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와인 전문지 <디캔터(Decanter)>는 “K-컬처의 세계적 확산이 한식의 글로벌 인기를 견인하며, 와인과의 새로운 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하며 한식과 와인의 페어링에 주목했다. K-팝과 K-드라마의 성공에 이어 세계 주요 도시 곳곳에 한국 레스토랑이 늘어나면서, 김치를 넘어선 대담한 맛과 질감이 세계 미식가들에게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디캔터는 한식이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이유로 '발효'를 꼽았다. 한국 음식의 풍미는 토착 효모와 자연 발효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특성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내추럴 와인 트렌드와 맞물리며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한식의 발효 풍미가 내추럴 와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두 문화가 서로의 개성을 보완한다는 설명이다.
유럽식 와인 페어링에 익숙했던 소믈리에들도 한식에 맞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런던의 한 한식 레스토랑 관계자는 “참깨는 섬세한 화이트 와인의 향을 덮거나 쓴맛을 유발할 수 있어 페어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시도를 거치며, 생선이나 채소 중심 요리에는 밝고 아로마틱한 화이트 와인, 육류 요리에는 살짝 칠링된 향긋한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린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요리의 매운맛, 단맛, 감칠맛, 그리고 발효 정도를 고려해 와인을 고르면 한식과의 조화를 더욱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매운 요리에는 비오니에(Viognier)처럼 풍부하고 과일향이 두드러진 화이트 와인이나, 올드바인 아시르티코(Assyrtiko), 절제된 스타일의 뉴월드 시라(Syrah)가 잘 어울린다. 불고기처럼 단맛이 도는 육류 요리에는 부르고뉴 레드, 네비올로(Nebbiolo), 론(Rhône) 블렌드 와인이 좋은 선택으로 소개됐다.
또한 김치나 장아찌처럼 발효된 음식에는 산도와 생동감이 돋보이는 드라이 리슬링(Riesling)이나 바르베라(Barbera)가 적합하며, 견과류 향이 있는 산화 숙성 화이트나 오렌지 와인도 훌륭한 궁합을 이룬다. 일부 전문가는 오렌지 와인의 독특한 풍미가 파전이나 매운 해물 짬뽕 등 대담한 맛의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디캔터는 기사에서 대표적인 한식과 와인의 페어링 사례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바삭한 한국식 치킨에는 샴페인이 가장 잘 어울린다. 기포의 청량감이 매콤하고 달콤한 양념의 농도를 상쇄해 주며, 과일향이 풍부한 블랑 드 누아(Blanc de Noirs) 스타일은 양념의 진한 맛을 균형 있게 잡아준다.
불고기처럼 단맛과 훈연 향이 어우러진 고기 요리에는 네비올로 계열의 라이트~미디엄 바디 레드 와인이 적절한 조합으로 소개됐다. 밝은 산도와 섬세한 타닌이 불고기의 진한 풍미를 조화롭게 받쳐준다는 것이다.
또한 김치전과 같은 감칠맛을 가진 요리에는 산화 숙성 와인이 좋은 궁합으로 꼽혔다. 특히 피노(Fino)나 아몬티야도(Amontillado) 셰리는 김치의 산미와 전의 기름진 질감을 동시에 잡아주며, 산화 숙성된 쥐라 화이트나 뱅 존(Vin Jaune) 역시 훌륭한 대안으로 언급됐다.
한편, 디캔터는 한식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와인뿐 아니라 막걸리, 청주, 소주 등 전통주와의 페어링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이러한 음료가 와인 리스트에 오르며, 한식과 주류의 조화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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