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명품의 정수가 깃든 토스카나의 와이너리, 포데르누오보

[포데르누오보의 소유주, 지오반니 불가리]


“보석은 빛을 다루지만, 와인은 시간과 땅을 다룬다.” 포데르누오보(Podernuovo)의 설립자 지오반니 불가리(Giovanni Bulgari)의 말이다. 그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불가리 창립자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 Bulgari)의 4대손이다. 아버지 파올로 불가리(Paolo Bulgari)는 그룹 회장을 지낸 인물로, 불가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주역이다. 하지만 그는 명품 보석의 반짝임 대신 흙과 포도의 향기를 택했다. 그리고 그는 불가리와의 연계를 그다지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불가리와 가문의 이야기를 서두에 적는 걸 마뜩잖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애호가의 입장에선 이런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저 가문의 후손일 뿐이라면 간단히 언급만 하고 넘어가면 되겠지만 포데르누오보의 와인 콘셉트는 명품의 정수를 반영하고 있다. 그는 보석 대신 흙을 택했지만, 그의 와인에는 명품과 같은 섬세함과 세밀함이 깃들어 있다. 안다즈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식 레스토랑 조각보에서 수입사 (주)와이넬의 김인경 본부장으로부터 포데르누오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수입 와인을 포함한 포데르누오보의 와인 6종을 맛볼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다. 


[김인경 와이넬 마케팅 본부장] 


포데르누오보는 '새로운 포도원(New Estate)'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설립한 지 20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와이너리다. 지오반니 불가리는 2000년대 초반 아버지와 함께 토스카나 남부 팔라조네(Palazzone) 마을 근처 땅을 매입했다. 토스카나와 움브리아, 라치오 세 주의 경계에 위치한 곳으로 오래된 올리브 밭이 있던 곳이다. 당시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지오반니는 이곳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와인이 공존할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곳을 개간해 2007년 첫 포도나무를 심었고, 2009년 첫 포도를 수확했다. 그리고 드디어 2012년 와이너리 건물을 완공했다. 


현재 포데르누오보의 포도밭은 총 26헥타르이며, 22헥타르는 토스카나에 있다. 점토와 석회암이 섞인 토양 덕분에 레드 와인용 품종 재배에 적합하고, 탄탄한 구조감과 미네랄 뉘앙스를 겸비한 와인을 생산한다. 토착 품종인 산지오베제(Sangiovese), 그리고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카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말벡(Malbec) 등 국제 품종을 재배한다. 나머지 4헥타르는 움브리아에 있다. 자갈과 화석 조개껍질이 섞인 모래질 토양으로 화이트 와인용 품종 재배에 적합하다. 토착 품종 그레케토(Grechetto)와 국제 품종 샤르도네(Chardonnay)를 재배해 단 하나의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데, 놀랄 만큼 신선하고 생동감이 넘친다.


[포데르누오보 와이너리 전경, 제공: 와이넬]


포데르누오보는 화려함보다 절제된 우아함을 추구한다. 와이너리 건물만 봐도 그렇다.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과 인간의 손끝이 창조한 정제된 아름다움의 결합체다. 설계 및 건축은 알비시 & 키리모토(Alvisi & Kirimoto) 스튜디오가 맡았다. 그들의 건축 철학은 자연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지오반니의 생각과 잘 맞아떨어졌다. 와이너리 건물의 3분의 2는 언덕 속에 파묻혀 있고, 외관은 주변 풍경에 완벽히 녹아든다. 이는 와인을 중력으로 자연스럽게 옮기고, 일정한 온도에서 조용히 숙성하는 데 유리하다. 콘크리트와 유리가 만드는 절제된 구조는 미니멀리즘의 정수다. 태양광 패널, 지열 냉난방 시스템은 이 와이너리가 단순히 건축미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포데르누오보의 와인들]


포데르누오보의 와인은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포도는 100% 손 수확하며, 병충해 방제에는 유황과 구리 같은 천연 성분만 사용한다. 와인메이커 자코포 펠리치(Jacopo Felici)는 와이너리 설립 전인 2004년 합류해 포도밭 구성과 와인 생산 방향성을 함께 논의했다. 그는 개입을 최소화하되 필요한 순간에만 세밀하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이 좋은 와인 양조 방향이라고 믿는다. 지오반니 불가리와 자코포 펠리치는 전통과 현대, 자연과 기술, 우아함과 힘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포데르누오보의 와인들은 하나같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와인의 이름에는 불가리 가문의 역사, 그리고 자연에 대한 헌사가 담겨 있다. 



포데르누오보가 만드는 유일한 화이트 와인 니꼴레오(NicoLeo)는 샤르도네(Chardonnay)와 그레케토(Grechetto) 품종을 블렌딩해 만든다. 이름은 지오반니의 두 아들 니코(Nico)와 레오네(Leone)의 이름을 조합해 만들었는데, 개성이 다른 두 품종이 만나 하모니를 이루는 것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처음엔 영롱한 미네랄과 은은한 허브가 잔잔하게 드러난다. 뒤이어 신선한 청사과 풍미가 더해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노란 꽃향기와 완숙 핵과 풍미가 화사하게 피어난다. 입에 넣으면 편안한 질감에 싱그러운 신맛, 깔끔한 여운이 매력적이다. 구수하면서도 달콤한 아몬드 튀일 같은 힌트가 살짝 감도는 것도 인상적이다. 가볍고 신선하지만 들뜨지 않는 우아한 화이트 와인이다. 눈에 띈다면 반드시 맛보길 추천한다. 손 수확한 포도를 부드럽게 압착해 5-6℃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침전물을 가라앉혀 맑은 주스만 따라낸다. 이후 와인의 80%는 14℃의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나머지 20%는 18-20℃의 프렌치 바리크에서 10일간 발효한 후 6-8개월 숙성한다.



스피리디오(Spiridio)소티리오(Sotirio)는 선조에게 헌정하는 와인이다. 둘 다 산지오베제 100%로 양조한다. 소티리오는 불가리 창립자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 Bulgari)의 이름을, 스피리디오는 그의 아들 스피리디오네(Spiridione Bulgari)의 이름을 딴 것이다. 스피리디오는 평균 10년 수령의 어린 포도밭의 포도로 양조한다. 영롱한 루비 컬러에 바이올렛 향기, 라즈베리, 체리, 붉은 자두 풍미가 경쾌하게 드러나며 상쾌한 민트 허브, 시나몬, 정향 뉘앙스가 더해진다. 입에서는 미디엄 바디에 정제된 신맛, 촘촘하지만 매끈한 타닌, 잘 익은 붉은 베리 풍미가 편안하다. 다양한 음식과 즐기기 좋은 스타일로, 일반적인 레드 와인보다 살짝 시원하게 마시는 것이 좋다. 손 수확한 포도를 엄격히 선별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12-18일 발효하며, 시멘트 탱크에서 젖산발효 및 4개월 숙성해 여과한 후 병입한다.  


소티리오는 포데르누오보의 플래그십 와인이다. 검은빛 감도는 짙은 루비 레드 컬러에 정제된 체리와 검붉은 베리 풍미, 고풍스러운 서고에 들어간 듯한 먼지, 미네랄, 마른 장미, 바이올렛, 복합적인 약재와 스파이스 뉘앙스가 인상적이다. 입에서는 풀바디에 촘촘한 타닌과 정제된 신맛이 견고한 구조를 이루며, 벨벳 같은 질감을 타고 밀도 높은 과일 풍미와 정향, 시나몬 뉘앙스가 격조 높게 드러난다. 천천히 변화를 즐겨야 할 와인으로, 20년 이상 장기 숙성 잠재력을 지녔다. 이름과 연계된 스토리 덕에 모임에 가져가거나 선물용으로도 좋다. 4헥타르 싱글 빈야드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하며 헥타르당 생산량을 40 헥토리터로 엄격히 제한해 풍미의 밀도를 높인다. 손 수확한 포도를 부드럽게 압착해 사용하는데, 일부 포도알은 그대로 남겨 탄산 침용을 유도한다. 침용 및 발효는 윗부분이 열린 나무 탱크에서 20-35일 진행하며, 하루 2회 펌핑 오버(pumping over)를 진행해 컬러와 풍미를 충분히 추출한다. 1,000리터 및 500리터 오크통에서 젖산발효 및 18-24개월 숙성한 다음 콘크리트 탱크에서 블렌딩해 6개월, 병입 후 12개월 숙성한다.



테라(Therra)는 '땅'을 의미하며 토스카나 테루아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밀도 높은 루비 레드 컬러에 검은 베리, 블랙커런트, 체리 리커 같은 과일 풍미가 강렬하게 드러나며 감초, 가죽, 스위트 스파이스, 토양 내음이 복합미를 더한다. 입에 넣으면 미디엄 풀바디에 둥근 질감이 느껴지며 농익은 과일 풍미와 함께 발사믹 뉘앙스, 멘톨 힌트가 명쾌하게 드러난다. 산지오베제 50%, 카베르네 소비뇽 30%, 쁘티 베르도 20%를 블렌딩한 슈퍼 투스칸 스타일로, 출시 직후 즐겨도 10년 이상 숙성 후 즐겨도 좋다. 손 수확한 포도를 부드럽게 압착해 사용하는데, 소티리오처럼 일부 포도알은 그대로 남겨 탄산 침용을 유도한다. 침용 및 발효는 25°C 스테인리스 스틸 혹은 콘크리트 탱크에서 15-25일 진행하며, 하루 2-3회 펌핑 오버를 진행한다. 3000리터 오크 배럴에서 젖산발효 및 8-10개월 숙성한 다음 콘크리트 탱크에서 블렌딩해 4-6개월, 여과 및 병입 후 6개월 숙성한다. 



아르지리오(Argirio)는 카베르네 프랑 100%로 양조하는 개성적인 와인이다. 이름은 포도밭의 주요 토양인 점토(Argilla)에서 따왔다. 검은빛이 짙은 루비 레드 컬러에 삼나무, 흑연 향과 블랙베리, 블루베리, 블랙커런트, 절인 체리 등 잘 익은 과일 풍미가 그윽하게 드러난다. 시간이 지나며 파프리카 같은 매콤한 스파이스와 정향, 스모키 뉘앙스, 토양 힌트 등이 섬세하게 더해진다. 풀바디에 부드럽고 우아한 질감의 타닌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손 수확한 포도를 부드럽게 압착하며, 일부 포도알은 그대로 남겨 탄산 침용한다. 침용 및 발효는 윗부분이 열린 나무 및 콘크리트 탱크에서 20-35일 진행하며, 하루 2회 펀칭 다운(punching down)을 진행해 컬러와 풍미를 충분히 추출한다. 225리터 바리크에서 젖산발효 및 12-18개월 숙성한 다음 콘크리트 탱크에서 블렌딩해 4-6개월, 병입 후 12개월 숙성한다.



G33은 지오반니 불가리가 자신의 이니셜을 붙인 아이콘 와인이다. 그가 오크통별로 테이스팅 할 때 이 와인에 사용할 통에 분필로 'G'라고 표시한 것에서 유래했다. 33은 블렌딩 비율이다. 산지오베제, 메를로, 쁘띠 베르도를 각각 3분의 1씩 사용했다. 오직 뛰어난 빈티지에만 극소량 생산하며, 고급 원목 케이스에 담아 출시한다. 짙은 검은빛의 루비 레드 컬러. 농익은 블랙베리, 블루베리, 블랙커런트, 프룬 등 검은 과일 풍미에 향긋한 삼나무와 흑연 뉘앙스가 하모니를 이룬다. 입에 넣으면 촘촘하지만 파우더처럼 고운 타닌이 부드럽고 우아한 질감을 선사하며, 완숙 과일 풍미에 적절한 산미가 어우러진다. 묵직한 풀바디지만 부담스럽지 않으며, 바닐라 오크 뉘앙스의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전형적인 프리미엄 와인으로 25년 이상의 장기 숙성 잠재력을 지녔다. 손 수확한 포도를 부드럽게 압착하며, 일부 포도알은 그대로 남겨 탄산 침용한다. 침용 및 발효는 윗부분이 열린 나무 및 콘크리트 탱크에서 20-30일 진행하며, 하루 2회 펌핑 오버를 진행해 컬러와 풍미를 충분히 추출한다. 225리터 바리크에서 젖산발효 및 30개월 숙성한 다음 콘크리트 탱크에서 블렌딩해 6개월, 병입 후 12개월 숙성한다.



포데르누오보의 진정한 가치는 정교함에서 드러난다. 지오반니 불가리는 주얼리의 세계에서 경험한 디테일의 힘을 와인에도 그대로 적용한다. 포도밭부터 와인 양조까지 모든 것을 섬세하게 관리한다. 심지어 레이블에 그려진 로고까지도 모든 게 정제돼 있다. 로고는 레드 와인을 직접 찍어 그린 듯한 붓터치로 표현했다. 포도밭을 표현한 줄무늬에는 지역과 테루아에 대한 존중을 담았다. 텍스트 폰트와 디자인은 절제된 우아함을 추구한다. 포데르누오보는 시간과 땅, 사람의 손이 함께 만든 살아 있는 명품이다.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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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10.23 12:43수정 2025.11.0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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