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연의 조력자'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와인은 자연에서 시작되고 자연은 때로 예측을 벗어난 변수를 만들기에, 포도 재배와 양조에는 정해진 공식이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몬탈치노에 자리한 스텔라 디 캄팔토(Stella di Campalto)는 자연과의 교감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실천하며 독창적인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다. 주어진 조건 속에서 자연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며 매년 다른 이름을 지닌, 오직 단 한 번만 존재할 수 있는 고유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스텔라 디 캄팔토가 자리한 몬탈치노의 포도원 풍경, 제공: 나라셀라]
스텔라 디 캄팔토는 8헥타르가 채 되지 않는 소규모 포도밭을 운영하는 부티크 와이너리다. 몬탈치노 남쪽의 외진 곳에 자리하며,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펼쳐진 포도밭은 숲이 둘러싸며 경계를 이루고 있다. 와이너리의 이름은 설립자이자 와인메이커인 스텔라 비올라 디 캄팔토(Stella Viola di Campalto)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밀라노 출신인 그녀는 1992년 시아버지에게 결혼 선물로 농지를 물려받았고 포도밭을 재정비한 뒤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포도 재배를 시작했다. 이곳은 원래 1910년부터 농장으로 개발된 산 주세페(San Giuseppe) 포도원이었다. 한동안 방치돼 있던 이 땅은 스텔라가 와이너리를 재건한 이후 새롭게 재탄생했고, 현재는 평론가와 애호가 모두에게 극찬을 받는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마스터 오브 와인(MW)인 팀 앳킨(Tim Atkin)은 몬탈치노의 베스트 와이너리 중 스텔라 디 캄팔토를 '퍼스트 그로스(First Growths)'로 선정하기도 했다.
올해 나라셀라가 스텔라 디 캄팔토의 와인들을 론칭했고, 최근 설립자의 딸인 베아트리체 부온템포(Beatrice Buontempo)가 한국을 찾았다. 현대미술계에서 경력을 쌓아온 그녀는 약 6년 전 몬탈치노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도시에서 모든 것이 정확하고 완벽해야 하는 환경에서 일하던 베이트리체는 와이너리에서의 삶을 통해 “불완전함의 미덕”과 그 자체로 아름다운 “자연스러움”에 대해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자연의 흐름에 따르는 바이오다이내믹과도 연결된다. 스텔라 디 캄팔토는 2002년부터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도입했고, 2005년에는 몬탈치노 최초로 바이오다이내믹 인증을 받았다. 이어 2011년에는 포도밭 각 구획의 미세한 차이를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마싸(Massa)'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각 포도밭이 지닌 개성과 에너지를 존중하며 탄생한 독자적인 표현 방식이다.

[한국을 찾은 베아트리체 부온템포]
“포도밭은 서로 가까이 맞닿아 있어도 각 구획별로 다른 개성과 에너지를 드러냅니다. 단 1미터만 떨어져 있어도 토양 구조가 다르고 그 차이는 곧 와인의 스타일로 이어지죠. 우리는 그런 미세한 차이를 진정으로 포용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9개의 빈야드는 수확과 발효를 모두 따로 진행하고, 같은 빈야드 내에서도 최대 18개 구획으로 세분화해 작업합니다. 발효 후 숙성 단계에 들어가면 어머니는 양조팀과 함께 매주 시음하며 몇 개의 마싸를 만들지 결정합니다. 우리는 100% 산지오베제만 사용하고, 와인이 스스로의 스타일을 드러낼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그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해요. 감각을 일깨우고 통찰을 선사하는 와인이 해마다 다르기 때문에 미리 공식이나 레시피 같은 것은 정해두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각 구획은 테루아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양조팀이 하는 모든 일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며, 그 과정을 거쳐 결정한 스텔라 디 캄팔토의 '마싸'는 인간이 자연의 흐름을 공들여 살피고 결정한 일종의 '큐레이션'과 흡사하다. 2011년 처음 적용한 마싸는 현재 와이너리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의 양조팀에 체계적으로 양조학을 전공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몬탈치노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스텔라가 지금까지 수없이 다양한 시도를 하며 스스로 터득한 방식들을 적용해 왔고, 그런 시행착오와 발견의 과정을 거쳐 지금의 스타일로 진화해 왔다.
스텔라 디 캄팔토는 최종적으로 로쏘 디 몬탈치노로 출시한 와인이라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법적 숙성 기간만큼 길게 숙성하기도 했다. 마싸 개념을 통해 각 병이 모두 특별한 존재라는 관점에서 와인을 대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등급 구분은 이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 그래서 2016년부터는 로쏘 디 몬탈치노와 리제르바는 생산하지 않고 오직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만 만들고 있다.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하며 자연의 리듬을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고 해서 과학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텔라 디 캄팔토는 생태계의 다양성을 존중는 동시에, 그 안에서 가능한 모든 과학적 분석을 병행하며 와인을 만들고 있다. 더 나아가 자신들이 소유한 토양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세 곳의 대학 연구소와 협업해 정밀한 지질학 조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스텔라 디 캄팔토의 빈야드 풍경, 제공: 나라셀라]
“우리는 관개를 하지 않고, 물론 비료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석회암, 사암, 점토질 등 우리가 가진 다양한 토양을 최대한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세부 구획별로 토양 분석을 실시하죠. 토양의 pH는 최고 8.8까지 기록할 만큼 높은 편이며, 배수성도 매우 뛰어납니다. 영양분이 제한된 토양이라 포도나무가 자연스럽게 뿌리를 깊게 내립니다. 토양 분석은 한번에 그치지 않고 매년 반복해 토양 성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가능한 모든 자료와 분석 데이터 축적해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합니다.”
분석은 토양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베레종이 시작된 뒤 포도 샘플링을 하지만, 스텔라 디 캄팔토에서는 포도가 아직 충분히 익지 않은 7월부터 샘플링을 시작한다. 이후 수확 시기까지 당도와 산도, 알코올을 미리 예측하고 변화하는 양상을 면밀하게 살핀다. 베아트리체는 “수확 때까지는 어머니와 함께 포도밭에서 살다시피 한다”고 덧붙였다. 끊임없는 관찰과 분석 과정을 보면 그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조에는 토착효모를 사용하고 온도 조절이 가능한 탱크에서 천천히 발효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개입하는 유일한 작업은 6시간마다 지속적으로 펌프 오버를 진행해 산소를 공급하는 것뿐이다. 일정한 리듬이 중요하기 때문에 밤시간이나 주말에도 예외 없이 이어진다. 이산화황도 사용하지 않는다. 포도와 와인은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셀러가 설계돼 있으며, 숙성 기간에도 매주 배럴 테이스팅을 통해 와인의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한다. 이를 바탕으로 마싸를 어떻게 구성할지 결정하고, 마지막에는 각 와인의 개성이 충분히 드러나는 시점에 맞춰 출시 시기를 정한다.
“시장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 우리의 판단에 따라 출시 시점을 결정합니다. 와인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숙성시키죠. 그래서 출시 연도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현재 2018년과 2019년 빈티지를 시장에서 만날 수 있지만, 2016년 빈티지는 아직 숙성 중입니다. 거의 10년이 흘렀는데 아마 내년에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스텔라 디 캄팔토에서는 싱글 빈야드로 생산한 와인에는 해당 포도밭의 이름을 붙이고, 블렌딩으로 만들어진 와인은 그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을 붙인다. 한 번 사용한 이름을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특정 빈티지의 특정 퀴베가 다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베아트리체와 함께 시음한 두 가지 와인은 2019 빈티지가 '바치아(Bacia)', 2018 빈티지가 '아리아(Aria)'라는 이름이 붙었다. 2019년은 더위가 극심하진 않았지만 일조량이 충분했고, 2018년은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많았던 해였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바치아'(Brunello di Montalcino 'Bacia') 2019는 스텔라 디 캄팔토가 그 해 생산한 세 가지 와인 중 하나다. '바치아'는 이탈리아어로 '키스'를 뜻하며, 와인의 야생 산딸기 아로마와 부드러운 질감에서 영감을 받아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15~17헥토리터의 배럴에서 34개월간 숙성한 뒤 추가로 29개월 병 숙성을 거쳐 출시됐다. 생생한 과일 아로마와 함께 식물성 허브와 버섯의 뉘앙스가 복합적으로 드러나며, 강건한 힘과 뛰어난 구조감으로 활력 넘치는 에너지를 전하는 와인이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아리아'(Brunello di Montalcino 'Aria') 2018은 보다 화사한 아로마가 돋보인다. 레드 커런트의 신선함과 향기로운 꽃 향기가 어우러지며 향신료, 부싯돌, 철분의 뉘앙스도 느껴진다. '아리아'는 이탈리아어로 '공기'를 뜻하며, 이 와인을 생산하는 포도밭 세부 구획의 독특한 공기 순환이 포도의 완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름을 붙였다. 자연의 일부를 의미하는 이름이기도 한데, 시음하면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와인이라는 인상도 준다. 15~17헥토리터의 배럴에서 34개월간 숙성했고, 42개월간 긴 병 숙성을 진행했다.
'바치아' 2019 빈티지는 8537병, '아리아' 2018 빈티지는 4287병만 생산했으며, 병에는 넘버링을 통해 몇 번째 보틀인지 표기했다. 두 와인 모두 산지오베제 100%로 만든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지만 컬러는 마치 피노 누아처럼 여리고, 와인도 그만큼 섬세해 볼이 넒은 부르고뉴 글라스에 즐기는 게 적합하다. 매년 주어진 조건 속에서 다른 와인이 탄생하며, 극히 제한된 수량만 만날 수 있다는 점, 산지오베제의 또 다른 가능성과 매력을 극한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희귀하고 독특하다. 스텔라 디 캄팔토의 철학과 예술적 독창성이 유감없이 담긴 와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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