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2025년 상반기 시장 분석과 하반기 전망


2025년 7월 초순 거의 40도에 가까웠던 더위 이후 1주일만에 30도 아래로 기온이 다시 내려왔다. 나는 더운 여름이 되면 '6개월 뒤면 긴 팔 옷에 코트를 입어야겠지? 이런 날씨도 필요한 것'이라 생각하며 기다린다. 자연은 파도처럼 구불구불하게 우리 주변을 넘나들며 변화한다. 시장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지옥 같지만 이 시기를 지나면 다시 더 나은 시기가 올 것이다. 내가 시장 상황에 대해 칼럼을 기고하는 곳은 인쇄 매체 한 곳과 와인21이다. 다만 인쇄 매체는 일정상 원고 마감이 한 달 전이 되니, 시장 통계 정보에서 최근 한 달의 통계를 빼고 원고를 보내야 한다. 부득이하게 일부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재 이 글은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쓰고 있으니, 인쇄 매체의 칼럼과 이 글을 병행해 본다면 시장을 파악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수입 현황 개요


2025년 상반기는 물량 기준 234,836헥토리터, 금액 기준 198,932천 달러가 수입됐다. 중량은 2024년 대비 8.42%가 증가해 상반기 기준으로 본다면 2021년 이후 처음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2024년에 비해서도 –7.36% 감소해 2022년 하강 이후 아직까지 감소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상반기 기준 누적 연도별 물량과 금액 추세]


국가별 물량 시장 점유율은 칠레가 23.61%로 1위, 그 뒤로 프랑스(16.98%), 이탈리아(14.89%), 스페인(13.4%), 뉴질랜드(11.09%), 미국(8.41%) 순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프랑스가 36.74%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14.65%), 이탈리아(13.67%), 칠레(11.1%), 뉴질랜드(8.69%), 스페인(6.1%) 순으로 나타났다.


[2025년 상반기 국가별 물량/금액 점유율]


상반기 시장 상황 


수입사들의 수익성 악화: 금액은 줄어들고 물량은 늘어났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전체 금액 감소는 매출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물량이 늘었기 때문에 창고 비용이나 운송 비용은 늘어나게 된다. 수입사들에게 고가 와인의 수익성이 좋은 이유도 부피 대비 단가가 높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물량은 늘어나지만 금액이 감소하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수입사들이 적정 인원을 유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마케팅 요소도 강화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가별 출렁이는 순위: 뉴질랜드는 한국 와인 시장에서 메기 같은 존재라 할 수있다. 연도별 누적 비교를 하더라도 이미 금액과 물량 모든 면에서 2023년을 넘어섰다. 6개월간 수입한 물량과 금액이 2023년 1년 수입 규모를 넘어섰으니 놀라운 통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는 국가별 시장 순위에서 많은 변화를 보여줬는데, 개요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뉴질랜드가 물량과 금액 면에서 메이저 국가 수준으로 위상이 바뀌고 있다. 반면 미국 와인은 물량이 크게 줄어들어 뉴질랜드에도 밀리게 됐다. 또한 포르투갈은 독일보다 많은 물량과 금액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시장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뜻이다.


급속도로 낮아지는 레드 와인의 비중: 와인 시장이 크게 성장했던 2021년 기준 레드 와인의 물량 비중은 66.5%였다. 시장을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2023년까지도 레드 와인의 비율은 6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으며 언제나 60% 후반대였다. 그러나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레드 와인의 비중은 52%다. 2024년의 57%에 비해서는 5%가 하락했다. 반면 화이트의 비중은 2021년 21.82%에서 2025년 33.56%로 12% 넘게 상승했다. 금액 면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이 19%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레드 와인은 51%, 화이트 와인은 26.9%를 차지한다. 2021년 당시에는 레드 와인의 금액 비중이 64%, 화이트 와인의 금액 비중이 18.09%였으니 시장이 4년 사이 크게 바뀌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반기 전망


계속 되는 레드 와인의 약세: 레드 와인에 대한 선호도가 급속도로 감소했다기보다는 화이트 와인의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소비자들이 화이트 와인을 더 선호하며, 이는 뉴질랜드 와인에 대한 선호도와 직결될 수 있다. 같은 예산으로 와인을 고르는 소비자들의 경우 레드 와인을 선택하지 않을 확률이 늘어나게 된다. 레드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한된 예산에서 화이트를 선택하니 레드는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좁아지는 셈이다.


준고급 와인 시장의 어려움: 브랜드 파워가 약하고 시장에서 위치가 애매한 많은 준고급 와인(특히 지역적인 인지도가 떨어지는 경우)은 시장에서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국가별로 대표적인 지역(미국의 나파, 프랑스의 부르고뉴, 샹파뉴,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을 제외하고는 그 지역과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와인을 출시하는 경우 유명한 지역과의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가격을 내리기도 애매하고 보유하고 있는 재고 문제도 있기에 시장 대응이 쉽지 않다. 이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뉴질랜드의 여전한 강세: 성장률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뉴질랜드는 여전히 강한 성장 동력을 갖고 있다. 소비자들의 화이트 와인 선호와 맞물려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물량의 이점까지 생겨서 같은 와인이라도 훨씬 합리적인 가격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하고 있다. 다만 화이트 와인에 과도하게 편향된 포트폴리오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청정 국가라는 이미지와 가볍게 마시기 좋은 와인 스타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이제는 어엿한 대중 주류, 와인: 과거에는 특별한 날 마시는 주류로 간주됐다면 이제는 소주나 맥주와 같이 보편적으로 마실 수 있는 주류의 하나로 정착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와인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 부분 완화된 것으로 보이며, 시장이 바닥을 찍은 뒤 다시 성장하는 시기에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대중주로서 와인의 위상 변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경험성 소비의 강화: MZ를 중심으로 한 경험성 소비는 와인이 단순한 주류가 아니라 경험의 한 부분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강화시키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 건강을 염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경험성의 관점에서 와인을 경험의 한 부분으로 간주하고 시음하는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고 본다. 소비자의 트렌드가 크게 바뀌고 있으니 이를 메가 트렌드로 판단하고 시장에서도 면밀한 분석으로 접근해야 할 주제다.


개선되지 않는 수익성: 앞서 이야기 한 바와같이 유통 관계자들은 지옥 같은 수익률의 바닥을 걷고 있다. 물량은 늘었으나 단가가 낮아졌다. 게다가 물가나 여러 제반 비용이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적자 아니면 적자에 가까운 경영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는 하나, 현재 시장 내에 과도하게 많은 수입사, 유통사, 숍, 레스토랑 등 경쟁자 수를 생각한다면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론


하반기도 시장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물량은 늘어났지만 금액이 회복되는 데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24년의 경우 1분기에서 2분기 사이 약 8%의 금액 증가가 있었으나, 2025년의 경우 약 3%의 금액 증가만 있었을 뿐이다. 여전히 시중에는 재고 물량이 상당하며, 중고가 시장이 어렵기 때문에 빠르게 매출이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바라건대 시장이 빨리 활성화되어 이 우울한 전망이 틀리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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