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스토리

클래식 아마로네의 현대적 표현, 체사리

오랜 문화적 산물인 와인에도 '현재의 감각'은 중요하다. 테루아와 전통이 결합된 결과물이지만, 동시에 시대의 흐름과 소비 방식에 따라 새롭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로네(Amarone)를 이야기할 때, 체사리(Cesari)는 전통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늘날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생산자로 꼽힌다.


1936년 제라르도 체사리(Gerardo Cesari)가 설립한 체사리는 올해로 9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4월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열린 '빈이탈리(Vinitaly) 2026'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마련됐다. 현재 체사리는 이탈리아의 와인 그룹인 카비로(Caviro) 산하에 속해 있으며, 카비로 역시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지난 90년은 체사리가 발폴리첼라(Valpolicella)의 가치를 지키며 변화와 도약을 이어온 시간이었다. 2024년에는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통해 발폴리첼라와 아마로네를 '현대적 감각의 프리미엄 와인'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새로운 스타일의 체사리를 알리기 위해 최근 브랜드 앰배서더 니콜로 마로니(Nicolò Maroni)와 수출 매니저 두니아 세로네(Dunia Cerone)가 한국을 찾았다. 현재 국내에는 소아베 클라시코부터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발폴리첼라 리파소 수페리오레, 아마로네 클라시코, 아마로네 클라시코 리제르바 '보잔'까지 총 5종의 와인이 소개되고 있다.


[체사리의 브랜드 앰배서더 니콜로 마로니와 수출 매니저 두니아 세로네, 사진: 안미영]


체사리는 설립 이후 일찌감치 이탈리아 전역에서 성공을 거두며 베네토의 핵심 생산자로 자리매김했고, 2004년과 2006년에는 IWSC로부터 '올해의 이탈리아 와인 생산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체사리의 리브랜딩 이후 브랜드 앰배서더를 맡은 니콜로 마로니는 이탈리아의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 루카 마로니(Luca Maroni)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는 체사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점으로 “현대적인 접근”을 꼽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테루아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체사리는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전역에 걸쳐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으며, 핵심적인 모니터링 지점을 기반으로 토양의 특성과 미세 기후를 정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 변화에 대응해 포도 재배 방식을 발전시키고 있죠. 여기에 체사리만의 해석을 더합니다. 와인메이커 미켈레 감바(Michele Gamba)는 와인에 섬세함과 우아함을 담아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현대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예전부터 체사리는 지나치게 당도가 높거나 무거운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지 않는다는 철학이 있었고, 잔당이 리터당 5g을 넘는 와인이 없습니다. 요즘 많은 와이너리들이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따라 점점 이런 방향으로 이동하는 걸 보고 있는데, 우리는 오래전부터 유지해 온 방향입니다.”


흔히 아마로네라면 농축미가 있는 진한 스타일을 떠올리기 쉽지만, 체사리는 수십 년 전부터 이미 신선함과 과실감, 섬세한 균형을 중심으로 한 와인을 만들어 왔다. 최근 많은 아마로네 생산자들이 점차 지향하는 현대적 스타일을, 체사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추구해 온 셈이다.


체사리는 1960년대 초 설립자의 아들 프랑코 체사리(Franco Cesari)가 와이너리에 합류하며 수출을 확대해 주요 와인 소비국으로 진출했고, 1971년 아마로네 클라시코의 첫 번째 빈티지를 생산했다. 그리고 1973년에는 아마로네 첫 빈티지를 미국에 수출하며, 미국에 아마로네 와인을 수출한 최초의 와이너리가 됐다. 아마로네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린 와이너리답게 시설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아마로네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핵심 단계가 건조 과정인 아파시멘토(Appassimento)인 만큼, 아마로네 생산자로서 차별화된 시설은 전통적인 자연 건조 방식에 온도·습도·환기 관리 시스템을 결합한 건조실이다. 니콜로 마로니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2021년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완공된 체사리의 푸마네 와이너리, 제공: 나라셀라]


현재 체사리에는 두 개의 와이너리가 있다. 카바이온 베로네세(Cavaion Veronese)는 지하 셀러를 갖추고 와인을 숙성하는 곳이다. 그리고 2021년에는 큰 투자를 진행해 최첨단 시설을 갖춘 푸마네(Fumane) 와이너리를 지었다. 발폴리첼라 클라시코의 중심부에서 생산 과정을 더욱 세심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푸마네에는 5만 5천 케이스를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건조실 '프루타이오(Fruttaio)'가 있습니다. 체사리는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지역에서 이 시설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는 몇 안 되는 생산자 중 하나죠. 이를 통해 체사리만의 섬세하고 접근하기 쉬운 아마로네를 만들 수 있고, 생산 과정 전체를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1997년, 체사리는 싱글 빈야드 와인인 '보잔(Bosan)'을 선보였다. 체사리의 싱글 빈야드 와인은 발폴리첼라 클라시코에서 가능한 가장 뛰어난 수준의 와인을 생산하겠다는 비전에서 출발했다. 발폴리첼라 클라시코의 중심부인 마라노(Marano di Valpolicella) 마을 인근에 자리한 보잔은 해발 500미터의 고지대에 형성된 포도밭이다.


보잔 빈야드의 토양은 석회질을 기반으로 하며, 약 15%는 화산성 토양으로 이루어져 있다. 니콜로 마로니는 이 점을 큰 가능성으로 봤다고 소개했다. “화산 토양의 영향으로 향에서는 스파이시한 뉘앙스가 나타나고, 입안에서는 더 구조감 있는 와인이 생산됩니다. 이런 점이 바로 특별한 테루아에 대한 해석이고, 현재도 계속 발전시키고 있는 체사리의 중요한 방향입니다.” 체사리는 2024년 푸마네 와이너리 내에 보잔만을 위한 역사적 아카이브 공간인 '카보 보잔(Caveau Bosan)'을 개관했다. 이곳에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리제르바 '보잔'(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 Riserva 'Bosan')'을 1997년 첫 빈티지부터 최신 빈티지까지 보관하고 있다. 특별한 행사나 극소수의 전문가들을 위해서만 개방하는 공간으로, 버티컬 테이스팅을 통해 아마로네의 진화에 따른 깊이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기후 변화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며, 보잔 빈야드는 와인 생산에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춘 포도밭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지대의 서늘한 기후뿐 아니라, 폭우가 내릴 경우에도 언덕 지형 덕분에 토양이 물을 과도하게 흡수하는 것을 방지한다.


[체사리의 대규모 건조실, 제공: 나라셀라]


또 한 가지 기후 변화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파시멘토 기간이 단축됐다는 점이다. “10년 전만 해도 건조 기간은 약 4개월 반 정도였지만, 지금은 평균적으로 3개월이 조금 안 되는 약 85일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뛰어난 아마로네를 만들기 위해 아파시멘토 과정을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체사리가 갖춘 건조 시설은 변화하는 기후 조건 속에서도 포도의 건조 과정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며, 신선함과 균형감 있는 아마로네 스타일을 유지하는 핵심 기반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는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리제르바 '보잔'은 와이너리의 플래그십 와인으로, 체사리가 생산하는 아마로네의 정점을 경험할 수 있는 와인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2년, 프렌치 오크에서 3년간 숙성한 뒤 충분한 병 숙성을 거쳐 출시된다. 수확한 해로부터 10년 후에 선보이기 때문에 현재 2016년 빈티지를 만날 수 있다. 체리와 자두 등 과실 아로마와 함께 스파이시한 뉘앙스가 느껴지며, 힘이 있으면서도 또렷한 산미가 균형을 이룬다. 마지막에는 길고 우아한 여운과 함께 풍미가 조화롭게 정돈되는 느낌이다. 2016 빈티지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와인·미식 전문 매체인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로부터 최고 등급인 '트레 비키에리(Tre Bicchieri)'를 받았다.


[체사리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리제르바 '보잔' 2016, 사진: 안미영]


아마로네의 신선함은 체사리의 또 다른 시그니처 와인인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Amarone della Valpolicella Classico)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 와인은 발폴리첼라 클라시코 전체의 균형을 보여주는 체사리의 대표 아마로네로 꼽힌다. 은은하고 뿌연 느낌의 프로스트 보틀(frosted bottle)인데, 50여 년 전 체사리가 해상 운송으로 와인을 수출할 때 햇빛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을 상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슬라보니안 대형 오크통에서 1년간 숙성하며, 병입 후 추가 숙성을 거쳐 출시한다. 현재 만날 수 있는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 클라시코는 2021년 빈티지로, 체사리가 아마로네 클라시코의 첫 빈티지를 출시한 지 50주년이 되는 기념 빈티지다. 잘 익은 체리와 은은한 스파이스 뉘앙스가 어우러지며, 입안에서는 풍부하면서도 우아한 질감이 느껴지는 와인이다. 타닌이 있지만 신선한 산도가 균형을 이루는 세련된 스타일로, 한국 음식과도 함께하기 좋고 장기 숙성력도 충분하다.


수출 매니저 두니아 세로네는 한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와인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역동적인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와인의 품질뿐 아니라 각 브랜드와 제품이 가진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 소비자들은 와인의 산지, 스토리텔링, 브랜드의 배경을 알고 싶어 한다고 느꼈습니다. 아마로네, 특히 보잔은 이러한 요소를 충분히 담고 있는 와인으로, 테루아와 전통, 그리고 현대적 해석이 균형을 이루는 체사리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최근 이탈리아의 젊은 소비자층 사이에서는 아마로네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아마로네가 프리미엄 와인 카테고리 안에서 독특한 위치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바디감과 강렬한 존재감이 있으면서도, 전통적인 건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깊이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이러한 독특한 생산 방식은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프리미엄 소비층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다.


체사리의 아마로네는 무겁지 않아 여름에도 즐기기 좋은 스타일이다. 요즘 같은 날엔 약간 차갑게 칠링해 오픈하면 와이너리가 추구하는 신선한 과실미와 산도감을 즐기기 좋다. 물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잘 차려진 음식과 페어링해도 훌륭하다. 베네토 지역에서 아마로네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워온 체사리가 오랜 시간 추구해 온 것도 바로 이런 균형감이다.

프로필이미지안미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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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6.29 22:00수정 2026.06.30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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