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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므롤 명가 '샤토 라플뢰르', 2025 빈티지부터 '뱅 드 프랑스' 전환 선언

[샤토 라플뢰르, 출처: 샤토 라플뢰르 공식 웹사이트]


지난 8월 24일, 보르도 포므롤(Pomerol)의 최고 와이너리 중 하나로 꼽히는 샤토 라플뢰르(Château Lafleur)가 2025년 빈티지부터 출시되는 모든 와인을 AOC 포므롤이나 AOC 보르도 대신 '뱅 드 프랑스(Vin de France)'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주류 전문 매체 <드링크 비즈니스(Drinks Business)>에 따르면, 라플뢰르 측은 가속화되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기존 AOC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재배와 양조 방식을 통해 포도밭의 지속 가능성과 와인의 품질, 그리고 와이너리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라플뢰르는 지난 20여 년간 보르도 지역에서 나타난 기후 변화를 이번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2003년 기록적인 폭염 이후 극단적인 기상이 반복되면서 포도 재배 환경이 빠르게 변했고, 특히 2019년과 2022년의 심각한 가뭄과 폭염을 겪으며 변화의 강도를 실감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라플뢰르는 2012년부터 포도밭의 기상 조건과 토양, 수분 상태를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멀칭(Mulching)과 그늘막 설치, 수관 관리, 시험적 관개 등 다양한 재배 방식을 실험하며 대응책을 모색해 왔다. 


특히 2025년에는 이러한 기후 변화의 영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3월 강수량은 평년 대비 73% 부족했고, 5월부터 8월까지는 의미 있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기온이 크게 상승하면서 햇볕에 노출된 포도송이의 온도가 49.7도까지 올라갔다. 이에 라플뢰르는 수관 높이를 약 30% 낮춰 수분 증발과 알코올 도수 상승을 억제하고, 캐노피를 촘촘하게 조정해 열 스트레스와 복사열로부터 포도를 보호했다. 또한 6월 중순부터는 토양의 수분 보유 능력이 가장 낮은 일부 구획에 약 15cm 깊이의 국소 관개를 도입하는 등 포도밭 관리 방식을 대폭 조정했다. 그 결과 극단적인 기후 조건 속에서도 포도는 건강하게 익었고, 산도와 알코올의 균형을 유지한 채 고품질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라플뢰르 측은 이러한 결과를 “예상된 성과이자 관리의 결과”라고 평가하면서도, 현행 AOC 체계 아래에서는 이러한 대응을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토양 수분 보유력에 맞춘 저밀도 식재, 토양 증발을 줄이기 위한 멀칭, 포도나무 보호를 위한 그늘막 설치, 조기 관개 허용과 수자원 관리 체계 정비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와인메이커 줄리 & 바티스트 기노도(Julie & Baptiste Guinaudeau), 출처: 샤토 라플뢰르 공식 웹사이트]


그러나 라플뢰르 측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와이너리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872년부터 이어져 온 포도밭의 테루아와 고유한 유전적 유산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입장이다. 병해 저항성을 이유로 외래 품종을 도입하는 대신, 현재 허용된 품종만으로도 포므롤 특유의 개성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2025년 빈티지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화이트 와인인 '샹 리브르(Champs Libres)'와 '그랑 빌라주 블랑(Grand Village Blanc)'의 수확은 이미 마쳤으며, 첫 메를로 수확도 임박했다고 전했다. 라플뢰르 측은 “2025년은 단순히 위대한 빈티지를 넘어 모든 면에서 비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급변하는 기후 환경 속에서도 와이너리의 정체성과 품질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이러한 움직임이 보르도 전반의 논의와 생산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프로필이미지박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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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9.02 09:00수정 2026.03.2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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