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 논알코올 와인에 관한 단상


무알코올과 논알코올에는 약간의 구분이 있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다. 이번 칼럼에서는 둘을 동일한 개념으로 간주하고 '논알코올'이라고 표기한다.


몇 년 전 한 와인 시음회에서 논알코올 와인을 권유받아 맛본 기억이 있다. 당시의 평가는 솔직히 말해 '먹을 수는 있다'는 정도였다. 포도가 지닌 근원적인 맛은 모두 빠져나간 듯했고, 벤토나이트가 향까지 모조리 흡수해 남은 것은 물과 즙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쁜 기억이 남은 이후로도 전시장에서 논알코올 와인을 접해 한두 번 더 맛을 보기는 했지만, 대체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근래 들어 마셔본 논알코올 와인 가운데서는 기대를 뛰어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특히 스파클링 와인은 특유의 청량감 덕분에 계속해서 홀짝이게 된다. 논알코올 와인에 대한 나의 생각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 최근 들어 변화한 내 인식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논알코올의 장점

알코올이 없는 와인이 필요할 때가 있다. 얼마 전 여러 기관의 연구원들이 참여하는 회의와 스탠딩 파티를 겸한 행사를 기획한 적이 있다. 문제는 요즘 젊은 연구원들 가운데 술을 마시지 않는 비율이 적지 않다는 점이었다. 축사가 예정돼 있었고, 연구원들은 서로 섞여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눠야 했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와인을 따를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날 행사는 물이나 탄산음료를 제공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는데, 행사가 끝난 뒤 문득 왜 논알코올 와인을 떠올리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고객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논알코올 와인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쟁이라 하더라도 알코올을 마시고 싶지 않는 날이 있다. 요즘처럼 연말이 되면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늘고, 알게 모르게 와인을 마실 기회도 많아진다. 물론 즐거운 자리다. 다만 그 대가로 다음 날이면 가벼운 숙취가 찾아온다. 밤이 되면 다시 와인이 떠오르기도 하지만(알코올 중독은 아니다) 대개는 '오늘은 참아야지' 하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얼마 전, 이런 순간에 논알코올 와인을 마셔 보니 알코올 와인의 대안으로 제격이었다. 적당한 청량감이 있으면서도 와인에 대한 갈증을 충분히 달래 주었다. 식사 자리에서 반주 대용으로 곁들여 보니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데일리 와인을 마시는 날에 종종 논알코올 와인을 마신다면, 알코올 섭취량을 줄여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일반 와인이 절대다수이기는 하지만, 마음의 죄책감만큼은 덜어진다.

 

그냥 마시기에도 나쁘지 않다. 마지막으로 짚고 싶은 것은 품질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과거에는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수준으로 혹평했으나 이제는 과실의 느낌과 산미, 바디감을 잘 살리면서도 알코올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기본적인 맛의 균형을 유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바디감에서 알코올이 주는 약간의 쓴맛이 사라지면서, 의외로 산뜻한 인상을 준다. 더불어 당이 알코올로 전환된 이후 제거되니,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거나 매우 절제돼 있다. 건강식이라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건강한 인상을 준다. 천연 과즙을 이용해 만들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음식과의 조합도 좋고, 늦은 밤 업무를 하며 마실 만한 음료가 마땅치 않을 때에도 논알코올 와인은 충분히 좋은 대안이 된다.


논알코올의 단점

유통기한이 있고 시간이 지난 뒤 맛이 어떨지 모른다. 논알코올 와인은 과실 음료로 분류되고, 그래서 유통기한이 있다. 유통기한이 경과하고 장기 보관했을 때 맛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알코올이 없으니 변질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고, 보관 온도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유통기한 이전의 상미 기간이 짧다면, 단기간 내에 많이 유통되어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텐데,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제한적으로 선택받을 수는 있겠지만, 시장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기에는 한계점이 명확하다.


가격이 여전히 높다. 기호식품으로서 와인이 차지하는 위치는 분명하다. 동시에 알코올 음료라는 범주 안에서 와인이 갖는 위치 역시 명징하다. 그러나 알코올을 내려놓는 순간, 다른 경쟁 구도 속으로 들어가 저렴한 혼합 음료들과 경쟁해야 한다. 그러기에는 논알코올 와인은 가격 경쟁력이 좋지 않다. 와인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적절한 가격일 수 있지만, 다른 음료들과 비교하면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게다가 단맛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소비자를 즉각적으로 사로잡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러한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여전히 논알코올 와인과 맥주에 대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고 와인 전시회에서도 관련 제품이 하나의 주제로 꾸준히 소개되는 이유는 논알코올 음료가 주는 이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선입견이 상당 부분 바뀌어 가고 있다. 알코올 음료에 대한 선호도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지금의 흐름을 고려하면, 어쩌면 논알코올이 시장의 주력으로 자리 잡는 날이 100년 안에는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26년에는 2025년 시장을 요약하는 글로 시작해, 시장을 주제로 한 다양한 칼럼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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