와인이 있다. 바로 F.X. 피흘러(F.X. Pichler)의 우넨들리히 리슬링(Unendlich Riesling)이다.


[오스트리아 바하우 전경]


오스트리아 바하우의 자랑, F.X. 피흘러

오스트리아의 바하우(Wachau) 지역은 와인 애호가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도나우 강을 따라 펼쳐진 이 지역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바하우 문화 경관(Wachau Cultural Landscape)으로도 널리 알려진 바하우는 2020년 오스트리아의 와인 품질 보증제도라 할 수 있는 DAC(Districtus Austriae Controllatus)로 지정됐다. 이 지역의 빈야드 규모는 1,350헥타르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작은 와인 재배 지역 중 하나지만, 다양한 토양 구조와 미기후 덕분에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에서 탄생한 F.X. 피흘러는 오스트리아 와인의 뛰어난 품질을 전 세계에 알리며, 수많은 와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와이너리로 현재까지 7대에 걸쳐 운영되고 있다.


F.X. 피흘러의 역사와 전통

F.X. 피흘러의 역사는 19세기 중반, 프란츠 피흘러 2세(Franz Pichler II)가 크렘스(Krems) 근처의 로렌도르프(Rohrendorf)에서 바하우로 이주하면서 시작됐다. 그의 손자 프란츠 피흘러 6세(Franz Pichler VI)는 1898년, 뒤른슈타인(Dürnstein)의 오버로이벤(Oberloiben) 지역의 땅을 인수하면서 와이너리의 기반을 확립했다. 그는 1906년부터 각 빈야드의 특성을 연구하고, 포도나무의 성장과 품질을 꾸준히 기록하며 우수한 그뤼너 벨트리너 품종을 선별해 재배했다.


[(왼쪽부터) 프란츠 자베르 피흘러, 루카스 프란츠 피흘러 (사진 출처: F.X. 피흘러 인스타그램)]


그의 아들 프란츠 자베르(Franz Xaver)는 와인 양조를 공부한 후, 오스트리아 와인의 잠재력에 확신을 가지고 뛰어난 빈야드를 매입했다. 이후 와이너리를 물려받고 F.X. 피흘러로 명명한 그는 1980년대에 자신만의 와인 스타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985년 오스트리아의 일부 와인생산자들이 당도와 바디감을 높이기 위해 독성물질인 디에틸렌글리콜(Diethylene Glycol)을 첨가했던 '와인 스캔들'이 일어나자, 이후 많은 와인메이커들이 신선하고 가벼운 바디의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프란츠 자베르는 그와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그는 표현력이 풍부하고 대담한 스타일의 리슬링과 그뤼너 벨트리너 와인을 생산해 국제적인 찬사를 받기 시작했다.


현재 F.X. 피흘러는 프란츠 자베르의 아들이자 양조학자인 루카스 프란츠 피흘러(Lucas Franz Pichler)가 와인메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 크렘스 양조학교(Krems viticulture school)에서 수학하고,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다양한 와이너리에서 실습을 통해 전문성을 쌓았다. 그는 아내 요한나와 함께 와이너리를 운영하며 자연을 존중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F.X. 피흘러 와이너리]


F.X. 피흘러의 빈야드와 와인 스타일

F.X. 피흘러의 빈야드는 총 18.5헥타르 규모로, 바하우의 유명한 지역들에 분포돼 있다. 그 중 그뤼너 벨트리너가 52%, 리슬링이 46%를 차지하며, 동쪽에 위치한 슈타이너탈(Steinertal)과 서쪽의 리에벤베르그(Liebenberg), 켈러베르그(Kellerberg), 로이벤베르그(Loibenberg) 등에 빈야드가 있다. 각 지역의 미기후와 토양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해 고품질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F.X. 피흘러는 각 빈야드의 미세한 뉘앙스를 그대로 담아내는 와인을 생산하는 데 중점을 둔다. 피흘러는 와인의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테루아를 강조하는데, 이는 자연적, 문화적, 지리적, 지질학적, 기후적, 식물의 생장 측면을 종합하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경작 방식에 따라 이 부분이 더욱 강화된다고 믿는다.


그의 와인들은 숙성 잠재력이 좋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복합적이고 섬세한 향미를 발산하며, 매력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스마라크트(Smaragd) 등급의 와인은 진정한 매력을 발휘하는 데 7~8년 이상이 걸리며, 일부 와인은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첫 모금에서 느껴지는 풍부한 과일 맛과 미네랄리티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깊고 복합적인 풍미로 변화한다. 이러한 피흘러의 와인은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특성으로, 마치 눈 앞에서 바하우 빈야드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 출처: F.X. 피흘러 웹사이트]


F.X. 피흘러의 와인 품질과 철학

F.X. 피흘러의 와인은 전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특히 '우넨들리히 리슬링'과 '우넨들리히 그뤼너 벨트리너'는 그 진정성과 미네랄리티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자리매김했고,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많은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피흘러는 지속 가능한 농업 방식을 고수하며,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양조 방식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유기농 재배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양조 방식을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 또한 와인 생산 과정에서 동물성 제품 첨가를 배제해 왔으며 오스트리아 비건 협회로부터 비건 인증을 받았다. 이러한 방식은 와인의 품질뿐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도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법을 지향하는 F.X. 피흘러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넨들리히 리슬링, 무한한 여운을 담은 예술

와인에서 테루아와 품종의 특성을 최대한 끌어내고자 하는 F.X. 피흘러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은 우넨들리히 리슬링은 1998년 빈티지를 통해 처음 세상에 나왔다. 이 와인은 단일 빈야드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여러 최고 빈야드에서 가장 잘 익은 포도들을 블렌딩해 만든 와인으로, 포도 품질이 뛰어난 해에만 생산한다. 2022년에는 수확 초기에 내린 비로 어려웠던 해였기 때문에 우넨들리히를 만들지 않았다. 매해 달라지긴 하지만 약 10% 정도는 쪼그라들 정도로 매우 잘 익은 상태이면서 보트리티스(Botrytis)의 영향이 없는 포도를 사용해 더욱 독특하고 집중된 풍미를 만들어낸다.


제임스 서클링의 선임 편집장인 스튜어트 피곳(Stuart Pigott)은 우넨들리히 리슬링 2021 빈티지를 테이스팅하고 “오스트리아 화이트 와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모든 자질을 보여준다”며,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균형을 지닌 농축된 와인”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우넨들리히의 완벽한 산도를 느꼈을 때 마치 달의 저편으로 날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이 와인은 F.X. 피흘러의 전형적인 녹색 라벨 대신 파란 라벨을 두르고 있으며, 이는 오페라 애호가였던 프란츠 자베르의 의견에 따라 비엔나 국립 오페라 하우스 연대기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무대 배경 초안을 본떠 디자인했다. 푸른색 바탕에 밤하늘의 별빛과 함께 우주의 무한함을 상징하는 '밤의 여왕'이 그려져 있으며,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무한한 여운을 '끝없이' 보여주는 와인을 표현하고자 했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각기 다르게 빛나지만 모두가 하나의 거대 우주 속에서 조화를 이루듯, '우넨들리히' 리슬링에도 와인의 다양한 요소가 담겨 있지만 궁극적으로 완벽한 균형과 조화를 추구한다.


[오페라 '마술피리'의 무대 세트에서 영감을 받은 라벨의 우넨들리히 리슬링]


오페라 '마술피리'와 F.X. 피흘러의 우넨들리히는 서로 다른 예술의 영역에서 비롯됐지만, 무한한 사랑의 가능성과 무한한 여운을 보여주고자 하는 면에서 유사성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신비로움과 깊이가 있고, 시대를 초월해 와인 애호가와 관객들에게 지속적인 영감을 준다. 두 위대한 작품은 바로 '무한'이라는 실로 연결돼 있다.

프로필이미지김성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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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2.14 09:00수정 2025.02.1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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