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시기 좋은 계절 가을,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앞에 위치한 지에프비노(GF VINO) 빌딩 5층에서 칸티나 자카니니(Cantina Zaccagnini) 루프탑 시음회가 열렸다. 칸티나 자카니니는 1978년 이태리 로마 동남쪽 볼로냐 페스카라(Pescara) 지방에 설립된 와이너리다. 단지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예술과 연계해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와인을 추구한다. 또한 자연 친화적인 농법과 양조 방식을 통해 자연을 보호하고, 건강한 와인을 지속적으로 만들길 원한다. 한국을 방문한 칸티나 자카니니의 수출 담당 선임 매니저 피에르 엔조 로아냐(Pier Enzo Roagna)를 시음회에서 만나 칸티나 자카니니의 와인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칸티나 자카니니의 수출 담당 선임 매니저, 피에르 엔조 로아냐]
칸티나 자카니니의 플래그십 와인을 보면 병목에 작은 나뭇가지가 장식돼 있다. 와이너리와 와인 이름은 기억하지 못해도 이 특징적인 나뭇가지는 한 번 보면 잊기 어렵다. 이 나뭇가지 장식은 와이너리 설립 시기부터 시작됐다. 와인 애호가들이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개성 있는 병을 만들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와인'이라는 의미를 담는 것이었다. 설립자는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를 더하는 게 아니라, 와인과 예술 사이에 강한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 나뭇가지나 사용하지 않고, 소유한 포도밭에서 가지치기한 나무를 사용했다. 손질과 병에 묶는 것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각 나뭇가지 모양과 묶인 모습 또한 모두 다르다. 보틀 하나하나가 개성을 갖춘 작은 예술작품인 셈이다.

[칸티나 자카니니 와인 셀러에 설치된 예술 작품 (출처: www.cantinazaccagnini.it)]
설립자 마르첼로 자카니니(Marcello Zaccanini)는 '예술 없는 와인은 반쪽짜리'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와이너리 곳곳에 회화, 조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전시했다. 세계 여러 나라 예술가들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와이너리와 포도밭에서 아트 이벤트를 자주 개최한다. 와인을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감각의 예술로 경험하길 바라는 것이다. 칸티나 자카니니는 다양한 포도원 투어와 테이스팅 코스를 운영하고, 수영장이 딸린 숙소도 마련돼 있다. 로마에서 동쪽으로 쭉 뻗은 도로를 타고 두 시간이면 칸티나 자카니니에 도착할 수 있으니,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방문해 보아도 좋겠다.
칸티나 자카니니의 와인들은 일상적으로 즐기기 좋은 스타일이다. 풍미가 명확하면서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아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음식과의 궁합도 상당히 좋다. 가성비도 뛰어나다. 로아냐 수출 담당 매니저는 '우리의 철학은 품질이 뛰어난 일상용 와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와인과 샐러드, 피자, 파스타 등 일상적인 음식과의 조화를 강조한다. 요즘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음식과도 아주 잘 어울린다. 예를 들어 화이트 와인들은 생선회나 모둠전과, 레드 와인은 삼겹살이나 불고기 같은 육류 요리와 곁들이기 좋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거주한 경험이 있는 로아냐 매니저도 한식을 즐겨 먹었으며, 와인도 자주 곁들였다. 특히 참치김밥을 즐겨 먹었는데,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나 페코리노(Pecorino)와 찰떡궁합이라고 한다. 고기만두도 좋아하는데, 곁들일 와인으로 로제 와인 체라수올로 다브루쪼(Cerasuolo d'Abruzzo)를 추천했다. 예쁜 체리 컬러에 어울리는 풍부한 과일 풍미가 고기만두의 풍미와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다고 한다. 불고기 같은 고기 요리와는 레드 와인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Montepulciano d'Abruzzo)다.

[루프탑 시음회에서 제공한 칸티나 자카니니의 와인들]
칸티나 자카니니의 와인들은 주로 아부르쪼의 토착 품종들로 만들어진다. 한국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알고 나면 모두 매력적인 품종들이다. 트레비아노(Trebbiano)는 앞서 언급한 피노 그리지오와 더불어 이탈리아 전역에서 널리 재배되는 화이트 품종이다. 산뜻한 과일 풍미를 다채롭게 표현하는 품종으로, 특히 여름철에 시원하게 즐기기 좋다. 또 다른 화이트 품종 페코리노(Pecorino)는 피노 그리지오보다 바디감이 있고 구조가 단단한 편이다. 아브루쪼의 개성을 잘 표현한다.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는 아부르쪼를 대표하는 레드 품종이다.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로 잘 알려진 이 품종은 짙은 루비색, 풍부한 과실향, 부드러운 타닌이 특징이다. 칸티나 자카니니의 중심을 이루는 품종이기도 하다. 체라수올로 다브루쪼는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품종으로 만든 로제 와인으로, 색이 진하고 향이 풍부하다. 일반적인 로제보다 풍미가 명확해 누구나 즐기기 좋다.
칸티나 자카니니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고품질 와인을 추구한다. 가격은 합리적이지만 생산 과정은 철저하게 프리미엄 와인을 기준으로 한다. 칸티나 자카니니의 와인들은 친근한 스타일에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 일상의 저녁 식탁에 한두 잔을 곁들이기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한 병을 끝까지 마시기도 좋다. '매일 즐기기 좋은 와인'이라는 평을 듣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번 루프탑 시음회에 제공된 와인들도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로아냐 매니저는 “와인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건 함께 즐기는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잔의 와인으로 하루를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루프탑 시음회에서 만난 칸티나 자카니니의 와인들을 간단히 소개한다.

자카니니, 트랄체토 피노 그리지오 Zaccagnini, Tralcetto Pinot Grigio
투명한 옅은 노란색. 신선한 청사과, 배, 열대과일 향 뒤로 은은한 허브 뉘앙스가 감돈다. 입안에서는 가벼운 바디에 신선한 산미가 깔끔한 미감을 선사하며 잔잔한 미네랄이 여운을 남긴다. 일찍 수확해 줄기를 제거한 포도를 진공 압착해 프리런 주스를 추출하고, 저온에서 열흘 정도 발효한 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해 병입한다.
자카니니, 트랄체토 트레비아노 다부르쪼 Zaccagnini, Tralcetto Trebbiano d'Abruzzo
짚색 감도는 옐로 컬러. 흰 과육 풍미에 감귤 향이 어우러지고, 건과 힌트가 더해진다. 입에서는 단아한 구조감에 산뜻한 산미가 느껴지며, 중용적인 과일 풍미가 피니시까지 편안하게 이어진다. 다양한 음식과 곁들이기 좋은 음식 친화적인 스타일. 일찍 수확한 포도를 진공 압착해 맑은 부분만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저온 발효한 다음 3개월 숙성해 병입한다.
자카니니, 트랄체토 페코리노 아브루쪼 Zaccagnini, Tralcetto Pecorino Abruzzo
풀빛이 도는 옐로 골드 컬러. 흰 자두 풍미와 레몬 제스트 향기에 노란 꽃과 민트 허브 힌트가 살짝 더해진다. 입에서는 둥근 질감을 타고 감귤류의 산뜻한 신맛, 은근한 미네랄 뉘앙스가 피니시까지 명확한 인상을 남긴다. 톡톡 튀는 발랄함과 온화한 편안함을 겸비한 와인으로 몇 년 정도 숙성해 즐겨도 좋다. 부드럽게 압착한 페코리노를 영하의 온도에서 침용(cryo-maceration)한 후 프리런 주스만 저온 발효해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숙성한다.
자카니니, 트랄체토 체라수올로 다브루쪼 Zaccagnini, Tralcetto Cerasuolo d'Abruzzo
이름처럼 체리빛 감도는 로제 컬러에 걸맞게 딸기, 체리, 석류 등 붉은 과일 풍미가 밀도 높게 드러난다. 입에서는 미디엄 바디에 가벼운 신맛과 짭조름한 미네랄이 조화를 이루며, 향긋한 과일 풍미로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줄기를 제거한 몬테풀치아노를 진공 압착해 영하의 온도에서 침용한 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양조해 병입 전까지 숙성한다.

자카니니, 트랄체토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 Zaccagnini, Tralcetto Montepulciano d'Abruzzo
영롱한 루비 레드 컬러. 블랙베리, 버찌 등 검붉은 베리의 진한 풍미에 감초 같은 스위트 스파이스 힌트가 더해진다. 입에 넣으면 미디엄 바디에 가벼운 타닌, 적당한 신맛이 조화를 이루며, 가벼운 바닐라 오크 힌트가 편안하다. 줄기를 제거한 포도를 온도 조절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침용 및 발효한 후 병입 전까지 효모 잔여물과 함께 숙성한다.
자카니니, 트랄체토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 리제르바 Zaccagnini, Tralcetto Montepulciano d'Abruzzo Riserva
가넷빛 감도는 깊은 루비 레드 컬러. 자두, 체리 등 진한 과일 풍미와 함께 담뱃잎, 가죽, 바닐라 뉘앙스가 명확히 드러난다. 입에 넣으면 촘촘한 타닌과 적절한 산미가 밸런스를 이루어 탄탄한 구조를 형성한다. 깊은 과일 풍미만큼이나 짙은 오크 뉘앙스가 매력적인 와인. 줄기를 제거한 포도를 파쇄해 50헥토리터 오크통에서 28~30°C로 15~20일 동안 침용 및 발효한다. 이후 포도즙만 오크통으로 옮겨 최소 9개월, 병입 후 최소 6개월 숙성한다.
자카니니, 크로니콘 몬테풀치아노 다브루쪼 Zaccagnini, Chronicon Montepulciano d'Abruzzo
보랏빛 감도는 진한 루비 컬러. 향긋한 바이올렛 향기, 잘 익은 검은 체리, 블랙베리 풍미에 발사믹 뉘앙스가 더해져 복합적인 인상을 선사한다. 입에서는 부드러운 타닌과 싱그러운 산미가 편안하며, 백후추와 바닐라 뉘앙스가 미묘하게 감돈다. 트랄체토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에 비해 조금 더 섬세한 스타일. 줄기를 제거한 포도를 파쇄해 온도 조절 탱크에서 15일 정도 침용 및 발효한다. 이후 오크통에서 6~9개월 숙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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