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일상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즐기기 좋은 와인을 찾게 되는 시기다. 신선하면서 음식 페어링이 쉽고, 품질에 의심할 여지가 없는 와인. 그리고 가격까지 합리적이라면 주저 없이 선택할 만하다. 3월 중순 한국에 첫 론칭한 토레셀라(Torresella)의 모든 라인업이 정확히 그런 와인이다.
이탈리아 동부 베네토 지역에 1984년 설립된 토레셀라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와인 기업인 산타 마게리타 와인 그룹(Santa Margherita Wine Group)이 운영하는 와이너리다. 1930년대 베네토에서 출발한 산타 마게리타 와인 그룹은 프란치아코르타의 대표 브랜드로 꼽히는 까델 보스코(Ca'del Bosco)도 소유하고 있다.
[토레셀라의 생산지에 있는 탑 (제공: 나라셀라)]
토레(Torre)는 탑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이곳에는 오래 전부터 탑이 있었고, 토레셀라는 와이너리가 출발한 빈야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현재는 135헥타르까지 포도밭을 확장했다. 지역을 표현한 이름답게 토레셀라는 현지 테루아를 그대로 담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토레셀라의 한국 첫 론칭을 기념해 방한한 산타 마게리타의 아시아 퍼시픽 매니저 에리카 갈론(Erika Gallon)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프로세코는 너무나 대중화된 와인이죠. 피노 그리지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구입한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경우도 적잖이 있지만 토레셀라는 우리 지역에 직접 소유하고 있는 빈야드에서 재배한 포도만 사용해 와인을 만듭니다. 빈야드에서부터 와인 생산의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해 품질을 유지하죠. 저는 프로세코의 중요한 생산지인 발도비아데네(Valdobbiadene) 출신이고 우리의 수석 와인메이커 로리스 바촐러(Loris Vazzoler)도 코넬리아노 발도비아데네(Conegliano Valdobbiadene) 출신이라 프로세코의 뛰어난 퀄리티를 지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토레셀라의 한국 론칭 기념으로 방한한 에리카 갈론 매니저]
이는 친환경 철학과 지속가능성과도 연결된다. 토레셀라는 한쪽으로는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고 다른 쪽으로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베네치아 석호를 접하고 있다. 유럽에 얼마 남지 않은 습지 지역 중에서도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며, 주변 강의 영향으로 미네랄이 풍부한 토양의 특징이 와인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와이너리의 슬로건도 '자연의 편에서(On Nature's side)'다. 지역을 표현하는 와인을 생산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작년에는 레이블 디자인도 변경했는데, 위성 사진으로 촬영한 생산지의 지도를 디자인해 와이너리의 정체성을 담았고 이 지역에 서식하는 왜가리의 모습을 함께 표현했다. 베네치아 석호 주변으로 펼쳐진 포도원은 하늘에서 왜가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풍경이기도 하다.
토레셀라는 제초제를 비롯한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지속가능성 인증도 받았다. 태양광 패널과 바이오매스 발전소에서 얻은 청정 에너지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직접 운영하는 유리 공장에서 재활용 유리로 생산한 와인 보틀만 사용하고 재활용 용지로 만든 와인 레이블을 붙인다. 산타 마게리타 와인 그룹의 일원으로서 철학과 가치, 첨단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한 결과다.
[토레셀라의 빈야드 풍경 (제공: 나라셀라)]
에리카 갈론 매니저는 “좋은 와인이 탄생하는 과정 중 95%의 작업이 빈야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와인메이커의 철학”이라고 강조한다. 나머지 5%는 빈야드에서 문제가 있을 경우 양조를 통해 바로잡는 작업이다. 그만큼 포도 자체에 집중한다는 의미다. 생산 방식이 굉장히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산화황 사용량도 매우 적다.
토레셀라는 수입사 나라셀라를 통해 한국에 5가지 와인을 선보였다. 정교한 스타일로 완성한 프로세코 2종과 토레셀라의 상징적인 스틸 와인 피노 그리지오, 그리고 멀롯과 카버네 소비뇽 2가지 레드 와인이다. 섬세한 버블의 프로세코부터 베네토 지역에서 탄생한 신선한 스타일의 레드 와인까지 론칭 직후부터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토레셀라 프로세코 Torresella Prosecco Extra Dry
프로세코에 어떤 스타일을 기대해야 하는지, 클래식한 프로세코의 전형을 보여준다. 프로세코 DOC에서는 글레라 품종을 85% 이상 사용해야 하고 최대 15%까지 보조 품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이 와인은 100% 글레라 품종으로 생산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시트러스와 사과, 꽃이 어우러지는 향긋한 아로마다. 버블은 섬세하고 부드러운 느낌인데 비결은 발효 후 진행하는 안정화 과정이다. 병입 전에 두 달 동안 저온에서 안정화 과정을 거쳐 보다 정교하고 균형미 있는 프로세코로 만든다. 식전주로 즐기면 입맛을 돋워주고, 해산물이나 닭고기 요리와 페어링해도 잘 어울린다. 처음부터 밝고 화사한 인상을 전하기 때문에 하루 일과를 마치고 피곤한 상태에서 기분전환용으로 오픈하기에도 제격이다.
토레셀라 프로세코 로제 Torresella Prosecco Rose 2023
예쁜 핑크빛 로제 프로세코는 글레라 90%에 피노 누아 10%를 사용했다. 코에서는 글레라의 신선한 과일향과 꽃향이 먼저 느껴지고 입안에서 구조감이 느껴져 피노 누아의 존재감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공식 승인된 로제 프로세코 DOC 규정에 따르면 글레라를 주요 품종으로 사용하고 피노 누아는 10~15% 허용된다. 당도는 브뤼 나튀르부터 엑스트라 드라이 범위 내에서 생산할 수 있고 더 달콤한 스타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토레셀라에서 피노 누아를 재배하기 시작한 건 5, 6년 전부터라고 하는데 지금의 스타일을 만들기까지 멀롯을 사용해 로제 스푸만테를 만드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고 한다. 샐러드부터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 아시아 음식까지 폭넓은 페어링이 가능한 와인이다.
토레셀라 피노 그리지오 Torresella Pinot Grigio 2023
베네치아 DOC 와인이며 토레셀라가 생산하는 스틸 와인 중 와이너리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꼽힌다. 베네토의 토착 품종인 피노 그리지오는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회색빛을 띠는 어두운 품종이었고 화이트 와인으로 생산되지 않았다. 그런데 토레셀라의 모기업인 산타 마게리타에서 1961년 최초로 껍질을 제거한 상태에서 발효해 현대적인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을 양조했고, 이후 해외 시장에서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지오가 큰 사랑을 받는 발판을 만들었다. 와이너리의 상징적인 와인이고 피노 그리지오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만큼, 작황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생산량을 줄일지언정 품질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고 한다. 청사과와 시트러스 아로마에 약간의 스파이스 힌트를 느낄 수 있다. 신선하고 산도가 뛰어난 스타일로, 음식과 함께했을 때 그 매력이 빛을 발한다.
토레셀라 멀롯 Torresella Merlot 2022
베네토 IGT로 생산되는 토레셀라의 레드 와인들은 다른 국가의 와인과 차별화한 스타일이다. 가볍고 신선하며, 국제 품종으로 생산했지만 지역을 드러내는 와인이란 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멀롯은 베리류와 스파이스 아로마가 복합적이다. 부드러운 타닌, 적당한 바디감과 산도로 과하지 않고 편안하게 즐기기 좋다. 가금류 요리나 피자, 파스타, 바비큐 등 다양한 음식과 쉽게 페어링할 수 있다.
토레셀라 카버네 소비뇽 Torresella Cabernet Sauvignon 2021
카버네 소비뇽은 일부를 오크통에서 숙성하고 나머지는 콘크리트 탱크에서 숙성하는데 오크의 영향이 크게 드러나진 않는다. 붉은 과일과 검은 과일 아로마에 허브향이 복합적으로 올라온다. 생생한 과실미가 살아있고 미네랄리티가 좋은 와인이며, 멀롯보다 조금 더 구조감이 느껴진다. 멀롯과 마찬가지로 타닌과 산도의 좋은 균형감 덕분에 과하지 않고 편안하다는 인상을 준다. 풍미가 강한 요리와도 잘 어울릴 만한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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