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박인영]
2026년 1월도 어느덧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지난 한 달을 차분히 되짚어 보면 그 사이에도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같은 시간 안에 훨씬 더 많은 주제와 사건들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그만큼 망각의 속도도 빨라지고, 휘발성 정보가 넘쳐나면서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숏폼 콘텐츠를 몇 분에서 길어야 20분 정도 소비하고 나면, 그 시간은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기억 속에서 금세 사라지곤 한다. 어쩌면 시간을 조금 더 천천히 느끼는 방법은 '생각'에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일, 그리고 지금의 흐름을 차분히 돌아보는 과정 말이다.
시장의 상황을 조망한다는 것도 결국 이런 태도와 맞닿아 있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가능한 한 천천히 되짚어 보고, 그 흐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넓은 시야로 바라보는 것. 그렇게 한다면 시간은 우리에게 조금 더 소중하게 다가올지 모른다. 그리고 지난 한 달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새삼 깨닫게 되지 않을까.
서언이 다소 길었다. '지옥 같았다'고 회자되던 2025년이 지나갔다. 이제 수입 와인 시장의 기본적인 통계부터 살펴보자. 물량 기준으로 2025년 국내에 수입된 와인은 487,558헥토리터였다. 이는 2024년 수입량인 463,152헥토리터보다 5.27% 증가한 수치다. 규모만 놓고 보면 2020년의 497,436헥토리터, 2023년의 490,269헥토리터와 유사한 수준이다. 적어도 물량 기준에서는 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종류별 비율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수입 와인 물량 추세(2000~2025년), 제공: 정휘웅]

[수입 와인 금액 추세(2000~2025년), 제공: 정휘웅]
2020년 당시 69.42%였던 레드 와인의 비율은 2025년 51.49%까지 줄어들었다. 비중이 거의 20%가량 줄어들었는데 문제는 그 속도다. 2023년까지도 60.21%가 레드 와인이었는데, 2024년 57.03%로 급격히 줄어들더니 2025년 레드 와인의 비율이 더욱 큰 폭으로 감소했다. 빈 자리는 고스란히 화이트 와인이 차지했다. 2020년 19.37%로 20%가 되지 않았던 화이트 와인의 비중은 2025년 기준 33.74%까지 높아졌다.
금액 기준에서는 여전히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25년 와인 수입액은 총 4억 9백만 달러로, 2024년 대비 7.48% 감소하며 역성장을 기록했다. 품목별 비중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레드 와인의 금액 비중은 50.87%까지 떨어졌고, 화이트는 26.82%, 스파클링은 20.46%를 차지했다. 특히 레드 와인의 비중은 2020년 당시 66.3%였으나, 5년 사이 약 16%포인트 감소했다. 시장 감소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수입액 기준으로 2022년에서 2023년 사이에는 14.26% 감소했고, 2023년에서 2024년 사이에도 8.63% 줄었다. 이후 감소 폭은 다소 완화됐지만, 시장의 하락 추세 자체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 점유율을 보면, 물량 기준에서는 칠레가 22.54%로 1위를 차지했다. 물량 시장은 중위권 국가 간 격차가 크지 않은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뉴질랜드가 중위권을 형성하고 있으며, 미국의 점유율은 7.91%까지 크게 줄어들었다. 2024년 기준 미국의 점유율이 9.95%였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뚜렷하다.
금액 기준에서는 프랑스가 36.97%로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이탈리아·미국 세 국가의 점유율을 합치면 65.12%에 이른다. 과거에는 이들 세 국가가 약 70%에 달하는 금액 점유율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그 지배력이 다소 약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2025년 시장점유율 (물량 기준), 제공: 정휘웅]

[2025년 시장점유율 (금액 기준), 제공: 정휘웅]
그렇다면 2026년은 어떻게 될까?
지속되는 물량 증가, 줄어드는 금액
현재의 시장 상황은 불황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보다,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국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량이 늘어나면 국내 유통 과정에서 창고 비용과 운송 비용 역시 함께 증가한다. 병 수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에 수입사 입장에서는 운영과 재고 관리의 부담이 커지고, 재고 파악에도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물류 인프라와 관리 체계를 갖춘 대형 수입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지고, 규모가 작은 수입사는 더욱 어려운 조건에 놓이게 된다.
뉴질랜드 성장의 한계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여러 통계 지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데에는 뉴질랜드 와인의 역할이 적지 않다. 2026년에도 뉴질랜드는 한국 와인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미 한국 시장에 진입할 만한 주요 생산자 대부분이 소개된 상황이며, 소비자 기호와의 높은 적합성 덕분에 수요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그 이상 크게 확대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여기에 시장 전반의 경기 상황까지 고려하면 뉴질랜드 와인이 지금과 같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는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의 영향 확대와 고급 시장의 위기
현재 환율은 단순히 높은 수준을 넘어 변동성까지 매우 큰 상황이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합리적이며, 2025년 연말 환율을 기준으로 할 때 최소 100~150원가량 상승한 달러와 유로 환율을 가정할 수밖에 없다. 2026년에도 환율이 의미 있게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특히 유로화의 불안정성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고환율 환경은 고급 와인 시장에 더욱 민감하게 작용한다. 수입 물량 자체가 제한적인 데다 식품 검사 등 여러 변수로 실제 판매 가능한 병 수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환율 상승은 고급 와인의 가격 상승과 시장 위축을 동시에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고가에서 저가 와인의 시대로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소비자들은 와인을 기존의 '고급 주류'라기보다 보다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술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동시에 소비 여력은 줄어들었고 지출해야 할 항목은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지적돼 온 흐름이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 뚜렷하게 강화됐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경향은 2026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와인은 스파클링으로
프랑스 와인은 최근 몇 년 사이 시장 구조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레드 와인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프랑스는 이미 2023년 레드 와인의 물량 점유율이 52%까지 낮아졌으며, 2025년에는 51.05%로 더 감소했다. 반면 스파클링 와인은 물량 기준 약 25%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변화는 더욱 분명하다. 레드 와인의 비중이 39.53%까지 낮아진 반면, 스파클링 와인은 40.71%로 오히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품목 이동이 아니라, 한국 와인 시장의 소비 구조가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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