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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천장을 깬 여성 와인메이커들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와인 양조계에 최근 들어 여성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특히 여성 와인메이커들의 와인은 향을 잘 살리고 섬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여성 와인메이커 8인' 기사에 이어 올해도 전 세계에서 활약하며 우먼 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여성 와인메이커들을 소개한다.


[수사나 발보 (제공: 하이트진로)]


수사나 발보

수사나 발보(Susana Balbo)는 남미 최초의 여성 와인메이커다. 양조학을 바탕으로 한 과학과 여러 와이너리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한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시도를 한 결과 고품질 와인을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아르헨티나 토착 화이트 품종인 토론테스(Torrontes)를 기존과는 다른 스타일의 수준 높은 와인으로 만들어냈다. 또한 내수용에만 머무르던 아르헨티나 와인을 수출하는 데 앞장섰으며 '말벡 데이(Malbec Day)'를 만드는 등 아르헨티나 와인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세 차례의 아르헨티나 와인 협회장과 한 번의 부회장을 역임한 수사나 발보는 2015년에는 멘도자(Mendoza)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국회위원으로 당선됐고, 2018년에는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G20 정상회의의 공식 정책 제안 그룹인 W20(Women 20)의 의장으로 활동했다. 2015년 <드링크 비즈니스(Drinks Business)>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2018년 <와인 애드버킷(Wine Advocate)>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와인메이커 10인', 2022년 인터내셔널 와인 챌린지(International Wine Challenge, IWC)의 '공로상(Lifetime Achievement Award)', 2024년 <디켄터(Decanter)>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등 화려한 수상 기록이 그녀의 탁월한 능력을 말해준다.


[하디스의 수석 와인메이커, 헬렌 매카시 (제공: 아콜레이드 와인)]


헬렌 매카시

헬렌 매카시(Helen McCarthy)는 호주 대표 와인 하디스(Hardys) 최초의 여성 수석 와인메이커다. 또한 하디스 등 수많은 와인 브랜드를 운영하는 아콜레이드 와인(Accolade Wines)의 글로벌 와인메이킹 디렉터이기도 하다. 18세에 친구의 제안으로 와인 양조의 길로 들어선 그녀는 2000년 와인 양조 학사를 1등으로 졸업하고 펜폴즈(Penpolfs), 윈스(Wynns) 등 호주의 내로라하는 와이너리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테일러스 와인(Taylors Wines)에서 8년간 일하다가 수석 와인메이커로 승진했다. 그리고 고향인 바로사로 돌아가 쏜 클락(Thorn-Clark)을 거쳐 세인트 할렛(St. Hallett)의 수석 와인메이커로 재직한 뒤 2022년 하디스의 총괄 와인메이커이자 글로벌 와인 디렉터로 취임했다. 호주 각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녀는 수없이 많은 상을 받았을 정도로 와인메이커로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폴 자불레 애네의 캐롤라인 프레이 (제공: 나라셀라)]


캐롤라인 프레이

폴 자불레 애네(Paul Jaboulet Aine)의 와인메이커 캐롤라인 프레이(Caroline Frey)는 아버지 장 자크 프레이(Jean-Jacques Frey)가 1980년대에 상파뉴에 첫 포도원을 매입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와인과 함께 자랐다. 그녀는 대학에서 와인 양조에 대한 기본기를 익혔고 과학과 화학 교육을 받았는데, 보르도 와인대학 양조학부에서 1등을 하고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자랑했다. 2004년부터 보르도 그랑 크뤼 3등급인 샤토 라 라귄(Château La Lagune)에서 전설적인 와인 컨설턴트인 데니스 뒤부르디외(Denis Dubourdieu)와 함께 일한 그녀는 '훌륭한 포도가 훌륭한 와인을 만든다'는 믿음으로 살충제와 제초제 사용을 중단하고 부지를 점진적으로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2006년에는 론의 폴 자불레 애네 포도원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수년간의 인내심과 노력 끝에 2016년 유기농 인증을 받아 생물역학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와인메이커 엠마 노르비아토 (제공: 비노에이치)]


엠마 노르비아토 

호주 리버라이나(Riverina) 출신의 와인메이커 엠마 노르비아토(Emma Norbiato)는 2001년 찰스 스터트 대학(Charles Sturt University)을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린드만(Lindemans)에서 보조 와인메이커 역할로 본격적인 양조를 시작했다. 이탈리아로 떠나 토스카나의 카스텔지오콘도(Castelgiocondo)에서 일한 후 다시 호주로 돌아가 펜폴즈에서 4년을 보낸 뒤 26세의 나이로 카셀라 와인(Casella Wines)에 합류하여 수석 와인메이커로서 옐로우 테일(Yellow Tail)을 생산했다. 이후 2009년, 고향 리버라이나의 칼라브리아 패밀리 와인(Calabria Family Wines)의 러브콜을 받고 일하다 수석 와인메이커 자리에 오르며 지금까지 20년 넘게 와인을 만들고 있으며, 최근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킹스 오브 프로히비션(Kings of Prohibition)의 양조를 맡고 있다. 엠마는 2016년 호주 여성 와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선정되는 등 와인메이커로서의 역량을 널리 인정을 받았다. 그는 동료 여성 와인메이커들과 합심해 출시한 와인의 판매 수익 전부를 호주 와인업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브레드 앤 버터의 와인메이커, 린다 트로타 (제공: 롯데칠성음료)]


린다 트로타

브레드 앤 버터(Bread & Butter Wines)의 양조자 린다 트로타(Linda Trotta)는 UC 데이비스(UC Davis)에서 양조학을 공부했다. 그는 소노마 밸리, 칠레, 남아공 등지에서 경험을 쌓고 워싱턴주로 가서 스위프트워터 셀라즈(Swiftwater Cellars)의 수석 와인메이커로 활동했다. 다시 나파 밸리로 돌아온 그녀는 여러 와이너리에서 활동 후 미국의 대형 기업 WX 브랜즈(WX Brands) 그룹에 합류했고, 현재 브레드 앤 버터를 비롯한 소속 와이너리들의 와인메이킹을 총괄하고 있다. 2018년 캘리포니아의 '노스 베이 비즈니스 저널(North Bay Business Journal)'로부터 '올해의 나파 밸리 와인메이커'로 선정됐으며, 2024년에는 같은 매체의 '우먼 인 와인 어워즈(Women in Wine Awards)'에서 '레거시 어워드(Legacy Award)'를 수상했다. 이 상은 젊은 여성 와인메이커를 지도하고 조언해 개인 브랜드와 경력 성장에 이바지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또한 린다는 와인 산업에서 여성의 경력 발전을 옹호하는 비영리 단체 '와인 우먼(WINE WOMEN)'의 와인메이킹 포럼(Winemaking Forum) 의장을 역임하는 등 여성 와인메이커들을 지원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엘리사 게랑 (제공: 하이트진로)]


엘리사 게랑 

프랑스의 와인 가문에서 자란 엘리사 게랑(Elisa Guerin)은 파리의 주요 레스토랑 셰프들을 위한 지역 농산물을 공급하는 바이어로 일하다 부르고뉴 디종에서 와인 양조학을 수료했다. 그 뒤 2018년에 물랭-아-방(Moulin-à-Vent)에 있는 가족의 포도밭으로 돌아왔다. 게랑 가문은 물랭-아-방에 4.2헥타르 포도밭과 높은 고도의 쉬루블루(Chirouble)에 0.8헥타르의 밭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엘리사는 여기서 아주 적은 양의 특별한 뀌베를 만들었고 아버지인 필립 게랑(Philippe Guerin)은 이 와인의 잠재력을 확인하고는 와이너리 전체를 엘리사에게 물려주었다. 포도밭을 물려받자마자 그녀는 2019년부터 유기농 전환 작업에 들어갔다. 가메(Gamay) 품종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엘리사는 바로 즐기기 좋은 와인뿐만 아니라 집중도 높고 균형감이 좋아 숙성 잠재력이 뛰어난 와인을 만들기로 유명하며, 보졸레를 잘 아는 소비자조차도 새롭게 느끼는 보졸레 와인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엘리사 게랑 와인의 라벨 디자인은 엘리사가 직접 그린 드로잉으로 테루아에 대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와인즈 바이 비비아나의 비비아나 곤잘레즈]


비비아나 곤잘레즈

콜롬비아 출신의 여성 와인메이커인 비비아나 곤잘레즈(Bibiana Gonzalez Rave)는 세계에서 유일한 콜롬비아인 와인메이커다. 어린 시절 와인에 매혹된 그녀는 양조를 공부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프랑스어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프랑스로 건너가 양조학교에 입학했다. 장애로 여겨질 만큼 커다란 핸디캡이던 언어의 장벽을 넘어 비비아나는 수석으로 학교를 졸업했고 교수의 추천서까지 받아 보르도의 양조 대학에 들어갔다. 졸업 후 그녀는 샤토 오브리옹, 라 미숑 오브리옹, 샤토 라 도미니크, 도멘 클루셀 로치 등 유수의 프랑스 와이너리에서 경력을 쌓았고, 캘리포니아와 남아공를 오가며 양조일을 하다가 소노마 카운티에 자신의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와인즈 바이 비비아나(Wines by Bibiana)의 와인 카틀레야(Cattleya)는 산소 접촉을 최소화하는 양조를 지향하고 있으며 그녀의 화학과 양조학 지식을 백분 활용해 폭발적인 아로마를 와인에 담아냈다. 비비아나는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촉망받는 와인 메이커로 인정받아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프로필이미지정선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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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3.07 16:36수정 2025.03.0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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