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박인영]
여름 휴가를 기다리는 이맘때, 휴가지에서 함께할 와인을 고르는 일도 소소한 즐거움이다. 낯선 풍경 속으로 떠나는 여행도, 그리웠던 곳으로 다시 향하는 시간도 좋다. 특별한 계획 없이 상반기 동안 고생한 스스로를 위한 휴식 역시 충분히 의미 있다. 좋아하는 와인 한 병과 함께라면 익숙한 공간도 특별한 휴식처가 될 것이다.
와인21 기자들에게 여름 휴가 계획과 함께 휴가지에서 오픈하고 싶은 와인을 물었다. 기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함께할 와인을 골랐다.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즐길 와인, 출장지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오픈하고 싶은 와인, 국내 해변가에서 함께할 와인, 가장 편안한 공간을 휴가지처럼 만들어줄 와인까지 답변은 다양했다. 기자들이 여름 휴가를 위해 선택한 한 병에는 각자의 취향과 추억, 그리고 기대하는 여름의 풍경이 담겨 있다. 그 리스트를 공유한다.

[제공: 금양인터내셔날]
김명희 객원기자
니노 프랑코 루스티코 발도비아데네 프로세코 수페리오레 Nino Franco Rustico Valdobbiadene Prosecco Superiore DOCG
올여름에는 오랜만에 재회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탈리아 베니스 인근의 소도시 비토리오 베네토를 찾을 예정이다. 호숫가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 와인을 오픈하고,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비토리오 베네토는 프로세코 생산의 중심지인 발도비아데네와 인접해 있어 자연스럽게 프로세코를 선택하게 됐다. 특히 이 지역을 대표하는 생산자 니노 프랑코의 '루스티코'는 섬세한 버블과 산뜻한 과실 풍미, 균형감 있는 산미가 매력적인 프로세코다. 여행지에서 그 지역의 와인을 즐기는 것은 휴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제공: 에노테카코리아]
정수지 기자
루이 로드레 컬렉션 246 Louis Roederer, Collection 246
여름 휴가는 꼭 멀리 떠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샴페인 하우스의 250주년을 기념하는 로드레 컬렉션 246을 시원하게 준비해 하루쯤은 집에서도 여행지에 온 듯한 특별한 저녁을 보내고 싶다. 잘 익은 과실 풍미와 생동감 있는 산도, 섬세한 미네랄이 어우러져 더운 계절과 잘 어울리며, 특별한 해를 기념하는 와인인 만큼 휴가의 시작을 알리는 한 병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제공: 지에프비노]
김성정 객원기자
리비오 펠루가 피노 그리지오 Livio Felluga, Pinot Grigio
올여름 휴가지인 이탈리아 남부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함께할 와인은 프리울리(Friuli)를 대표하는 생산자 리비오 펠루가의 피노 그리지오다. 흔히 이 품종을 두고 가볍고 밋밋하다는 편견을 갖지만, 리비오 펠루가는 다르다. 그들의 상징적인 지도 레이블만큼이나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피노 그리지오가 보여줄 수 있는 우아함을 드러낸다. 입안을 채우는 선명한 과실미와 생동감 넘치는 산미는 왜 뉴욕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이 이 와인에 열광하는지 잘 보여준다. '피노 그리지오도 다 같은 게 아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 와인을 칠링해 잔을 채워보길 바란다.

[제공: 루뱅쿱]
김태형 객원기자
도멘 데 호슈 네브, 소뮈르 블랑 랭쇼리 Domaine des Roches Neuves, Saumur Blanc L' insolite
여행지를 추억하고 싶을 때 그 지역의 와인을 마시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2018년 여름, 소뮈르 인근의 한 소도시에 두어 달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 길게 피어난 접시꽃을 길동무 삼아 루아르 강변을 수없이 오갔다. 그러다 문을 연 비스트로를 발견하면 야외 의자에 앉아 차갑게 칠링한 슈냉 블랑을 들이켰다. 언덕 위에서 하얗게 빛나는 소뮈르 성을 바라보며 또 한 잔. 싱그러운 녹색 과실과 젖은 자갈의 향기가 아직도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번 여름에는 그 뜨거운 햇살 아래 함께했던 와인을 다시 만나고 싶다. 소뮈르 특유의 석회질 암반을 품은 포도로 빚은 '도멘 데 호슈 네브, 소뮈르 블랑 랭쇼리'가 그 주인공이다.

[제공: 비티스]
박예솔 객원기자
도멘 르플레브, 퓔리니 몽라셰 프리미에 크뤼 '레 퓌셀' Domaine Leflaive, Puligny-Montrachet 1er Cru 'Les Pucelles'
여름 휴가 와인으로는 내게 다소 과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올 상반기 여러 변화와 힘겨운 고비를 지나 새로운 시작을 마주한 나 자신에게, 이보다 확실한 보상이 될 와인도 드물 것이다. 처음 이 와인을 마셨을 때 느꼈던 황홀감이란! 퓔리니 몽라셰의 전설적인 그랑 크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레 퓌셀(Les Pucelles)'은 프리미에 크뤼이지만 그랑 크뤼에 견줄 만한 명성을 지닌 밭이다. 특히 따뜻하고 풍요로웠던 2018년 빈티지는 이 와인에 한층 깊은 풍미와 우아한 균형을 더했다. 휴가 일정은 가을쯤으로 미뤄두었으니, 잔 속에서 피어날 섬세하고 우아한 아로마가 여름의 열기를 향긋하게 씻어주기를 기대한다.

[제공: 하이트진로]
정선경 기자
샤또 라울 그라브 블랑 Chateau Rahoul Graves Blanc
시음회가 아니면 좀처럼 내 돈을 들여 마시지 않던 보르도 블랑이 요즘 들어 자꾸만 좋아진다. 심지어 최근 시음한 샤토 라울 그라브 블랑은 너무 마음에 들어 구매까지 했다. 올해는 여름 휴가를 잠시 미뤄두고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사무실에서 바쁜 시간을 보낼 예정이지만, 샤토 라울 블랑 한 병을 들고 사무실 근처 단골 중국집을 찾아 크림새우와 함께 즐긴다면 그 또한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제공: 나라셀라]
엄경은 객원기자
그르기치 힐스 이스테이트 나파 밸리 에센스 소비뇽 블랑 Grgich Hills Napa Valley Essence Sauvignon Blanc
상큼한 소비뇽 블랑이 떠오르는 계절이다. '파리의 심판'에서 샤도네이로 이름을 남긴 와인메이커 마이크 그르기치가 사실 소비뇽 블랑도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는 건, 나파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품종 특유의 풋풋한 피망 향은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그 뒤로 알싸하게 이어지는 풍미와 얼시(earthy)한 뉘앙스가 일품이다. 단순히 상큼하기만 한 소비뇽 블랑이 아니라, 나파의 햇살과 땅의 질감이 함께 느껴지는 와인이다. 특별한 휴가 계획이 없어도 괜찮다. 이 와인을 따르는 순간, 마시는 그곳이 곧 휴양지가 된다.

[제공: 금양인터내셔날]
김윤석 기자
리카솔리, 알비아 로제 Ricasoli, Albia Rose
완벽한 휴가를 만들어 줄 와인이라면 정답은 역시 로제다. 반짝이는 해변이나 푸른 수영장 파라솔 아래, 시원하게 칠링한 '알비아 로제'를 채우는 순간 진정한 휴가가 시작된다. 감각적인 연분홍빛 색감만큼이나 싱그러운 매력이 넘쳐 와인 자체로도 훌륭하고, 어떤 휴가지 음식과도 두루 잘 어울린다. 무거운 와인 병을 챙겨 이동할 걱정은 내려놓아도 좋다. '우리동네GS(와인25플러스)' 앱으로 주문하면 전국 휴가지 근처 GS25에서 간편하게 픽업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완벽하고 스마트한 여름 휴가 파트너가 또 있을까.

[제공: 나라셀라]
안미영 편집장
카이켄 누드 로제 Kaiken Nude Rose
올해는 더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집에서는 주로 로제 와인을 오픈했다. 시각적으로 즐겁고, 무겁지 않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홈술 와인이며, 지역과 품종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손이 자주 갔다. 올여름 가족들과 함께할 짧은 휴가에서도 로제 와인을 오픈할 예정이다. 2년 전 처음 시음한 뒤 기억해둔 카이켄 누드 로제는 고지대에서 자란 그르나슈 90%와 카베르네 소비뇽 10%로 생산했다. 신선한 과일 향과 허브, 산뜻한 산미와 부드러운 질감은 굳이 음식 페어링을 고민하지 않아도 좋을 듯하다. 마시는 동안 이 와인이 탄생한 아르헨티나 멘도사, 안데스 산맥 고지대의 공기를 잠시 상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공: 에노테카코리아]
김상미 칼럼니스트
피에트라돌체, 콘트라다 산토 스피리토 에트나 로쏘 Pietradolce, Contrada Santo Spirito Etna Rosso
이 와인은 얼마 전 출장으로 다녀온 에트나의 신선한 아침 공기를 떠올리게 한다. 에트나의 화산 토양과 높은 고도가 빚어낸 네렐로 마스칼레제의 싱그러운 붉은 과실 향, 선명한 산미, 탄탄한 질감은 한여름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매력을 선사한다. 이번 여름 휴가지로 계획 중인 제주도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며 이 와인을 다시 마셔보고 싶다. 서로 다른 바다를 품고 있지만, 잔을 기울이는 순간 에트나의 기억과 제주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질 것만 같다.

[제공: 바쿠스]
박인영 기자
제이로어, 와일드플라워 발디귀에 J.Lohr, Wildflower Valdiguie
어떤 와인은 음악처럼 우리를 한순간에 다른 공간으로 데려다주기도 한다. 이번 여름에는 남프랑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을 담아, 미국 와인이지만 라벤더와 이름 모를 들꽃이 가득한 남프랑스의 여름 정원이 떠오르는 와인을 선택했다. 크랜베리, 라즈베리, 석류 등 싱그러운 붉은 과실 향과 화사한 꽃 향은 마치 냉침한 히비스커스 티를 마시는 듯, 입안 가득 산뜻한 활기를 불어넣어 잠시나마 꿉꿉한 더위를 잊게 한다. 타닌은 부드럽고 바디감도 가벼운 편이라 부담 없이 와인만 즐기기에도 좋다. 살짝 칠링해 시원하게 마시면 한낮의 열기를 한풀 식혀주기에 충분한, 여름을 위한 레드 와인이다.

[제공: 동원와인플러스]
정휘웅 칼럼니스트
팔메이어, 제이슨 레드 와인 Pahlmeyer, Jayson Red Wine
간혹 머릿속에 뜬금없이 떠오르는 와인들이 있다. 한여름에 무슨 풀바디 레드 와인이냐 하겠지만, 이열치열이라고나 할까. 팔메이어의 제이슨 레드 와인은 보르도 블렌딩으로, 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관조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그에 걸맞은 충분한 밸런스와 깊이감이 있다. 숙성될수록 체리와 블랙베리의 풍미가 더욱 안정적으로 피어나고, 남에게 나누기 아까울 정도의 응집력을 보여준다. 좋은 것은 이웃과 나누지만 때로는 정말 특별한 와인을 오롯이 혼자 즐기는 순간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오픈하는 것이 좋을까? 휴가철, 마루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두툼한 고기를 구워내고, 멋진 OTT 영화와 함께 와인을 즐긴다면 그곳이야말로 무릉도원이 아닐까?

[제공: 에노테카코리아, 동원와인플러스]
유민준 기자
라 스피네따, 모스카토 다스티 브리꼬 콸리아 La Spinetta, Moscato d'Asti Bricco Quaglia
모스카토는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마시는 술이라고? 하지만 모스카토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매력적이고 깊이 있는 품종이다. 그리고 이 와인은 그 사실을 가장 잘 보여준다. 아스티 지역의 모스카토 싱글 빈야드에서 생산하는 이 와인은 다른 모스카토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세이지 계열의 허브 향과 꿀 향, 그리고 석회질 토양에서 비롯된 섬세한 미네랄 풍미가 느껴진다. 뛰어난 산도는 40년이 넘은 모스카토 고목이 만들어낸 농축된 당도와 조화를 이루며, 훌륭한 균형감을 완성한다. 시원하게 칠링한 뒤 한 모금만 마셔도 휴가의 기분을 고급스럽고 달콤하게 만끽할 수 있다. 알코올 도수도 낮아 아무리 마셔도 만취할 일은 없다. 참고로 '꽐리아(Quaglia)'는 이탈리아어로 와인 라벨에 그려진 귀여운 '메추라기'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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