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빈티지 데님 같은 와인이에요.”
함동원 소믈리에는 펜폴즈 빈389 카베르네 쉬라즈를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오래 입을수록 멋이 드는 빈티지 데님처럼, 전통과 첨단 양조 기술이 만나 고급스럽고 우아한 풍미를 피워 올리는 와인이라는 뜻이다.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의 차콜 그릴 레스토랑 '엠버스'에서 헤드 소믈리에로 일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엠버스는 오는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펜폴즈와 손잡고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고기 요리에 진심인 이 레스토랑이 왜 펜폴즈를, 그중에서도 핵심 와인으로 빈389를 택했는지, 그리고 빈389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함 소믈리에에게 직접 들어봤다.

[스테이크에 곁들인 빈389 카베르네 쉬라즈, 제공: 금양인터내셔날]
고기와 와인이 만나 근사한 옷이 되는 순간
엠버스(Embers, 벌겋게 달아오른 숯덩이라는 뜻)는 이름처럼 숯불을 이용한 그릴 요리에 특화된 곳이다. 조식 뷔페에도 스테이크가 오를 정도로 고기에 진심이며, 30일 이상 드라이 에이징하거나 20일 이상 웨트 에이징한 고기를 비장탄 그릴로 은은한 숯 향을 입힌 뒤, 프리미엄 숯불 그릴인 조스퍼 그릴에서 겉을 바삭하게 마무리해 육즙을 가둔다. 이런 곳에서 이번에 펜폴즈와 손을 잡은 이유는 명확하다.
“저희 엠버스의 메인 요리가 고기다 보니 레드 와인을 선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펜폴즈가 워낙 호주를 대표하는 와인으로 평가받을 만큼 품질이 좋고 인지도가 높으니, 프로모션을 모르고 오신 분들도 반갑게 즐기실 수 있을 거고요. 스타일과 가격대도 다양해서 손님이 취향대로 고르시기도 편하죠. 게다가 펜폴즈의 붉은 색이 가을과도, 연말과도 잘 어울리잖아요.”
함 소믈리에는 음식과 와인의 만남을 옷을 짓는 과정에 비유했다. “고기를 좋은 원단이라고 한다면, 와인은 그 실루엣을 다듬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둘이 어우러지면 아주 근사한 옷, 그러니까 맛있어 보이는 청바지가 나온다고 할까요. 좋은 고기의 매력과 프리미엄 와인의 매력이 만나 서로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것, 이것이 이번 프로모션을 기획하게 된 계기입니다.”

[펜폴즈 빈138 쉬라즈 그르나슈 마타로, 사진: Shutterstock]
이번 프로모션은 빈389 카베르네 쉬라즈를 중심으로 빈311 샤르도네, 빈8 쉬라즈 카베르네, 빈138 쉬라즈 그르나슈 마타로까지 네 가지 와인으로 구성된다. “제 나름대로는 잘 구비된 옷장처럼 하나의 컬렉션을 제공해 드린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습니다.” 드라이 에이징 고기 특유의 은은한 숙성향에는 질감이 매끄럽고 살짝 달큼한 과일향을 지닌 빈138이 잘 어울리는데, 특히 양갈비와 궁합이 좋다고 그는 귀띔했다.
빈389는 드라이·웨트 에이징 모두와 두루 잘 맞는다. “빈389는 깔끔한 스테이크 소스 같아요. 후추나 소금처럼 음식에서 톡 튀어 오르는 지점을 살짝 눌러주면서도, 와인 특유의 달콤한 향이 고기를 부드럽게 감싸 음식의 장점을 온전히 살려주거든요. 프리미엄 와인인데도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와인입니다.”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빈311 샤르도네도 눈여겨볼 만하다. 엠버스에서 맛볼 수 있는 랍스터 등 해산물 그릴과 잘 어울리고, 9월 새로 선보이는 파피요트(생선·채소·해산물을 올리브유와 허브로 감싸 오븐에 쪄내는 요리)와도 궁합이 좋다. 샤르도네를 제외한 세 가지 레드는 글라스 와인으로도 즐길 수 있어, 빈8부터 빈138, 빈389 순으로 마시며 비교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네 가지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단연 빈389다. “청바지로 치자면 리바이스 프리미엄 501이라고 할까요. 전통 있는 클래식한 스타일이라 캐주얼하게도 입을 수 있지만, 재킷을 걸치면 얼마든지 근사한 비즈니스 캐주얼도 연출할 수 있는 그런 바지요.” 빈389가 자란 바로사 밸리는 독일, 폴란드 등에서 건너온 유럽 이주민들이 포도를 심은 곳으로, 그때 심은 고목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그런 전통과 호주의 첨단 와인 기술이 만나 탄생한 프리미엄 와인, 즉 모던과 전통의 밸런스가 뛰어난 와인이 바로 빈389입니다. 호주 와인답게 직관적이고 솔직하면서 활기가 있죠. 굳이 디캔팅을 하지 않아도 좋고요. 보르도 글라스에 따라 살살 스월링하면서 천천히 음미하면 풍미가 서서히 피어오르는데, 그게 빈티지 데님이 주는 매력과 무척 닮았습니다.” 그의 비유를 빌리면 빈8은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청바지, 빈311 샤르도네는 청바지에 곁들이는 깔끔한 티셔츠, 빈138은 몸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스웨이드 재킷이다.

[바로사 밸리의 포도나무 고목, 출처: 펜폴즈 홈페이지]
풀바디 레드 와인이라는 말에 지레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함 소믈리에는 이런 선입견을 경계한다. “빈389를 비롯한 펜폴즈의 레드 와인을 묵직하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막상 드셔보면 그렇게 무겁지 않아요. 밸런스가 워낙 좋고 질감이 매끄러워서 생각보다 가볍게 느껴지실 거예요. 고급스러운 우유 같은 무게감과 질감이라고 할까요.” 그는 스무디에 비유해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음료 중에 스무디도 풀바디잖아요. 그런데 스무디 중에도 매끈하고 뒷맛이 깔끔한 것이 있는 반면, 입안에서 거칠고 질척이는 느낌을 주는 것도 있죠. 풀바디 와인도 마찬가지예요. 경쾌하고 매끈하면서 풍미가 조화로운, 한 마디로 감동의 킥을 주는 와인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빈389가 바로 그런 와인이죠. 도수나 무게감만 보고 미리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집에서 제대로 즐기고 싶은 분들을 위해 함 소믈리에에게 서빙 방법을 물었다. “디캔팅을 하시면 훨씬 좋아요. 30~45분 이상 디캔터에서 브리딩을 시키면 풍미가 한층 살아나고 질감도 더욱 부드러워집니다. 잔은 유니버설 레드나 보르도 잔이 좋고, 온도는 17~18도 정도로 입안에서 살짝 시원하게 느껴지는 정도가 적당해요.”
스테이크 남은 자리에서 시작된 와인 인생
함동원 소믈리에가 와인의 세계에 발을 들인 건 순전한 호기심에서였다. “호텔 생활을 연회장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어요. 남산 하얏트에서 연회장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지금 호텔 생활만 13년이 넘었네요. 처음 일하던 때, 손님이 드시다 남긴 고기와 와인이 있었는데 '이 와인은 대체 무슨 맛일까' 싶어서 그냥 먹어봤어요. 호기심에요. 그런데 먹다 보니 쓰고 떫더라고요.” 그때 한 선배가 남은 고기와 버섯 가니쉬를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같이 먹어라. 와인만 먹는 건 무식한 짓이다.” “그렇게 같이 먹어보니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 와인이 2012년산 키안티 클라시코였다는 것도 기억이 나요. 안심스테이크가 식어서 뻣뻣했는데도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어요.”
이후 그는 하얏트에서 7년간 F&B 전 업장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와인을 접했다. “이것저것 주워 먹으면서 조금씩 지식을 쌓았죠.”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제이제이 마호니즈에서 근무하던 시절, 손님이 남긴 돔 페리뇽 한 잔을 선배가 권한 것이다. “비싼 거니까 먹어보라고 하셔서 마셔봤는데,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어요. 단순한 스파클링 와인이 아니라 짭짤한 햄 냄새도 나는 것 같고, 너무 신기했어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고, 한 입만 더 마시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서 뭔가 눈이 딱 떠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와인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 인상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그는 신혼여행에서도 돔 페리뇽을 마셨다.
요즘도 그는 와인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요즘은 태즈메이니아 스파클링에 꽂혔습니다. 아내가 피노 누아를 좋아해서 저도 자주 함께 마시고요.” 일과 취향이 자연스럽게 포개진 삶이다.

[함동원 소믈리에, 제공: 금양인터내셔날]
집에서 즐기는 빈389 홈푸드 페어링
레스토랑이 아니어도 빈389는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게 함 소믈리에의 지론이다. “불고기나 갈비찜과의 조합은 두말할 것도 없이 환상적이죠.” 정석 조합 외에 그가 추천하는 건 의외로 소박하다. “정말 쉽게 접하고 싶다면 마트에서 파는 순대를 에어프라이어에 170도로 10분 정도 돌려보세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이 되는데, 이걸 썰어서 검은 후추를 뿌린 뒤 빈389와 함께 드시면 의외의 궁합을 맛보실 수 있어요.” 길거리표 순대나 간, 내장처럼 육향이 살짝 느껴지는 부속물도 좋다고 한다. “떡볶이 소스에 찍어 드신 뒤 빈389를 한 모금 마시면 매콤한 소스 맛은 살아나고 고기의 잡내는 사라지면서 입안이 아주 행복해지실 거예요.”
집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 날엔 스팸 하나로도 충분하다. “스팸에 거칠게 간 후추를 잔뜩 뿌린 뒤 톡톡 쳐서 고기에 고정시키고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보세요. 후추의 매콤함과 스팸 특유의 묵직하고 짭짤한 맛에 빈389를 얹으면 훌륭한 페어링이 완성됩니다.” 그는 이 조합을 이렇게 정리했다. “고급 빈티지 청바지에 말끔한 재킷을 입고, 깔끔한 운동화까지 신은 느낌이랄까요.”
집안에서만이 아니라 야외에서도 빈389는 행복한 시간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한다. 다가오는 가을, 개인적으로 이 와인과 함께하고 싶은 순간을 묻자 함 소믈리에는 소박하지만 선명한 계획을 들려주었다. “아내와 캠핑을 갈 계획이에요. 아마 로제 스파클링 한 잔으로 가볍게 시작해서, 고기를 구우면서 빈389를 곁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마무리는 정해져 있다. “역시 라면으로 해야겠죠. 기름기 가득한 남은 고기를 너무 맵지 않은 안성탕면이나 진라면에 넣고 끓여서, 남은 와인과 함께 마무리하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여행이 될 것 같아요.”
청바지처럼 편안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결이 깊은 와인. 함동원 소믈리에가 그린 빈389의 초상을 이 가을 엠버스에서, 또는 각자의 식탁에서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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