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롭게 마스터 오브 와인(MW)의 자격을 얻은 첸 재니스 왕(Qian Janice Wang) MW는 최종 관문인 '리서치 페이퍼'에서 와인의 '산도(acidity)'에 대해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가 하는 주제를 다루었다. 이 논문은 와인의 산도를 표현하는 기존 방식과 그 한계, 그리고 향후 과제를 심도 있게 고찰한 연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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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많은 와인 전문가들은 산도를 단순히 '높다', '낮다'라는 양적 평가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감각적 형용사와 기술어를 덧붙인다. 이는 와인의 총산도(TA)나 pH가 나타내는 수치 범위가 비교적 한정적이고, 비슷한 수치를 가진 와인이라도 실제 체감되는 인상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마스터 오브 와인' 프로그램에서는 학생들에게 산도를 질적으로 평가하고 묘사하도록 요구한다. 자연히 학생들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특정 기술어에 익숙해지게 된다. 예컨대 동일하게 높은 산도를 지닌 와인이라도 'bright, crisp, fresh, steely, bracing, zesty, sharp, broad' 등 다양한 표현으로 묘사할 수 있다. 이들 표현은 'bright acidity' 같은 시각적, 'broad acidity' 같은 공간적, 'sharp acidity' 같은 형태적, 혹은 'hard acidity'처럼 촉각적 은유까지 아우르는 다감각적 메타포라 할 수 있다.
한편, 닉 잭슨(Nick Jackson) MW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다룬 저서 <비욘드 플레이버(Beyond Flavour)>에서 포도 품종이 재배되는 테루아와 무관하게 고유한 산도의 형태적 패턴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이는 한 모금을 입에 머금은 순간부터 피니시까지, 산도의 감각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묘사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슈냉 블랑(Chenin Blanc)을 들며, 이 품종은 크레센도(crescendo), 즉 시간이 지날수록 점진적으로 산도가 고조되는 형태를 보인다고 설명한다. 그는 슈냉 블랑을 입 안에 오래 머금고 있을 경우 처음에는 산도가 크게 느껴지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강렬한 산도가 인지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이러한 산도의 질적 기술어가 과연 얼마나 논리적이고 과학적 근거를 가지는가? 더 나아가, 와인 전문가들 사이에서 실제로 일관된 표현 패턴이 존재하기는 하는가? 와인을 학문적으로 깊이 연구하는 사람조차도 이러한 은유적 표현이 객관적인 실체를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그럴듯한 수사에 불과한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블라인드 테이스팅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steely'와 'fresh' 혹은 'bright'와 같은 표현으로 산도의 질적 차이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오만하면서도 동시에 심오한 행위인지 체감할 것이다. 사실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는 산도의 '양적' 평가만으로도 이미 쉽지 않다. 산도는 타닌, 알코올, 잔당, 풍미, 탄산 유무 등 와인의 다른 구성 요소에 큰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서빙 온도, 시음자의 컨디션, 신맛 수용체의 민감도에 따라서도 다르게 지각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와인은 본질적으로 산도가 높은 음료이며, 우리가 마시는 대부분의 균형 잡힌 와인들 역시 산도 면에서는 '도토리 키재기'인 경우가 많다.
이처럼 합리적인 의문을 품고 있던 차에, 첸 재니스 왕 MW의 논문은 오랫동안 느껴온 갈증을 일정 부분 해소해 주는 반가운 자료였다. 그녀는 대표적인 고산도 품종인 리슬링(Riesling)과 슈냉 블랑(Chenin Blanc)의 드라이 와인을 대상으로, 산도를 표현하는 언어가 실제 화학적 산 조성이나 시간에 따른 감각적 차이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발표했다. 그녀의 논문에 제시된 주요 결과와 시사점을 나의 개인적 견해와 함께 정리해 봤다.

[출처: 챗GPT 생성 이미지]
개념적 산도 표현의 패턴
머릿속 이미지와 실제 경험의 차이
그러나 실제 블라인드 테이스팅 상황에서는 이러한 패턴이 무너지며, 산도 표현이 단순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첸 재니스 왕 MW의 논문에 따르면, 설문조사에서는 'bracing'이 주로 슈냉 블랑과 연결됐으나, 실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는 오히려 리슬링과 더 강하게 연관되었다. 이는 전문가들의 '이상화된 개념적 이미지'와 실제 와인 경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보여준다. 특히 리슬링과 슈냉 블랑이 대표 품종으로 자리 잡지 못한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의 와인을 테이스팅할 경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산도 표현의 일관성이 뚜렷하게 약화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산도 표현과 후각적 풍미의 상관성
와인의 산도 표현은 단순히 화학적 구성 성분뿐 아니라 후각적 풍미 지각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첸 재니스 왕 MW의 논문에 따르면, 시음자가 코클립을 착용한 상태에서 산도를 평가했을 때 산도 기술어의 사용이 단순화되었으며, 특히 'racy'와 'bracing' 같은 표현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는 후비후각과 미각이 결합해 풍미 인식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레몬과 같은 강한 신맛의 풍미가 더해지면 산도 지각은 강화되지만, 풍미가 차단되면 산도의 양적 인식뿐 아니라 질적 기술어 사용 또한 제한된다. 비과일적 풍미 요소가 많은 알자스 리슬링이 종종 'mineral acidity'라는 표현으로 묘사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을 잘 뒷받침한다. 더 나아가,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와인의 당분은 산도 인식을 완화시키는 반면, 와인 속에 녹아 있는 탄산(CO₂)은 산도 지각을 더욱 강화한다. 이는 CO₂가 신맛 수용체를 활성화시키고, 혀에 날카롭고 따끔거리는 감각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산의 조성과 산도 표현
산도 기술어는 와인이 지닌 산의 화학적 조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와인에는 일반적으로 주석산(tartaric acid)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 외에 말산(malic acid), 그리고 말로락틱 발효 여부에 따라 생성되는 젖산(lactic acid)과 소량의 구연산(citric acid) 등이 존재한다. 산의 조성은 품종, 기후, 재배 방식(캐노피 등), 양조 방법(감산, 탈산, 젖산발효 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달라진다. 첸 재니스 왕 MW의 논문과 여러 실험 결과에 따르면, 주석산은 'racy, steely, metallic'으로 사과산은 'fresh, zesty'와 같은 표현으로, 젖산은 'broad, roundness'로, 구연산(citric acid)은 'lemony(레몬과 같은 신맛)'으로 묘사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산의 화학적 성분 차이는 산도의 질적 평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이 관계를 보다 과학적으로 규명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산도 기술어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산도의 시간적 특성과 기술어 표현
산도의 감각적 특성과 이에 대한 기술어는 산도가 최고 강도에 도달하는 시점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첸 재니스 왕 MW의 연구에 따르면, 리슬링은 슈냉 블랑보다 누적 산도(AUC)와 최대 강도(Imax)가 유의하게 더 높았으며, 최고 강도에 더 빠르게 도달했다. 반대로 슈냉 블랑은 절정에 도달하는 시간이 더 느렸으며, 실제 실험에서도 평균적으로 리슬링보다 약 10초 늦게 산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는 닉 잭슨 MW가 제시한 슈냉 블랑의 '크레셴도(crescendo) 산도' 개념을 잘 뒷받침한다. 요약하면, 리슬링은 더 강하고 빠른 산도 인식을, 슈냉 블랑은 점진적이고 늦게 고조되는 산도를 보였다. 또한 빠르게 산도가 인식되는 와인에는 'sharp, racy, crisp, bracing'과 같은 표현이, 느리게 산도가 고조되는 와인에는 'broad'라는 기술어가 더 자주 사용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산도의 시간적 인식이 단순히 품종 차이에만 기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학적 분석 결과, 산도의 시간적 지각과 가장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인 요소는 에탄올이었으며, 알코올 함량이 높을수록 Tmax 값이 증가했다. 즉,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은 입안에서 산도가 최고 강도에 도달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향을 보였다.
정리한대로 산도를 묘사하는 언어는 단순히 '산의 양'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산의 종류, 비산성 성분, 시간적 변화, 후각과 풍미의 결합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전형적 산도 기술어'는 과학적 인과 관계와 충분히 수립되지 않았으며, 머릿속 개념과 실제 블라인드 테이스팅 경험 사이에서도 간극이 존재한다. 따라서 첸 재니스 왕 MW는 산도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전문적이고 일관되게 하기 위해서 체계적인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실제 와인의 산·당·알코올·탄산을 조절한 훈련을 통해 지각의 변화를 이해하고, '15초 규칙'과 같은 시간 요소를 포함해 산도의 동적 지각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등이다.
와인은 본질적으로 복합적이다. 그 수많은 구성 요소 중 단 하나의 축인 산도를 두고도 이토록 많은 과학적·문학적 탐구가 가능하다. 와인은 과학과 예술이 완벽하게 교차하는 결정체이며, 테이스팅 커뮤니케이션은 그 교차점을 가장 멋지게 발현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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