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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에스테코, 한식과도 잘 어울리는 프리미엄 아르헨티나 와인

'아르헨티나 와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말벡(Malbec) 품종이다. 말벡과 함께 곁들일 음식은? 말할 것도 없이 고기, 특히 소고기다. 두툼한 비프스테이크, 푸짐한 바비큐에 묵직한 말벡을 곁들이는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아르헨티나 현지에서도 이런 식으로 먹는다. 1인당 소고기 소비량 세계 1위이자 생산량 대비 와인 수출 비중이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르헨티나는 소고기에 와인을 곁들이느라 수출할 와인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 말벡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품종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한다. 심지어 말벡 중에도 섬세하고 우아한 레드 와인이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생산자가 바로 엘 에스테코(El Esteco)다. 서울 한남동의 한식 레스토랑 마니록에서 엘 에스테코의 수출 담당 매니저 안토니 후인(Anthony Huynh)을 만나 에스테코 올드 바인 시리즈(Old Vines series) 와인 3종을 함께 마시며 자세한 얘기를 들어 보았다.


[엘 에스테코의 수출 담당 매니저 안토니 후인]


엘 에스테코는 1892년 프랑스인 다비드 미셀(David  Michel)과 이탈리아계 아내 가브릴라 토리노(Gabrila Torino)가 설립한 와이너리에서 출발했고, 2000년 엘 에스테코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들이 자리 잡은 곳은 살타(Salta) 지역의 칼차키 밸리(Calchaqui Valley).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멘도사(Mendoza) 지역에서 북쪽으로 1,000km나 떨어진 거리다. 포도밭은 해발 1,700~3,000m에 위치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포도밭으로 알려졌다. 상당히 외진 지역으로 포도 말고는 재배하는 농작물도 거의 없다고 한다. 칼차키 밸리의 와인 생산량 또한 아르헨티나 전체의 2%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품질은 멘도사 와인 못지않다. 무엇보다 그 개성이 멘도사와 사뭇 다르다.


엘 에스테코는 칼차키 밸리에 760 헥타르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면적의 18%에 달하며, 칼차키 밸리 와이너리들 중 가장 넓은 면적이다. 칼차키 밸리의 맑은 공기와 강렬한 햇빛, 거친 테루아, 그리고 큰 일교차 덕분에 복합적인 아로마와 밀도 높은 풍미, 싱그러운 산미가 살아있는 포도를 생산할 수 있다. 수석 와인메이커 알레한드로 페파(Alejandro Pepa)와 와인 컨설턴트 프란시스코 텔레체아(Francisco Tellechea)는 이렇게 광활한 면적에서 재배한 포도 중 양질의 포도를 엄선해 칼차키 밸리의 정수를 담은 와인을 만든다. 


[엘 에스테코 올드 바인 토론테스]


엘 에스테코 와인은 전반적으로 산뜻하고 섬세하며 온화하다. 안토니 후인은 “그렇기 때문에 한식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식 레스토랑 마니록의 음식들과도 아주 잘 어울렸다. 첫 와인 엘 에스테코 올드 바인 토론테스(El Esteco Old Vines Torrontes) 2022는 장미, 인동덩굴 등 향긋한 꽃향기와 잘 익은 복숭아, 열대과일 풍미가 온화하게 드러났다. 부드러운 질감과 정제된 신맛, 영롱한 미네랄은 피니시까지 이어지며 우아한 미감을 선사했다. 마늘로 맛을 내 시금치를 곁들인 맛조개는 물론 매콤한 참골뱅이 무침과 아주 잘 어울렸다. 앞으로 골뱅이 무침을 먹을 때마다 토론테스 품종이 떠오를 것 같다. 경험해 본 토론테스 중 가장 인상적인 와인이었달까. 토론테스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으로 화사한 꽃향기와 친근한 과일 풍미가 특징이다. DNA 분석 결과 토론테스는 한국에서는 모스카토(Moscato)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뮈스카(Muscat)와 파이스(Pais)로 더 유명한 크리요자(Criolla)의 교배종이라고 한다. 


엘 에스테코 올드 바인 토론테스는 1945년 식재한 고목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한다. 레이블의 포도나무 사이에 금빛으로 적혀 있는 숫자가 바로 포도나무 식재 연도다. 두 번째로 마신 엘 에스테코 올드 바인 말벡(El Esteco Old Vines Malbec) 2021에 사용한 포도는 1946년 식재한 나무에서 수확했다. 검은빛 감도는 보라색에 바이올렛과 허브 아로마, 밀도 높은 블루베리 풍미가 말벡의 특성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입에 넣으니 일반적인 멘도사 말벡에 비해 신선한 산미와 비단처럼 부드러운 타닌, 검붉은 베리의 싱그러운 풍미가 인상적이다. 그래서인지 어만두, 생대구살과 으깬 감자를 섞어 통밀 크래커에 얹어먹는 대구감자 등 생선을 주재료로 한 음식과 훌륭하게 어우러졌다. 연이어 나온 다진 돼지고기와 표고버섯, 매콤한 청양고추로 만든 고기 완자와도 잘 어울렸음은 물론이다. 숯불구이나 바비큐 같은 고기 요리와 마셔도 좋겠지만, 진한 레드 와인임에도 일상적인 식사의 다양한 반찬에 곁들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은 엘 에스테코 올드 바인 카베르네 소비뇽(El Esteco Old Vines Cabernet Sauvignon) 2021. 1947년 식재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를 사용했다. 매콤한 허브 스파이스와 민트 아로마, 블랙커런트와 블랙베리 등 검붉은 베리 풍미가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의 특성을 영락없이 보여준다. 말벡보다는 촘촘한 타닌과 살짝 강한 신맛 덕분에 조금 더 견고한 구조감을 느낄 수 있었다. 더덕장아찌를 곁들인 한우 채끝구이와 함께 마셨는데 더할 나위 없었다.


[엘 에스테코 올드 바인 토론테스(좌), 말벡(가운데), 카베르네 소비뇽(우)]


엘 에스테코 올드 바인 시리즈는 매년 와인 전문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날 시음한 올드 바인 토론테스 2022는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94점, 올드 바인 말벡 2021은 제임스 서클링과 팀 앳킨스(Tim Atkins) 모두 94점, 올드 바인 카베르네 소비뇽 2021은 제임스 서클링 92점, 팀 앳킨스 93점을 받았다. 점수가 다는 아니지만 이렇게 꾸준히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는 품질을 갖췄다는 의미다. 생각해 보니 1945년, 1946년, 1947년에 태어난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은사님 등 소중한 분들께 선물로 드려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드 바인 시리즈는 양조 및 숙성에 오크통을 사용하지 않아 풍성한 과일 풍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음식과의 조화도 뛰어나다. 안토니 후인은 한국에서도 와인을 마실 때 양식 같이 전형적인 페어링만 고집하기보다 한식 등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과 즐겨 보기를 권했다. 이날 마신 올드 바인 토론테스, 말벡,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음식 친화적인 와인들이라면 충분히 그래도 될 것 같다. 편하게 즐겨 보자. 한식과 함께.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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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7.29 09:34수정 2025.07.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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