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지 취재] 중국의 보라색 명함, 닝샤 와인


국제 와인 품평 대회인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xelles)이 올해는 중국 닝샤(Ningxia)에서 개최됐다. 전 세계에서 모인 와인 전문가들이 마스터클래스에 참석하고 와이너리를 방문하며 중국과 닝샤 와인의 현황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중국 와인 전문가들이 준비한 마스터클래스와 방문 와이너리 이야기를 공유한다.


[리 더메이 교수]


중국 와인의 테루아와 발전 역사

중국 와인의 개요는 중국농업대학교(구 북경농업대학)의 리 더메이(Li Demei, 李德美)교수가 맡았다. 프랑스 보르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프랑스 그랑 쉐 드 프랑스(Grands Chais de France) 그룹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그는 귀국 후 중국 와인의 품질 향상과 산업적 성장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리 교수는 허란 칭쉐(贺兰晴雪), 장유(张裕), 그레이트 월(Great Wall) 등 중국 대표 와이너리의 자문을 맡고 있으며, '세계 10대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컨설턴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중국 와인이 세계 와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자국 테루아의 개성과 균형 있는 스타일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좋은 와인이란 단순한 기술의 집합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와인을 바라본다.


중국의 포도 재배는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 시작됐다. 고고학 유적에서 포도 씨앗과 발효 흔적이 발견됐고, 이는 중국이 단지 와인을 '수입한' 나라가 아닌 고대부터 포도와 발효 문화를 공유한 땅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와인은 서양에서 온 문화라고 생각하지만,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 문화권 중 하나일 수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금 중국에서 진행 중인 와인 산업의 성장을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 중국은 포도재배 면적으로 세계 1위다. 허난성을 기점으로 남북으로 나뉘는데 북부는 양조용, 남부는 식용 포도 중심이다. 북부는 산둥 장유 와이너리를 기준으로 동서로 나뉘며 서쪽은 대량 생산 와인, 동쪽은 고품질 와인 생산에 최적의 조건이다. 이처럼 중국은 하나의 국가 안에 극단적으로 다양한 기후와 지형, 생태 조건이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마다 전혀 다른 와인 스타일과 개성이 형성되고 있다. 현재 3단계로 지역을 구분하는데 지구(Zone)-지역(Region)-세부 지역(Subregion) 체계다.


중국 와인을 지구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신장(新疆)은 중국 육지 면적의 약 6분의 1을 차지하는 광활한 지역이다. 사막에 가까워 일조량이 풍부하고 연 강수량이 100mm 이하라 극도로 건조하며 극심한 일교차와 해발고도에 따른 독특한 풍미가 나타난다. 대표 지역으로 이리(伊犁), 만나스(玛纳斯)가 있으며,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머스캣을 주로 기른다.


닝샤(宁夏)는 오늘날 중국 프리미엄 와인의 상징이다. 허란산(贺兰山) 산맥 동쪽 비탈면에 있으며, 해발고도가 높고 대륙성 기후가 특징이다. 여름 낮은 건조하고 덥지만,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일교차가 뚜렷하다. 동서 방향으로 배치된 포도밭이 독특하며, 유럽식 와이너리들이 즐비하다. 중국 와인의 국제적 인지도를 이끌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마르슬랑(Marselan) 재배지다.


허베이(河北)는 베이징과 인접한 지역으로 다양한 토양과 기후 조건을 지닌다. 장기 숙성용 와인보다는 신선하고 향기로운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대표 지역으로 창리(昌黎)가 있다.


산둥(山东)은 중국 연해 지역 중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다. 중국 최초의 산업적 와이너리인 장유(张裕)의 탄생지다. 해양성 기후로 일조량이 풍부하며, 와인뿐만 아니라 포도주스와 기타 가공 산업도 활발하다.


윈난(云南)은 극한의 테루아에서 실험적인 와인이 탄생하는 지역이다. 남서부 해발고도 2,000m 이상 고산지대에 포도밭이 있다. 햇빛이 강하고 일교차가 극심해 다양한 품종과 재배 기술의 시험장 역할을 수행 중이다.


랴오닝(辽宁)은 중국 동북부의 냉랭하고 긴 여운을 지닌 산지다. 그래서 전통 유럽 품종보다는 내한성을 지녀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품종을 선택하고 있다.


중국 북방 지역은 추위와 건조함 덕에 병충해가 적고, 유기농 재배도 유리하다. 강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는 포도의 향과 구조를 잘 살려준다. 반면, 남방 지역은 습도와 강우량이 많아 병해충 방제가 까다롭고 기술 집약적이다. 따라서 정밀 농업과 양조 기술이 많이 요구된다. 중국은 이러한 극단적인 환경 차이 속에서, 이제 지역별 개성을 살린 와인 스타일을 점차 정립해가는 단계에 있다. 단순히 '중국산 와인'이라는 범주가 아닌 신장, 닝샤, 윈난 스타일 등 각기 다른 얼굴의 와인이 세계 무대에 등장하고 있다.


[잔진청 교수]


닝샤 허란산 자락에서 찾은 미생물의 비밀: 와인 향기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주인공들

잔진청(Zhan Jincheng, 詹金城) 교수는 중국 내 와인 발효 미생물 연구의 선구자로, 닝샤를 비롯한 주요 와인 생산지에서 미생물 테루아 개념을 정립하고 있는 핵심 인물이다. 그는 자연 발효 조건에서의 미생물 군집 변화를 추적하며, 중국 와인의 지역성과 향미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와인의 중심지, 닝샤, 그중에서도 허란산 동쪽 기슭은 '중국 와인의 나파밸리'라 불릴 만큼 빠르게 성장 중이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 사막과 산이 맞닿은 극적인 풍경, 그리고 그 아래 숨은 작은 생명체들(미생물)이 있다.


잔진청 교수은 같은 품종이라도 왜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진 와인은 그렇게도 다른 향과 맛을 낼까 궁금했다. 그는 닝샤 포도 껍질 위에 사는 미생물이 알코올 외에 꽃, 과일, 허브 향 같은 복합적인 향기 성분을 만들어내는 연관성에 집중해 연구했다.


연구진은 닝샤 인촨 지역과 베이징 방산 지역 포도를 각각 수확해 두 가지 방식으로 와인을 빚었다. 하나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효모, 다른 하나는 야생 효모에 맡기는 방식이다. 야생 효모로 만든 닝샤 와인은 에틸 아세테이트, 아이소아밀 아세테이트, 페닐에틸 알코올 등 복합적인 방향족 성분이 더 풍부했고, 향기 면에서도 열매, 꽃, 열대과일 향이 더 잘 느껴졌다. 게다가 닝샤 야생 발효 와인들은 베이징보다 훨씬 다양한 미생물군이 있었고, 이는 그대로 와인 스타일의 차이로 이어졌다.


연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닝샤 와인에서 분리한 특정 미생물을 조합해 와인을 빚는 방식으로 확장됐다. 한세니아스포라(Hanseniaspora)는 꽃, 파필로트레마(Papillotrema)는 우아한 뉘앙스, 사카로미세스(Saccharomyces)는 기본 발효 유지 기능을 했는데, 이 균주들을 조합하자 놀랍게도 향의 뉘앙스를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특정 스타일의 와인을 '설계'할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이는 자연과 인간 기술의 접점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테루아를 말할 때 토양, 기후, 일조량 등을 떠올리는데 진교수는 미생물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땅의 와인이라는 정체성은 미생물이 완성한다는 것이다. 이제 닝샤는 단순히 '중국 와인의 생산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생명들과 그들이 만든 향기까지 논할 수 있는, 진짜 테루아 와인의 고장이 되어 가고 있다. 만약 닝샤 와인을 마실 기회가 있다면, 꼭 그 향을 먼저 충분히 즐겨보길 바란다. 그 안에 허란산의 바람과 사막을 가로지르는 태양, 그리고 그 땅에 살아가는 작은 생명의 이야기가 숨어 있으니 말이다.


[하오 린하이 교수 겸 전문가]


허란산 테루아 코드 해독-세계적 와인 산지 탄생 비법

하오 린하이(郝林海, Hao Linhai) 교수 겸 전문가는 닝샤 회족 자치구 정부 관료로 일하다가 2007년부터 약 10년간 닝샤 와인 산업의 핵심 리더로 활약하며 와이너리 보호 법규 및 산업 정책 정립을 주도했다. 2016년 이후 닝샤 자치구 정부의 특별 고문으로 활동 중이며, OIV 허란산 지구 회장을 맡고 있다. 중국인 최초로 OIV 공로상을 수상한 그는 “테루아는 그 땅과 사람이 만든다”고 강조하며, 대(매크로)-중(메조)-소(마이크로) 3단계 테루아 개념을 체계화했다.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대량 생산 위주의 중국 와인 산업에서 차별화된 고품질 와인 생산을 지향하고 있다.


그는 “와인은 문화이고, 테루아는 제도”라고 강조한다. 닝샤는 단순히 날씨가 좋아 포도가 잘 자라는 곳이 아니다. 그는 닝샤 허란산 동쪽 기슭을 “세계적 와인 산지를 만들기 위해 테루아를 제도화한 중국 최초의 사례”라고 말한다. 강수량, 일조량, 일교차 같은 천혜의 자연조건은 물론, 생산 구역의 엄격한 경계 설정, 품질 기준, 등급 제도 도입까지 중국식 AOC를 닮은 '통제된 테루아' 전략을 그의 손에서 구체화했다.


그는 중국 와인 시장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외국에서 수입된 프리미엄 와인, 대기업 주도의 저가형 대량 생산 와인, 그리고 닝샤처럼 품질 중심의 고급 국산 와인이다. 그는 세 번째 모델이야말로 중국 와인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 팔리는 와인의 60% 이상이 외국 와인이지만 진정한 산업의 주도권은 스스로 생산하고, 규정하고, 브랜드화한 쪽에 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하오 린하이 교수는 중국 와인 산업의 방향을 '수량에서 품질로, 품질에서 문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현재 닝샤는 OIV 기준을 적용받는 유일한 중국 와인 산지이며, 50여 개 와이너리만이 정부 공인을 받은 고품질 생산자로 등록돼 있다. 모든 포도는 겨울철 흙으로 덮어 보온해야 하며, 기후 조건에 따라 수확과 숙성 방식이 철저히 규정된다.


닝샤는 황하 문명과 유목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그는 테루아를 자연환경에 국한하지 않고 땅은 물론,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그 땅을 규율하는 제도, 그리고 그 지역이 선택한 전략까지 모두 '테루아의 구성 요소'라고 본다. 그래서 “진정한 테루아는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는 능력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그가 제시한 닝샤의 '테루아 코드'는 결국 '제도화된 품질'과 '문화적 감수성'이다. 중국의 많은 와인 산지들이 빠른 산업화를 통해 생산량을 늘려왔지만, 닝샤는 품질을 위한 속도 제한을 택했다. 그리고 품질을 제도화하는 순간, 세계가 비로소 닝샤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닝샤 와인, 황사의 발원지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산지로

한때 연평균 강수량 200mm이 채 되지 않아 황량했던 닝샤 땅은, 지금 중국 와인 산업의 심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허란산 동쪽 기슭에 형성된 이 산지는 중국 정부가 지정한 국가급 포도재배 구역이자, 기후·토양·지형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는 고품질 와인 생산지로 떠올랐다.


2024년 기준 닝샤 전역의 포도재배 면적은 약 38,900헥타르에 달하며, 이는 프랑스 보르도 전체 면적의 3분의 1에 가까운 규모다. 이 지역의 포도밭은 해발 1,000~1,200m 고지대에 위치해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고, 연간 일조 시간은 2,700시간 이상으로 포도 품질 향상에 유리한 조건이다.


허란산은 서쪽의 사막 바람을 차단하는 천연 방풍벽 역할을 하며, 황하에서 끌어올린 수로가 관개를 책임진다. 토양은 사질과 자갈이 많은 배수성 좋은 구조로,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고 병해 발생이 적다. 이러한 조건에서 카베르네 소비뇽을 비롯한 카베르네 저니쉬트(Cabernet Gernischt, 2013년 유전자 분석 결과 카르메네르(Carmenère)로 판명), 샤르도네, 리슬링, 마르슬랑 등 총 21개 품종, 27개 클론을 실험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마르슬랑 품평 대회 수상 와인들]


특히 닝샤에서 마르슬랑이 보여주는 가능성은 대단하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마르슬랑은 1961년 카베르네 소비뇽과 그르나슈를 교배해 만든 품종이다. 원래는 고온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개발됐으며, 작은 알갱이와 두꺼운 껍질 덕분에 병해에 강하고 색이 진하며 타닌 구조가 우수하다.


이 품종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곳은 중국으로, 닝샤는 중국에서 마르슬랑 재배 면적이 빠르게 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과실 향이 열려 있고, 타닌이 부드러우며, 향신료와 검은 과일, 허브류의 뉘앙스가 잘 표현돼 중국 소비자들이 '덜 떫고, 더 향기로운 와인'으로 인식하기에 적합하다.


또한 이 품종은 높은 일조량과 일교차, 배수가 뛰어난 사질 토양이라는 닝샤의 기후 및 토양 조건에 잘 적응하며 복합성과 음용성을 동시에 갖춘 스타일로 양조된다.


[허랑 칭쉐의 와인메이커 장징]


허란 칭쉐(Helan Qingxue), 실버 하이츠(Silver Heights), 샤토 미호프(Chateau Mihope), 란사이(Lansai) 등 닝샤 내 여러 와이너리가 마르슬랑을 단일 품종 또는 블렌딩 구성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일부 와인은 <디캔터>나 IWC 등에서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으며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고유 스타일의 레드 와인을 만든다면 마르슬랑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인식도 자리 잡고 있다.


닝샤는 2000년대 후반까지 몇몇 국영 와인 기업에 원액을 납품하던 산지였지만, 2011년 허란 칭쉐(Helan Qingxue, 贺兰晴雪)의 '자베이란(Jia Bei Lan) 2009' 와인이 <디캔터>에서 '베스트 보르도 스타일 와인' 상을 받으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는 중국 와인이 '품질'로 세계에서 인정받은 첫 사례이자, 세계로 진출한 닝샤 와인의 전환점이었다. 이후 현지 와이너리들은 설비를 고도화하고, 브랜드를 구축해 독자적인 와인 철학을 세우기 시작했다.


2020년 기준 닝샤에는 200곳 넘는 와이너리가 존재하며, 이 중 절반 이상은 완공돼 와인을 생산 중이다. 이번에 일부 와이너리를 방문할 수 있었는데, 시샤 킹(Xixia King, 西夏王), 허란홍(Helanhong, 贺兰红), 허란 칭쉐(Helan Qingxue, 贺兰晴雪), 샤토 두란(Chateau Dulaan, 杜兰酒庄), 샹동(Chandon, 모엣 샹동 소속)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닝샤 테루아를 해석하고 있었다.



시샤 킹, 닝샤 와인의 문을 연 이름

시샤 킹(Xixia King, 西夏王)은 1984년 설립된 닝샤 최초의 국영 와이너리로, 닝샤 와인 산업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닝샤농간그룹(宁夏农垦集团)' 산하의 포도주 공장으로 시작한 이 와이너리는 허란산 동쪽 기슭의 테루아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지역 와인 생산의 기반을 다져왔다. 국가가 주도한 중국 와인 산업의 1세대이자 오늘날 닝샤 와인 산업의 역사성과 규모를 모두 상징하는 와이너리로 평가받는다. 


광활한 자가 포도밭과 연간 3만 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국영 시스템을 유지한 채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마르슬랑 등 다양한 품종을 중심으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한다.



디캔터 아시아와 월드 와인 어워드 등에서 다수의 국제 수상 이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적지와 결합한 '푸타오 샤오전(Grape Town, 葡萄小镇)' 프로젝트를 통해 관광 및 체험형 시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와이너리 초기 시설과 용품이 고스란히 보존돼 박물관을 보는 재미가 크다.



닝샤킹 화이트 와인(Ningxia King White Wine)은 닝샤 지역에서 개발한 고유 청포도 품종인 천백(千白, Qianbai)으로 만들었다. 연한 레몬색에 녹색이 살짝 스친다. 흰 꽃, 멜론, 풋사과, 백도, 부싯돌 향에 드라이하며, 중간 산도, 깔끔한 피니시를 지닌다. 중서 레드 와인(Zhongshu Red Wine) 2020은 카베르네 소비뇽, 마르슬랑 등이 블렌딩 된 레드 와인으로 보라색 테두리가 선명한 진한 루비색 와인이다. 블랙베리, 블랙체리, 자두, 오크 시가 박스 향에 알코올 도수가 높고 타닌과 무게가 상당하다.



허란홍닝샤 와인 복합 문화 전도사

허란홍(Helanhong, 贺兰红)은 1980년대 국영 와인 양조 시설로 기반을 다졌으며, 1990년대 이후 민영화와 함께 브랜드를 재정립했다. 현재는 대규모 와인 생산과 시음, 문화 관광이 결합된 복합 와이너리로 운영되고 있다.



와이너리 하나가 마을 전체를 이룬 듯 보이는데 총 건축면적이 약 4.5만 ~ 5.3만㎡로 축구장 6~7개 규모(13612~16,032헥타르)다. 중심엔 전통 중국식 누각 형태로 6층 규모의 웅장한 구조물인 민닝 타워(MinNing Tower, 闽宁阁)가 서 있고, 옥외 공간은 32개의 오크통 모양 양조 공간이 타워 주위를 둘러싸듯 배치돼 있다. 방문객은 이 양조 공간 위를 관통하는 길을 통해 양조실을 조망할 수 있다. 2024년 국가 3A급 관광지로 지정되면서 닝샤 와인 산업뿐 아니라 지역 문화·관광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허란홍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2022년산으로, 맑은 레몬빛과 함께 풋사과와 감귤류의 향이 산뜻하게 다가온다. 가벼운 바디에 경쾌한 산미를 지녀 입문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허란산 클래식 화이트(Helan Mountain Classic Dry White, 贺兰山) 2023는 섬세한 산도와 미네랄 터치가 깔끔하게 살아 있다. 


현대적 라벨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란추이(Lan Cui, 兰翠) 2017는 돌과 장미를 배경으로 한 감성적인 레이블처럼 묵직한 과실 향과 함께 말린 장미, 감초, 흙내음이 어우러진 구조적인 레드 와인이다. 2017년산으로 숙성에서 오는 부드러움이 인상적이다. 허란소울 시라(Ho-Lan Soul Syrah, 贺兰神 西拉) 2014는 유기농 인증 받은 와인으로 검붉은 과일과 블랙페퍼, 가죽 향이 농축돼 있으며 10년 숙성된 만큼 깊이감과 밀도가 훌륭하다. 강건한 닝샤 스타일 시라의 대표격이다.



허란 칭쉐, 중국 와인의 기적

허란 칭쉐(Helan Qingxue, 贺兰晴雪)는 '허란산에 내린 맑은 눈'을 의미한다. 2005년 용젠(Rong Jian)과 왕펑위(Wang Fengyu)가 공동 창립했으며, 창립 초기에 수석 와인메이커로 장징(Zhang Jing)과 와인 컨설턴트 리더메이(Li Demei) 교수가 합류했다. 포도밭은 허란산 동쪽 기슭 해발고도 1,138m에 있으며 규모는 15헥타르, 연간 7만 병을 생산한다. 이들은 닝샤 최초의 부티크 와이너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2011년 자베이란 그란 리저브 2009년산 와인이 <디캔터>에서 수상하며 중국 와인 역사에 한 획을 그었을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꿈을 일깨웠다. 허란 칭쉐는 2013년 이후 포도밭을 두 배 이상 확장하며 스파클링 와인을 포함해 와인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이곳의 포도나무는 대부분 자가 뿌리로 모래 기반 토양에서 자라고 있으며, 3~3.5m 깊이까지 뿌리를 내리며 강건하게 성장한다. 수확은 8월 샤르도네를 시작으로, 9월 중순에서 10월 10일 이전까지 마무리된다. 더운 지역 특성상 산도 유지를 위해 수확을 빠르게 진행하며, 대부분 와인에서 천연 산도가 잘 살아 있다. 배양 효모와 야생 효모를 절반씩 쓰고 있으며, 오크 사용에는 신중하다.


[자베이란 와인들]


자베이란 리저브 샤르도네(Jia Bei Lan Reserve Chardonnay) 2020년은 젖산전환을 하지 않고 일찍 수확해 산도를 확보했다. 오크 사용을 극도로 절제해 은은하고 잘 익은 배와 사과, 젖은 돌 풍미가 훌륭하다. 자베이란 베이비 핏 마르슬랑(Jia Bei Lan Baby Feet Marselan) 2019는 진한 자주색에 보라빛 림이 보이고 바이올렛, 포푸리, 블랙베리, 클로브, 크리스마스 케이크 등 향이 화려하다. 드라이하며 산도는 중간, 타닌은 부드럽고 풀 바디 와인이다. 다크 초콜릿과 잘 익은 과실의 균형이 훌륭하지만 여운은 중간 정도로 개성이 뚜렷한 마르슬랑 품종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자베이란 에스테이트 레드(Jia Bei Lan Estate Red) 2019는 중간 루비색에 피망과 고추, 블랙베리, 가죽, 담배, 흙 등의 향이 복합적이다. 드라이하며 산미는 중간, 타닌은 중상으로 다소 투박한 면도 있으나 감칠맛과 짠맛이 매력적이고 긴 여운과 스파이스가 특징이다. 자베이란 리저브 레드(Jia Bei Lan Reserve Red) 2019는 진한 루비색에 블랙베리, 담배, 고춧가루, 가죽, 말린 과일 향이 나며 중상 산미와 중간 타닌이 유연한 풀 바디 와인이다. 젖은 돌과 석회 기반의 미네랄 터치가 인상적이다. 


자베이란 그란 리저브 레드(Jia Bei Lan Grand Reserve Red) 2016는 가넷 림이 보이는 루비색에 여과하지 않은 듯한 매우 고운 타닌, 강렬한 향, 스파이시한 고추 계열의 풍미, 감칠맛과 긴 여운이 일품이다. 매우 좋은 품질로 장기 숙성 가능성도 커 보인다. 자베이란 피노 누아(Jia Bei Lan Pinot Noir) 2018은 중간 가넷색에 감초, 지중해 허브, 라즈베리, 사워 체리, 수풀 바닥 향, 낮은 타닌과 부드러운 질감, 감칠맛이 어우러진 매우 우아한 스타일의 피노 누아다. 긴 여운과 구조감이 좋으며, 품질이 매우 뛰어나다.


전체적으로 허란 칭쉐의 와인은 명확한 산도와 깊은 과실 향, 정교한 구조를 기반으로 하며, 품종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특히 베이비 핏 마르슬랑은 마르슬랑의 색감과 향, 구조적 특징을 잘 살렸으며, 리저브 와인들은 밸런스와 숙성 잠재력에서 매우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샤르도네는 오히려 레드보다 더 인상적일 정도로 정제되어 있으며, 향후 숙성력에 대한 관찰도 기대된다. 허란 칭쉐는 단지 하나의 와이너리가 아니라 닝샤 와인의 가능성과 품질을 증명하는 곳으로 여겨진다.



샤토 두란, 새로운 고급 와인을 꿈꾸는 신예

샤토 두란(Chateau Dulaan, 杜兰酒庄)은 프랑스식 샤토 모델을 도입해 건축, 레이블, 와인 스타일까지 유럽 감성을 반영한 프리미엄 와이너리다. 고급 리조트를 연상시키는 건축물의 중심엔 코르크스크루 모양의 계단이 인상적이다. 모던하면서도 정제된 레드 와인을 중심으로 포도 품종별 특성과 배럴 숙성 방식에 집중하는 양조 스타일이 특징이다. 해외 품평회 수상도 늘고 있으며, 닝샤 와인의 다음 세대를 대표할 가능성을 품은 와이너리로 주목받고 있다. 외관이 세련되고 고급스럽지만 와인의 핵심은 테루아와 양조 철학에 있다. 허란산 야경을 배경으로 루프탑 전망이 끝내준다.



희망 루둘리(Hope · Ruoduoli, 希望·霞多丽)는 샤르도네로 은은한 꽃 향, 풍성한 파인애플과 멜론, 미미한 미네랄을 느낄 수 있다. 중식 요리에 아주 잘 어울린다. 투 만팅팡(Tu Mantingfang, 图·满庭芳)은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다양한 검은 과실, 특히 블랙체리 풍미가 좋다. 조화로운 오크 사용이 인상적이며 여운에 감초와 흙내음이 아주 멋스럽다. 러아이 마르슬랑(Re'ai Marselan, 热爱·马瑟兰)은 보라색을 띠며 보라색 꽃들, 캐러멜, 토스트 향이 전체적으로 달콤한 인상을 준다. 은은한 스모크와 후추 향도 일품이다. 비단 같은 타닌과 중간 산도를 지녀 마시기 편안하다.



샹동, 사막 속 오아시스

샹동(Chandon)은 루이비통 모엣헤네시 그룹이 중국 스파클링 와인의 가능성을 보고 설립한 와이너리다. 2013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한 이곳은 전통 방식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을 주력으로 하며, 프랑스 기술진과 현지 농부들이 긴밀하게 협력해 닝샤 테루아에 맞는 최적의 스타일을 찾고 있다. 깔끔한 산도, 정교한 기포, 섬세한 풍미를 갖춘 샹동의 와인들은 중국 내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쌓고 있다.



샹동은 갈라 디너 참석차 방문해 양조 시설을 둘러보지 못했다. 하지만 포도밭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었는데, 유럽과 많이 다른 부분이 있다. 닝샤 지역의 포도재배는 건조한 대륙성 기후와 강한 일조, 극심한 일교차, 그리고 겨울철 혹한이라는 자연조건에 맞춰 독자적인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포도나무를 낮게 키우고, 고랑 사이에 흙을 두껍게 덮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재배 기술이 아니라 혹한으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닝샤는 겨울철 기온이 영하 20℃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아서 수확 후 줄기와 주간(등걸)을 땅에 뉘여 흙으로 덮는 '매몰 보온법(埋土防寒)'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위해 포도나무를 낮게 재배하며, 고랑(이랑 사이의 움푹한 부분)을 만들어 토사를 쉽게 덮을 수 있도록 한다. 아주 어린 나무 근처는 토사 높이가 낮고 나이가 들수록 토사 높이도 함께 높아진다. 이 방식은 노동 집약적이지만 극한의 환경에서도 포도나무의 생존율을 높이고 매년 안정적인 수확을 가능하게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 방식과 더불어 동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신품종 개발 및 캐노피 관리, 관개 시스템 고도화 등 현대적인 기술도 병행하고 있다.



샹동 브뤼(Chandon Brut)는 레몬 껍질, 자몽, 흰꽃 향이 깔끔하며 살짝 효모와 브리오슈 향을 지닌다. 섬세하고 상큼한 산도가 매력적이다. 샹동 로제(Chandon Rosé)는 색이 꽤 진하며 딸기, 라즈베리, 석류 계열 과실 향이 산뜻하다. 꽃 향이 살짝 나면서 바삭한 산미가 있어 더운 계절에 마시기 참 좋다. 샹동 가든 스프리츠(Chandon Garden Spritz)는 오렌지 껍질, 계피, 허브 등을 넣은 여름 칵테일 스파클링이다. 얼음과 함께 먹을 수 있고, 오렌지 슬라이스를 곁들여 식전주로 제공할 수도 있다.



누런 대지 위에 피어난 보랏빛 명함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닝샤. 이번 방문은 중국 와인의 현재를 들여다보고, 그 안에 깃든 풍토(중국은 테루아를 풍토라고 쓴다)의 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사막과 산이 맞닿은 험한 지형, 매서운 겨울바람을 피하기 위한 땅속의 지혜, 그리고 땅을 지키는 이들의 집념까지, 닝샤 와인은 자연과 사람, 기술과 제도의 결이 촘촘히 얽힌 하나의 '중국적 풍토' 그 자체였다.


이제 닝샤 와인은 단순한 신흥 산지를 넘어 땅의 풍토를 스스로 정의하고 세계에 내보이는 새로운 얼굴이 되고 있다. 언젠가 당신의 식탁 위에 놓일 보랏빛 병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단지 한 잔의 와인이 아니라, 그 땅의 빛과 바람, 그리고 시간을 담은 '중국의 명함'일지도 모른다. 닝샤 와인을 위하여, 건배!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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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6.24 15:08수정 2025.06.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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