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스 알파의 숙성 잠재력은 최소 15년 정도다. 프리미엄 퀄리티를 추구하다 보니 와인의 잠재력이 꾸준히 높아졌다. 비슷한 가격대에서 이 정도의 숙성 잠재력을 가진 와인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4월 25일, 나라셀라 도운 스페이스에서 열린 몬테스 알파 & 몬테스 알파 블랙 라벨 버티컬 테이스팅 현장에서 수출 매니저 후안 파블로 벨라스코(Mr. Juan Pablo Velasco)가 최근 빈티지부터 올드 빈티지까지 선보인 이번 행사의 취지를 밝히며 이와 같이 말했다. 칠레 최초의 프리미엄 와인을 만든 와이너리, 비냐 몬테스(Viña Montes)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비냐 몬테스 와이너리, 제공: 나라셀라]
그들만의 철학으로 세운 기념비적 기록
30여 년의 역사가 믿기지 않을 만큼, 비냐 몬테스는 칠레 최고의 와인 브랜드로 공고히 자리매김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1,600만 병을 돌파(2024년 4월 기준)한 기념비적인 기록은 한국인들의 몬테스 와인에 대한 사랑을 여실히 보여준다.
와인메이커 아우렐리오 몬테스(Aurelio Montes)와 마케팅 전문가 더글라스 머레이(Douglas Murray) 그리고 포도 재배를 담당한 페드로 그랜드(Pedro Grand)와 재무 전문가 알프레도 비다우레(Alfredo Vidaurre) 4명의 창업자들이 뜻을 모아 1987년, 칠레 와인의 고급화를 위해 비냐 몬테스를 설립했다. 그들은 고품질 와인을 완성시키기 위해 독특한 철학과 자신들만의 양조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우선 눈에 띄는 점은 동양사상으로 알려진 풍수지리와 음양오행의 철학에 입각해 와이너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몬테스 와이너리 입구에는 물길이 조성돼 있는데, 이 물이 정가운데에 있는 구멍 뚫린 둥근돌로 모여들어 모든 에너지가 집중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전체적으로 나무와 불과 흙과 금속과 물이 조화를 이루도록 와이너리를 디자인했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미물에게도 생명이 있다'는 동양 철학을 바탕 삼아, 오크통에 담긴 와인에게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비냐 몬테스에서 숙성 중인 와인, 제공: 나라셀라]
그들의 철학은 와인 양조에서도 빛을 발한다. 수출 매니저 후안 파블로 벨라스코는 “칠레에서 경사면 경작을 선구적으로 시도했다”며, 평지에 비해 햇빛을 골고루 잘 받을 수 있는 힐사이드 빈야드(Hillside Vinyard)의 이점을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펌프를 사용하지 않고 중력을 이용한 와인 양조 역시 와인의 자연스러운 맛을 위해 필요한 방식”임을 덧붙였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농법을 활용한다. 2009년 도입한 '드라이 파밍(Dry Farming)'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이 파밍이란, 포도 재배의 모든 과정을 최대한 자연에 맡긴 뒤 강수량의 부족 등 자연적인 환경이 따라주지 못할 때만 아주 최소한의 관개로 물을 보충한다는 뜻이다. 칠레 와인 산업의 리더로서 물 사용에 좀 더 책임감을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시작한 결과, 포도의 완숙미와 집중도를 높여 와인의 품질이 더욱 좋아졌고 평균 65%에서 최대 80%까지 물 사용량을 절감했다.
[한국을 찾은 수출 매니저, 후안 파블로 벨라스코]
새로운 각도에서 접한 국민 와인, 몬테스 알파
몬테스 알파 카버네 소비뇽은 90%의 카버네 소비뇽에 멀롯 10%가 블렌딩됐다. 칠레의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의 아팔타 빈야드(Apalta Vineyard)와 마르치게 빈야드(Marchigue Vineyard)의 포도를 50%씩 섞어서 와인을 만든다. 해안가와 좀 더 가까운 마르치게 빈야드는 해풍의 영향으로 포도알이 작고 껍질이 두꺼운 것이 특징인데, 이는 와인에 온화한 구조감과 바디감을 더한다. 아팔타 빈야드의 포도는 좀 더 우아하면서 과실 풍미와 부드러운 타닌의 와인을 완성시킨다. 이런 포도들을 섞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복합미가 탁월한 몬테스 알파 카버네 소비뇽을 만날 수 있다. 12개월 동안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숙성하며, 60%는 새 프렌치 오크통을 사용하고 30%는 사용한 오크를 사용한다. 그리고 나머지 10%는 콘크리트 탱크에서 숙성하며, 6개월 정도 추가로 병입 숙성을 진행한다.
몬테스 알파 카버네 소비뇽 2011
몬테스 알파의 숙성 잠재력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와인으로, 루비빛의 강렬한 색감이 여전히 생생하다. 초콜릿, 커피, 말린 자두와 같은 3차 향의 발현이 특히 인상 깊다. 한층 둥글어진 산미와 타닌이 매력적이며 단단한 구조감과 균형감, 우아한 피니시가 긴 여운을 선사하는 탁월한 와인이다.
몬테스 알파 카버네 소비뇽 2017
2017년은 칠레에 큰 산불이 있었던 해다. 스모키함이 더해졌고 과실향이 두드러지는 대신 가죽, 후추, 담배 등의 뉘앙스가 복합적인 아로마를 완성시킨다. 부드러우면서도 약간의 단맛을 지닌 타닌이 산도와 어우러지며 풍성한 볼륨감을 선사한다. 5만 원 미만의 가격대가 믿기지 않을 만큼 깊고도 우아한 와인이다.
몬테스 알파 카버네 소비뇽 2021
체리, 딸기와 같은 붉은 과일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뛰어난 와인으로, 산미 역시 탁월하다. 잘 짜인 구조감에 부드럽고 둥근 타닌이 인상적이며, 활기차고 풍미 가득한 피니시로 마무리된다. 2021년 빈티지부터 와인 레이블의 크기가 좀 더 커지고, 천사 이미지도 바뀌었다. 병 하단에 양각으로 새겨진 브랜드 명을 살펴보는 즐거움도 있다.
싱글 빈야드의 매력, 몬테스 알파 블랙 라벨
몬테스 알파와 블랙 라벨 레인지의 차이는 우선 빈야드에 있다. 블랙 라벨의 경우 칠레 최고의 레드 와인 산지인 콜차구아 밸리 내에서도 프리미엄급인 마르치게 빈야드에서 엄선한 포도로 와인을 만든다. 알파 시리즈보다 수확 시기를 일주일 연장해 더욱 응축된 과실 아로마와 실키한 타닌을 지니는데, 와이너리 측에서는 이 블랙 라벨을 가리켜 스페셜 뀌베(Special Cuvee)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몬테스 알파 블랙 라벨 카버네 소비뇽의 경우, 85%의 카버네 소비뇽에 시라(Syrah) 10%, 카르미네르(Carmenere) 5%를 블렌딩한다. 카르미네르는 완숙되지 않은 경우 지나치게 강한 풋내가 나지만, 양질의 와인은 검은 과일 특성과 허브 아로마가 균형을 보인다. 몬테스 와이너리는 카르미네르를 매우 적절히 익혀, 와인에 스파이시한 향을 더하며 특유의 매력을 발휘하도록 만든다. 카르미네르 품종으로 만드는 몬테스 퍼플 앤젤(Purple Angel)이 2015년 제임스 서클링 100점을 받기도 했다. 블랙 라벨은 16개월 동안 프렌치 오크 숙성을 하는데 60%는 새 프렌치 오크통에, 40%는 사용한 오크통에 숙성시킨다. 싱글 빈야드로 소량 생산해 그만큼 집중도가 높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몬테스 알파 블랙 라벨 카버네 소비뇽 2014
균형감과 고급스러운 차분함이 마치 프랑스 그랑 크뤼 와인을 연상시킨다. 블랙베리, 블루베리, 자두와 같은 잘 익은 과실의 강렬한 아로마가 인상적이다. 잘 익은 타닌과 풍부한 볼륨감이 뛰어나며 긴 여운과 함께 지속적인 피니시가 매력적인 와인이다.
몬테스 알파 블랙 라벨 카버네 소비뇽 2018
마르치게 테루아 특유의 강렬한 개성을 잘 보여주는 와인으로, 시럽에 절인 블랙베리, 말린 자두, 카시스의 진한 아로마가 탁월하다. 매우 부드럽고 풍성한 타닌이 균형을 이루며 잘 익은 과실과 달콤한 향신료의 풍미가 더해져 오랜 여운을 남긴다.
몬테스 알파 블랙 라벨 카버네 소비뇽 2021
블랙베리, 블루베리, 자두 등의 완숙된 검붉은 과실향이 넘실대며 체리와 무화과 향이 은은하게 피어오른다. 토스트, 너트맥 등이 와인에 복합미를 부여하고 타바코, 모카 등의 다채로운 풍미가 신선한 과실 캐릭터와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알파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블랙 라벨 역시 레이블의 변화가 흥미롭다.
몬테스 알파 카버네 소비뇽과 블랙 라벨 카버네 소비뇽은 큰 사랑을 받는 와인인 만큼, 재고 소진이 빠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올드 빈티지를 경험하기 쉽지 않다. 이번 버티컬 테이스팅의 가장 큰 수확은 이 와인들이 가진 숙성 잠재력을 제대로 확인했다는 점이다. 익숙했던 와인의 또 다른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빈티지가 오래될수록 산도를 유지하면서도 과실미보다 스모키함이 더욱 살아나며 올드 빈티지 특유의 매력을 발휘했다. 5만 원 이하의 가격대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숙성 잠재력이니, 부담없이 구입해 셀러에서 천천히 숙성시켜 보는 건 어떨까. 하반기에는 몬테스 와이너리의 올드 빈티지 와인들을 수입할 예정이라니, 그때를 기다려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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