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와인21 도슨트] 독일 모젤


독일 서부 모젤(Mosel)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리슬링(Riesling) 산지 중 하나로, 와인 애호가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역사와 전통이 있는 지역이다. 메인 포도 품종인 리슬링은 기후와 토양의 미묘한 차이를 섬세하게 반영한다. 모젤강 주변 깎아지른 급경사면의 점판암과 편암 토양에 식재된 리슬링은 서늘한 기후의 영향을 받아 생동감 넘치는 신맛과 영롱한 미네랄리티를 드러낸다. 같은 품종으로 만들었음에도 각 마을마다, 포도밭마다 각기 다른 개성의 와인이 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모젤은 크게 미텔모젤(Mittelmosel), 자르(Saar)와 루버(Ruwer), 테라센모젤(Terrassenmosel) 등으로 나눈다. 미텔모젤은 모젤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이다. 뱀 허리처럼 굽이치는 모젤 강변에 베른카스텔(Bernkastel), 브라우네베르크(Brauneberg), 벨렌(Wehlen), 위르찌히(Ürzig) 등 명성 높은 마을들이 즐비하다. 이런 마을의 그랑 크뤼급 포도밭들은 모젤 강변의 가파른 경사면에 위치해 햇볕을 잘 받는다. 농축된 풍미와 싱그러운 신맛을 겸비한 최상급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섬세한 과일 향과 알싸한 미네랄, 높은 산도, 뛰어난 숙성 잠재력을 지닌 와인이 나온다.


[1890년 출판된 모젤 지역 지도 일부, 출처:https://www.larscarlberg.com]


자르와 루버는 모젤강의 지류지만 와인은 결코 지류라고 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고도는 더 높고 기온이 더 낮기 때문에 투명한 느낌에 생생하고 날카로운 신맛을 지닌 와인이 나온다. 특히 에곤 뮐러(Egon Müller)가 샤츠호프베르크(Scharzhofberg) 포도밭에서 만드는 와인은 모젤 최고의 와인으로 꼽힌다. 최고 등급 와인은 생산량이 너무 적고 가격 또한 비싸 쉽게 구할 수 없다. 


모젤강 하류의 테라센모젤은 그 이름처럼 단단한 암석층 경사면에 조성된 테라스식 포도밭이 특징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유명세는 덜하지만 신진 생산자들의 약진에 힘입어 점차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 와인은 도이처 바인(Deutcher Wein)-란트바인(Landwein)-크발리테츠바인(Qualitätswein)-프래디카츠바인(Prädikatswein) 등 네 가지 등급으로 나뉜다. 모젤이라는 이름이 붙은 와인이라면 일단 크발리테츠바인 이상이다. 모젤에서 생산하는 크발리테츠바인은 신맛과 단맛이 균형을 이루어 잔잔한 과일맛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가성비 와인이다. 이름난 생산자의 와인이라면 크발리테츠바인조차 높은 품질을 지니고 있다. 특히 독일우수생산자협회(Verband deutscher Prädikatsweingüter, VDP) 소속 와이너리의 와인은 믿을 수 있는데, 그들의 와인에는 '포도송이를 품고 있는 독수리 로고'가 붙어 있어 쉽게 알 수 있다.


[독일우수생산자협회(VDP) 로고, 출처:https://www.vdp.de]


고품질 와인을 의미하는 프래디카츠바인은 카비넷(Kabinett)-슈패트레제(Spätlese)-아우스레제(Auslese)-베렌아우스레제(Beerenauslese, BA)-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lese, TBA) 등으로 구분한다. 주의할 점은 이 등급이 반드시 와인의 당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등급은 수확한 포도의 당도가 기준이다. 완성된 와인의 당도는 생산자가 어떻게 양조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포도의 당도가 제법 높은 슈패트레제나 아우스레제 중에도 정제된 단맛의 파인헤릅(feinherb)이나 드라이한 맛의 트로켄(Trocken) 스타일이 나온다. 이런 경우 파인헤릅이나 트로켄이라는 용어를 레이블에 직접 표기하거나, 생산자에 따라서는 캡슐이나 레이블 컬러 등을 통해 와인의 스타일을 표시한다. 특별한 표시가 없다면 해당 단계에 걸맞은 당도를 지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카비넷과 슈패트레제는 편안한 단맛과 균형 잡힌 신맛을 지닌다. 아우스레제는 제법 농밀한 단맛이 느껴진다. 단맛에 민감한 한국인들에게는 디저트 와인으로 충분한 당도다. 베렌아우스레제, 슈패트레제는 완벽한 디저트 와인이다. 여기에 특유의 섬세한 신맛과 미묘한 미네랄, 귀부균의 영향에 의한 독특한 풍미가 더해져 더없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사한다. 추운 겨울 가지에 달린 채로 얼어붙은 포도를 수확해 만드는 아이스바인(Eiswein)도 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최근엔 생산량이 급감해 만나기가 어렵다. 발견할 수 있다면 구매 가치는 충분하지만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레이블에 '마을 이름er + 밭 이름'이 병기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그란 파시안 트리텐하이머 아포테케 리슬링 아우슬레제(Grans Fassian Trittenheimer Apotheke Riesling Auslese)'의 경우, 그란 파시안(Grans Fassian)이라는 와이너리가 트리텐하임(Trittenheim) 마을의 아포테케(Apotheke) 포도밭에서 재배한 리슬링으로 만든 아우스레제 등급의 와인'이라는 뜻이다. 이외에 GG 표시가 있으면 최고 품질의 드라이 와인이다. GG는 그로세스 게벡스(Grosses Gewächs)의 약자로 그랑 크뤼와 유사한 의미다. 


모젤 와인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각 마을과 포도밭, 생산자마다 뚜렷한 개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젤 리슬링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몇 가지 특징은 짚어볼 수 있다. 밝고 투명한 레몬빛 또는 연한 초록빛이 감도는 색상, 향긋한 허브와 섬세한 꽃향기, 라임이나 레몬 같은 시트러스, 청사과, 복숭아 같은 핵과 풍미, 그리고 젖은 돌을 연상시키는 미네랄이 어우러져 입체적인 아로마를 완성한다. 입안에서는 싱그러운 신맛이 경쾌한 인상을 선사한다. 단맛과 신맛의 조화 덕분에 바로 즐겨도, 중장기 숙성 후에 즐겨도 좋다. 


모젤 와인은 음식 친화적인 와인이다. 특히 한식이나 일식, 중식, 동남아 음식 같은 아시안 푸드와 잘 어울린다. 불고기, 잡채, 해물찜, 모둠전 같은 한식과 탁월한 조화를 이루며, 생선회나 초밥, 오코노미야키, 메로구이, 야키토리, 오뎅탕 등 일식과 곁들여도 좋다. 뿌팟퐁커리, 팟타이 같이 약간 스파이시한 요리나 마파두부, 굴소스 베이스의 청경채 쇠고기 볶음 등과는 살짝 달콤한 모젤 와인이 안성맞춤이다. 카나페나 스낵 같은 핑거푸드, 각종 샐러드, 피자, 파스타, 치킨, 타코 등은 물론 케이크나 쿠키, 과일 등 식사부터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과 두루 곁들일 수 있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모젤 와인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더위로 잃은 입맛을 찾아줄 상큼한 모젤 와인을 마셔보자. 




릴렉스 와인즈, 릴렉스 리슬링  Relax Wines, Relax Riesling

옅은 레몬 컬러. 흰 꽃향과 미네랄이 가볍게 스치며, 시트러스, 청사과, 복숭아 등 신선한 과일 향이 은은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새콤한 신맛과 가벼운 단맛이 친근하게 드러난다. 이름처럼 편안한 느낌의 와인으로, 일상의 저녁식탁은 물론 피크닉이나 여행에서 부담 없이 즐기기 좋다. 핑거 푸드나 스낵, 샐러드, 아시아 요리, 과일 등 다양한 음식에 곁들일 수 있다. 릴렉스 와인즈는 20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하는 슈미트 숀(Schmitt Söhne GmbH)이 생산하는 대중적인 와인 브랜드로 세계 각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안스가 클뤼서라스, 봄 쉬퍼 리슬링 파인허브  Ansgar Clüsserath, Vom Schiefer Riesling Feinherb

초록빛이 살짝 감도는 옅은 옐로 컬러. 신선한 자몽, 오렌지 껍질, 잘 익은 사과, 백도 풍미와 함께 은근한 미네랄이 느껴진다. 입에서는 상큼한 신맛과 미묘한 단맛이 균형을 이루며 가볍고 깔끔한 미감이 편안하다. 음식 친화적인 와인으로, 언제 어디서나 즐겁게 마실 수 있다. 손 수확한 포도로 양조해 1,000리터의 커다란 오크통에서 효모 잔여물과 함께 9개월 숙성한다. 안스가 클뤼서라스는 1670년 트리텐하임(Trittenheim) 마을에서 가족 경영으로 이어오는 와이너리다. 친환경 재배와 유기농 와인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크네벨 리슬링  Knebel, Riesling

밝은 레몬 컬러. 아카시아 꽃과 신선한 허브, 라임 껍질의 오묘한 아로마에 청사과, 백도 등 신선한 과일 풍미가 곁들여진다. 입에 넣으면 깔끔한 신맛과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이국적인 열대과일 풍미가 드러나며 은은한 스파이스와 부싯돌 힌트가 더해진다. 드라이한 미감과 견고한 구조감이 돋보이는 리슬링. 해산물이나 가벼운 육류, 매콤한 음식 등과 잘 어울린다. 크네벨은 마티아스 크네벨이 설립한 부티크 와이너리로 VDP 멤버다. 테루아를 드러내는 순수한 리슬링을 만들기 위해 개입을 최소화하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양조한다. 




닥터 헤르만, 에르데너 트렙첸 리슬링 GG 트로켄  Dr. Hermann, Erdener Treppchen Riesling GG Trocken

밀도 높은 옐로 컬러. 영롱한 미네랄 뉘앙스 아래로 잘 익은 복숭아 향기가 화려하게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드라이한 미감과 견고한 구조감이 돋보이며, 레몬 커드와 핵과 풍미가 크리미한 질감과 정제된 산미를 타고 길게 이어진다. 우아하고 품격 있는 드라이 리슬링. 생선, 가금류, 돼지고기 등 다양한 요리와 잘 어울린다. 에르데너 트렙첸은 매우 가파른 경사지에 위치한 약간의 붉은 점판암이 섞인 푸른 점판암과 점토질 토양 포도밭이다. 25-30년 수령 포도나무에서 손 수확한 포도로 양조해 재사용 오크에서 1년 숙성한다. 모젤 위르찌히 마을에 위치한 닥터 헤르만은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와이너리다. 최고급 리슬링 생산자로 명성이 높다.




폴렌바이더, 볼퍼 골드그루베 리슬링 카비넷  Vollenweider, Wolfer Goldgrube Riesling Kabinett

투명에 가까운 밝은 짚색. 복합적인 꽃향기에 잘 익은 살구, 열대과일 풍미가 은은한 미네랄과 함께 생동감 있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산뜻한 신맛에 편안한 단맛이 곁들여지며, 부드러운 질감을 타고 오묘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며 플로럴 티와 벌꿀 뉘앙스가 매력을 더한다. 친근하고 편안하면서도 품격이 느껴지는 와인. 다양한 음식에 곁들이거나 디저트로 즐겨도 좋다. 볼퍼 골드그루베(Wolfer Goldgrube)는 설립자 다니엘 폴렌바이더(Daniel Vollenweider)가 직접 구매해 개간한 포도밭으로, 총 7헥타르 중 4.8헥타르를 폴렌바이더가 보유하고 있다. 원형극장 같은 구조의 가파른 경사면에 위치한 점판암 토양 포도밭으로 배수가 좋아 풍미가 농축된 포도를 얻을 수 있다.




그란 파시안, 트리텐하이머 아포테케 리슬링 아우슬레제  Grans Fassian, Trittenheimer Apotheke Riesling Auslese

밝은 레몬 컬러. 향긋한 꽃향기와 민트 같은 상쾌한 허브, 신선한 레몬, 자몽 등 시트러스 아로마, 달콤한 꿀 뉘앙스가 즐거움을 선사한다. 입에 넣으면 깔끔한 신맛과 적당한 달콤함이 조화를 이루며, 완숙한 핵과 풍미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긴 여운을 선사한다. 마셔도 마셔도 물리지 않는 스위트 와인으로, 디저트에 곁들여도 좋지만 스파이시한 음식에도 안성맞춤이다. 경사도 60%의 급경사에 위치한 푸른 점판암 토양 포도밭에 식재된 평균 60년 수령의 리슬링을 엄선해 사용했다. 그란 파시안은 1624년부터 모젤 라이벤(Leiben) 마을을 기반으로 13대를 이어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어온 전통의 강자다. VDP 멤버이며, 2023년 구르메 전문지 <팔슈타프(Falstaff)>로부터 '올해의 와인 생산자'로 선정됐다.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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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8.15 09:00수정 2025.08.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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