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터뷰] 정식당 반성진 소믈리에가 말하는 '소믈리에의 미덕', 호스피탈리티

Meet the Young Sommelier Vol.7

임정식 셰프가 운영하는 정식당(Jungsik)은 한국의 식재료와 익숙한 맛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며 '뉴 코리안(New Korean)'이라는 새로운 한식의 방향을 제시해온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2009년 서울에서 문을 연 이후 한국 파인다이닝의 변화를 이끌어왔으며, 9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2스타 레스토랑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식당은 음식뿐 아니라 요리의 흐름에 맞춰 구성하는 와인 페어링과 탄탄한 와인 프로그램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와인21의 연재 기획 'Meet the Young Sommelier' 일곱 번째 주인공인 정식당의 반성진 소믈리에는 이곳에서 처음 소믈리에의 길을 걷기 시작해 서비스와 와인을 함께 배우며 성장했다. 현재는 소믈리에이자 어시스턴트 매니저로 와인 리스트와 페어링 구성은 물론, 인사 관리 및 후배 소믈리에 교육과 다양한 매니지먼트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 이제는 후배들을 이끄는 위치가 된 그에게 좋은 소믈리에의 덕목은 무엇인지, 정식당에서 쌓아온 경험과 페어링에 대한 생각,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자신만의 모습에 대해 들어봤다.


[정식당의 반성진 소믈리에, 사진: 정선경]


현재 정식당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가요?

저는 정식당에서 소믈리에와 어시스턴트 매니저라는 직함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 직함이 담당하는 역할이 여러 가지라, 단순히 소믈리에 업무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소믈리에로서는 와인 셀렉트와 리스트, 페어링 구성 등 와인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헤드 소믈리에를 서포트하고 있고, 인사 관리도 맡고 있어 직원 채용 시 면접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소믈리에로 일하신 건 정식당이 처음인가요?

네, 정식당에서 소믈리에 일을 처음 시작해서 이곳이 저한테 더 의미가 있죠. 그전에는 몬드리안 호텔의 '십이율'이라는 한식 캐주얼 다이닝에서 근무했는데, 개인적으로 호스피탈리티의 전문성을 더 갖추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스템과 매뉴얼이 잘 갖춰진 곳을 찾다가 정식당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서비스 업무에 적응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소믈리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근무하면서 자격증과 대회 준비도 했고요. 그러면서 입사 1년 차에 소믈리에로 일하게 됐고, 이제 이곳에서 근무한 지 5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럼 와인 공부는 정식당에 입사 후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건가요?

입사할 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고, 입사하고 세 달 정도 지나서 와인 관련 기관에서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어요. CMS라는 국제적인 소믈리에 교육 기관의 과정도 공부했고 WSET도 같이 공부했습니다. 제가 2022년 7월에 입사했는데 2023년 6월쯤 CMS Certified와 WSET 레벨3을 취득하면서 선배 소믈리에분들에게도 인정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페어링이나 와인 판매 등을 병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부터 소믈리에라는 직업에 관심이 많은 편이셨나요?

원래 항공사 승무원을 꿈꿨어요. 전혀 다른 일인 것 같지만 호스피탈리티라는 큰 맥락에서 같다고 생각하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항공 쪽 수요가 많이 줄어들면서 취업이 어려워졌죠. 제가 사람을 만나는 걸 정말 좋아하고, 일반 사무직보다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흥미와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또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기보다 오히려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쪽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와인이라는 것이 알면 알수록 정말 무궁무진하고 알아갈 게 많다는 점이 저를 완전히 매료시켰죠. 그런 매력에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소믈리에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제공: 정식당]


현재 정식당의 소믈리에 팀은 몇 명으로 구성되어 있나요?

현재 여섯 명이 소믈리에 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2층과 3층으로 나눠서 다이닝을 운영하고 있고 1층에도 정식 스페이스라는 별도의 공간이 있어요. 다이닝이 여러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소믈리에를 양성하고 있고, 후배 소믈리에들을 같이 이끌어가면서 음료팀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정식당이 '소믈리에 사관학교'라는 별명이 있던데, 실제 근무하면서도 그렇게 느끼시나요?

과거 정식당에서 근무하신 선배님들이 닦아 놓은 길이 있는데, 와인에 대한 전문성이라는 큰 방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분위기는 더 부드러워진 것 같아요. 지금 헤드 소믈리에님 스타일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군기를 잡거나 경직된 분위기보다는 손님을 대할 때나 별반 다를 것 없이 동료들을 대하려고 해요. 후배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선배보다는 궁금한 게 있으면 서슴없이 물어볼 수 있는 선배가 되려고 하고 있죠.


전문 교육기관에서 공부하셨지만 실제 업장에서 선배 소믈리에들을 통해 배우고 얻는 것이 굉장히 많을 것 같아요.

소믈리에로서 필요한 덕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론적인 공부, 직접 느끼는 테이스팅, 그리고 서비스입니다. 이론은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자기만의 시간입니다. 스스로 공부하고 탐구하는 영역이죠. 반면 테이스팅과 서비스 면에서는 선배님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선배님들이 와인을 테이스팅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많이 공유해 주셨고, 그걸 통해 저만의 스타일을 찾거나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답을 찾아가는 방식을 스스로 확립하도록 도와주셨어요. 서비스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 기본적인 형식이 있지만, 정식당이 저에게는 첫 파인다이닝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어요.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고객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서비스를 해야 하는지 등 서비스적인 마인드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습니다. 


소믈리에 팀 안에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되나요?

저희는 소믈리에라고 해서 와인만 다루는 게 아니라 전통주와 논알코올 음료를 관리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재고 관리 역시 한 사람이 전담하기보다는 돌아가면서 맡고 있어요. 모든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직접 해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업무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같은 팀 안에서도 업무를 나눠 교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선배 소믈리에의 입장이신데, 후배 소믈리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소믈리에 이전에 호스피탈리티가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미소 띈 표정이나 고객들에게 먼저 다가가려는 자세를 제일 많이 봐요. 거기서부터 고객이 경험하는 다이닝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태도를 기본으로 장착한 상태에서 자신이 가진 지식과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와인에 녹여서 셰프님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요리에 맞는 와인을 추천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어요. 그래서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라고 가장 강조하죠. 그다음은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는 거예요. 아는 만큼 고객에게 설명할 수 있고, 와인을 많이 경험한 고객이 왔을 때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소믈리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공부는 끊임없이 해야 한다는 점, 이 두 가지를 가장 많이 이야기합니다.


[제공: 정식당]


정식당의 메뉴는 얼마나 자주 바뀌나요?

주기가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다만 저희 셰프님은 제철 재료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하셔서, 어떤 식재료가 제철을 맞으면 짧은 기간이라도 그 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선보이는 요리 가운데는 트러플 냉면이 있어요. 호주 윈터 트러플은 발향도 좋고 맛도 깊지만, 한두 달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는 재료거든요. 그래도 그 짧은 기간을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으셨던 거죠. 직전의 감태국수가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은 요리였는데도, 지금은 제철을 맞은 재료가 다르고 그 재료가 가진 표현력이 좋으니까 과감하게 트러플 냉면으로 교체하신 거예요. 일정한 주기를 정해 메뉴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셰프님의 시선을 사로잡는 제철 식재료가 나타나면 그때그때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와인 페어링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페어링은 소믈리에가 고객에게 자신의 색깔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지, 또 셰프님의 요리를 소믈리에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고객이 모두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정말 어렵지만, 그래도 그러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한 나라의 와인만으로 페어링을 구성하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선보이려고 해요. 저희가 추구하는 페어링은 단순히 맛의 조화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좀 더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경험하게 하는 거예요. 같은 피노 누아 품종이라도 나라에 따라 느낌이 다 다른데, 그런 차이를 파악해서 이 음식에는 어느 나라, 어떤 생산자의 피노 누아가 잘 맞는지 찾아내는 것도 소믈리에의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반대로 가금류에는 피노 누아나 그르나슈처럼 비교적 가벼운 레드를 매칭하는 정석적인 페어링을 해야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도 살짝 변주를 줘서 셰프님이 추구하는 방향과 결을 맞추면서 동시에 제 색깔도 묻어나는 페어링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와인을 마셔보고 비교해 보셔야 할 듯합니다.

한 가지 메뉴가 바뀌면 적어도 열 종류 정도의 와인을 마셔보면서 페어링을 찾으려고 합니다. 이 페어링이 최고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도, 그중 최선의 페어링을 찾기 위해 노력하죠. 저희 와인 리스트에 이미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갖춰 놓았기 때문에 우선은 보유한 리스트 안에서 찾아봅니다. 간혹 어떤 음식에 특정 품종의 캐릭터가 잘 맞겠다고 판단했는데, 막상 저희 리스트에 있는 그 품종의 와인이 생각보다 음식과 잘 어울리지 않을 때도 있어요. 그럴 경우에는 수입사에 연락해 새로운 와인을 구해 테이스팅해보고, 다시 페어링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정식당 페어링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예전에 조개죽 메뉴가 있었는데, 두 가지 다른 스타일의 와인을 매칭해 본 적이 있어요. 한 번은 론 블랑(Rhône Blanc)을, 다른 한 번은 샴페인을 매칭했죠. 두 와인의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데도 둘 다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특히 론 블랑은 잘 익은 과실미와 적당한 질감이 있으면서도 너무 튀지 않는 점이 조개죽의 담백함과 잘 맞았어요. 냉이가 약하게 사용된 메뉴였는데, 냉이의 향긋함과 와인이 가진 미네랄리티도 정말 잘 어울려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손님들의 반응으로 인해 페어링 와인이 변경되기도 하나요?

저희는 한 번 페어링을 구성했다고 해서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발전시키고 있어요. 페어링을 진행하고 나면 고객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후속 조치를 합니다. 고객들이 좋다고 하셔도 그걸로 끝이 아니라 더 나은 게 있는지 계속 찾아보려고 해요. 반대로 아쉬운 점에 대해 피드백 주시면 다시 테이스팅해 보고 고객이 말씀한 아쉬움이 느껴지면 와인을 바꿔서 페어링을 다시 구성합니다. 고객 반응이 좋든 좋지 않든 피드백을 무조건 수용하면서 계속 발전시키는 거죠. 그래서 말씀드린 대로 '최고의 페어링'이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고객과 계속 소통하면서 '최선의 페어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제공: 정식당]


소믈리에라는 직업은 서비스 능력과 와인 지식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두 가지 모두 중요한 부분이지만, 제가 후배들에게 늘 말하듯 호스피탈리티의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그게 기저에 깔려 있고 그 위에 와인 지식이 기반이 돼야 따뜻하면서도 전문적인 소믈리에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마음 없이 없다면 아무리 와인 지식이 많고 서비스 능력이 좋아도 고객들이 바로 느끼시지 않을까요? 그래서 굳이 이야기하자면 소믈리에가 갖춰야 할 출발점은 따뜻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지역이나 와인이 있으신가요?

현재 가장 관심 갖고 좋아하는 건 프랑스 루아르 와인이에요. 루아르의 슈냉 블랑과 소비뇽 블랑 품종을 둘 다 좋아해요. 루아르는 경관도 아름다운데, 토양도 굉장히 다양하고 강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이라 같은 포도로도 스위트 와인부터 드라이 와인까지 굉장히 여러 가지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는 점 자체가 매력적이죠. 개인적으로 니콜라스 졸리(Nicolas Joly)의 라 쿨레 드 세랑(La Coulée de Serrant)을 좋아합니다. 드라이한 와인인데도 약간 멍든 사과나 갈변된 사과 같은 뉘앙스가 있고, 반면에 꿀물 같은 뉘앙스도 있어요. 그러면서 포도 본연의 과실, 사과나 살짝 후숙한 백도, 레몬 같은 느낌도 가지고 있어서 그런 표현이 굉장히 좋아요.


원래 가장 좋아하는 와인 스타일은 어떤 쪽인가요?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은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이에요. 특히 장 클로드 하모네(Jean-Claude Ramonet)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저는 부르고뉴 와인에서 느껴지는 리덕션(reduction), 즉 환원향을 굉장히 좋아해요. 물론 환원이 잘못되면 결함이 될 수도 있지만, 이것을 결함이 아니라 또 하나의 매력적인 포인트로 표현하는 생산자들이 많거든요. 잘 표현하면 돌이 비를 맞았을 때 풍기는 젖은 돌의 향 같은 뉘앙스가 있고요. 성냥에 딱 불을 붙였을 때의 향 같은 것도 있어요. 그런 향과 프렌치 오크에서 오는 스모키함이 만나면 또 다른 미네랄 표현으로 다가와요. 그 복합미가 정말 황홀하거든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섬세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오크를 사용했지만 과실과 미네랄을 잃지 않은 와인. 보통 오크를 많이 사용하면 오크 캐릭터가 와인이 가진 매력을 가리는 경우도 있는데, 오크도 살아 있으면서 그 안에서 잘 익은 과실과 미네랄도 같이 살아 있는, 밸런스가 좋은 와인을 선호합니다.


같이 와인을 공부하는 모임도 있나요?

현재는 젊은 소믈리에들이 함께하는 크루 '쏨즈(SOMZ)'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이나 경력에 관계없이 와인에 대한 열정을 가진 소믈리에들이 모여 함께 테이스팅하고 공부하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있어요. 와인에만 국한되지 않고 활동 영역을 넓히려는 것도 쏨즈의 특징이라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과 함께하는 자선 프로젝트 'TABLE FOR ALL'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소믈리에의 역할이 단순히 와인을 판매하고 서비스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와인이 가진 역사와 이야기를 다양한 행사나 좋은 취지의 활동에 녹여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쏨즈는 와인 모임과 교육, 자선 활동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건강한 소믈리에 집단이에요.


소믈리에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는 앞으로 '반성진'하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고객이 “반성진 소믈리에라면 이런 와인을 고를 것 같아”, “이런 서비스를 할 것 같아” 이런 식으로 저에 대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가 항상 추구하는 건 호스피탈리티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따뜻함을 느끼는 소믈리에가 됐으면 좋겠어요. 고객이 업장에 처음 왔을 때 설레는 마음도 있겠지만 그 설렘을 넘어 편안함을 느꼈으면 하거든요. “반성진 소믈리에가 있는 곳에 가면 일단 편안해”, “반성진 소믈리에에게 가면 뭔가 위로 받고 즐거울 것 같아” 이런 느낌을 주는 편안한 소믈리에가 되고 싶습니다.


[반성진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9월의 와인, 도멘 에레스틴 마찌니 부르고뉴 블랑 2023, 사진: 정선경] 


마지막으로 와인21 독자들께 9월에 추천하는 와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추천하는 와인은 도멘 에레스틴 마찌니(Domaine Heresztyn-Mazzini)의 부르고뉴 블랑입니다. 이 와인은 재미있는 게 도멘이 쥬브레 샹베르땅(Gevrey-Chambertin)에 위치해 있어요. 쥬브레 샹베르땅은 기본적으로 레드 와인으로 유명하고 대부분 피노 누아를 중심으로 재배하는데, 이 와인은 쥬브레 샹베르땅에서 재배한 샤르도네로 만들었어요. 유명 레드 와인 산지에서 샤르도네를 심고 부르고뉴 지역급 와인으로 출시한다는 점 자체도 재미있지만 그 지역 토양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미네랄을 살리면서 샤르도네라는 품종을 굉장히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보통 본(Beaune) 쪽은 석회질 토양이 많아서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하고, 뉘(Nuits) 쪽은 조금 더 점토가 많아 레드 와인을 많이 만드는데 이 와인은 그런 지역에서 자랐음에도 본 못지않게 잘 익은 과실이 느껴지는 것이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예요. 바로 마시기보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마셔도 될 만큼 좋은 응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와인은 제가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과도 연결됩니다. 오크를 사용했음에도 와인이 가지고 있는 과실이 살아 있어요. 너무 여리기만 한 게 아니라 조금 둥근 느낌의 잘 익은 감귤이라든가 덜 익은 백도 같은 과실이 느껴지거든요. 석회질 토양에서 오는 미네랄 표현도 굉장히 좋아요. 생산자의 오랜 노하우가 잘 접목된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생산자를 레드 와인으로 많이 기억할 거예요. 그런데 저는 이 생산자가 만드는 블랑도 임팩트가 있고 정말 잘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미네랄의 표현력, 과실 그리고 오크의 균형이 뛰어나서 이 와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프로필이미지정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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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9.11 12:00수정 2026.09.1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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