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와인21 도슨트] 지금 주목해야 할 와인 산지들


격조 높은 보르도, 섬세하고 우아한 부르고뉴, 직관적이고 화려한 나파 밸리 등 명성 높은 와인 생산 지역들은 언제나 와인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익숙한 이름들이 주목받는 사이, 무대의 가장자리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 와인 월드에는 여전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독창적인 테루아가 숨 쉬고 있으며, 한 걸음만 돌아가면 상상 이상의 매력을 지닌 산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도슨트에서는 영국, 스위스, 몰도바, 이집트, 중국 닝샤, 그리고 스페인 아라곤(Aragón)까지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독자적인 아우라를 드러내는 여섯 개의 와인 산지로 여행을 떠난다. 기후 변화를 기회로 삼아 스파클링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영국, 알프스의 청정함 속에서 외부에 공개되기를 아껴온 스위스, 고대 와인 문명의 부활을 알리는 몰도바와 이집트, 세계 프리미엄 시장을 뒤흔드는 중국 닝샤, 그리고 마스터 오브 와인의 열정으로 부흥한 스페인 아라곤까지. 유명세로는 설명되지 않는 개성을 지닌 와인들이다. 익숙한 산지를 벗어나 새로운 와인을 경험하고 싶다면, 혹은 술자리에서 남들이 모르는 와인 하나쯤 꺼내고 싶다면 이번 와인21 도슨트가 그 해답이 되어 줄 것이다.



영국, 스파클링 와인의 신흥 강자

20세기까지만 해도 영국이 스파클링 와인 강국이 될 거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판을 바꿨다. 잉글랜드 남동부의 서식스(Sussex)와 켄트(Kent)는 샹파뉴 지역과 같은 백악질(chalk) 토양이 많다. 또한 과거 서늘했던 기온이 기후 변화로 인해 과거 샹파뉴의 최적 기후대와 유사해지면서, 세계 최정상급 프리미엄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는 요충지로 떠올랐다. 덕분에 샴페인의 세 품종인 샤르도네(Chardonnay), 피노 누아(Pinot Noir), 뫼니에(Meunier) 재배가 잘 된다. 이에 힘입어 영국의 상업 포도밭 재배 면적은 지난 10년간 123% 증가해 2024년 기준 4,200헥타르를 넘어섰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잉글리시 스파클링 와인은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산미와 긴 숙성에서 오는 우아한 풍미로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떼땅져(Taittinger)와 뽀므리(Pommery) 같은 샴페인 하우스들이 잉글랜드에 포도밭을 사들이고 있는 것만 봐도 잉글리시 스파클링 와인의 높은 잠재력을 알 수 있다.


[나이팀버 클래식 퀴베, 제공: 동원와인플러스]


나이팀버, 클래식 퀴베  MV  Nyetimber, Classic Cuvée MV

섬세한 버블을 타고 피어오르는 사과, 서양배, 레몬 커드, 신선한 시트러스 아로마에 토스티한 브리오슈 뉘앙스와 꿀, 미네랄리티가 은은하게 더해진다. 입에 넣으면 부드러운 질감과 생동감 있는 산미가 드러나며 복숭아 같은 핵과 풍미가 입안을 채운다. 견고한 구조와 좋은 밸런스가 세련된 인상을 남기는 클래식 스파클링 와인. 신선한 굴이나 관자 등 해산물 요리와의 페어링을 추천한다. 녹색 모래 토양(greensand)과 백악질이 섞인 웨스트 서식스, 햄프셔 포도밭에서 100% 자가 재배 포도를 두 차례 이상 세심하게 선별해 코카르(Coquard) 프레스로 부드럽게 압착한다. 리저브 와인 사용 비율은 25~35%이며, 병입 후 36개월 이상 숙성해 복합미와 좋은 질감을 완성한다. 나이팀버는 1988년 설립된 영국 스파클링 와인의 선구자로, 영국 최초로 샤르도네, 피노 누아, 뫼니에를 식재하고 샴페인 방식을 도입하는 등 영국 와인 업계의 최초 타이틀 다수를 보유하고 있다. 셀러 마스터 셰리 스프릭스(Cherie Spriggs)는 2018년 인터내셔널 와인 챌린지(IWC)에서 샹파뉴 이외 지역 최초이자 여성 최초로 '올해의 스파클링 와인메이커'에 선정되었고, 2025년에도 다시 한번 같은 타이틀을 수상하는 영예를 얻었다.



스위스, 수출할 와인이 없는 나라

스위스는 매년 1억 리터 정도의 와인을 생산한다. 하지만 수출량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스위스 와인을 마셔봤다는 것 자체가 좀처럼 얻기 힘든 경험인 셈이다. 이렇게 폐쇄적인 시장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산지의 다양성에 있다. 스위스는 6개 주요 와인 산지에 포도밭이 있다. 그중 알프스 산맥의 우뚝 솟은 봉우리 사이에 자리한 발레(Valais) 지역은 스위스 와인 생산량의 3분의 1 가량을 책임지는 핵심 산지다. 풍부한 일조량과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든 맑은 수자원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테루아를 자랑한다. 또한 발레 지역은 스위스 와인을 대표하는 화이트 품종 샤슬라(Chasselas)의 본고장으로, 이곳에서는 보통 팡당(Fendant)이라고 부른다. 정교한 미네랄리티와 맑고 깨끗한 아로마로 알프스 테루아의 정수를 보여준다.  


발레 못지않게 주목할 곳은 레만 호수를 따라 펼쳐진 보(Vaud) 지역이다. 11세기 수도사들이 일군 계단식 라보(Lavaux) 테라스 포도밭이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있어 200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곳에서는 오직 샤슬라만으로 데잘레(Dézaley)와 칼라맹(Calamin) 두 곳의 그랑 크뤼 등급 와인을 만든다. 그 밖에도 프랑스어권 제네바(Genève), 이탈리아어권 티치노(Ticino), 독일어권 스위스 지역까지 언어권마다 색깔이 다른 와인 문화가 공존한다. 품종 다양성도 상당해서 프티 아르방(Petite Arvine), 코르날랭(Cornalin), 아미뉴(Amigne), 위마뉴 루즈(Humagne Rouge) 같은 토착 품종들이 각 지역의 개성을 대변하고 있다. 등급 체계 역시 스위스다운데, 국가 단일 등급이 아니라 주별로 AOC를 운영한다. 제네바가 1988년 가장 먼저 도입했고 발레가 1990년 뒤를 이었다. 이런 촘촘하고 폐쇄적인 생태계 안에서 각 주의 개성을 살린 와인들을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비니그마 샤슬라, 제공: 베리타스트레이딩]


비니그마, 샤슬라  Vinigma, Chasselas

노란빛이 감도는 페일 레몬 컬러. 오렌지 블로섬 아로마, 감귤, 라임 같은 시트러스와 백도 풍미, 토피 힌트와 젖은 돌의 미네랄리티가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가벼운 바디와 드라이한 미감, 산뜻한 산도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미네랄이 도드라지는 깔끔한 피니시가 좋은 여운을 남긴다. 매콤한 향의 아시아 요리, 숯불 그릴 요리, 발효 채소, 튀긴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김치전이나 해물파전과도 좋은 궁합을 보인다. 발레 지역에서 재배한 샤슬라를 손 수확해 줄기 제거 후 뉴매틱 압착기로 부드럽게 압착해 14~16℃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한다. 젖산 발효는 하지 않고 저온 안정화 작업을 거쳐 병입한다. 비니그마는 포도밭 부근이 아닌 도시 한복판에 양조장을 두고, 동부 그라우뷘덴(Graubünden)의 자가 포도밭과 남부 발레의 계약 재배 포도를 전부 바젤로 실어와 양조 및 숙성한다. 유기농,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기본으로 스위스 고유 품종의 개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몰도바,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포도밭을 가진 나라

동유럽의 숨은 보석 몰도바는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자리한 내륙국이다. 이 좁은 땅에 무려 5천 년에 이르는 와인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다. 국토 면적 대비 가장 밀도 높은 포도밭을 보유한 나라로도 꼽힌다. 와인 산업은 GDP의 3.2%, 전체 수출의 7.5%를 차지하며 150개 이상의 와인 기업이 25만 명 넘는 인구를 고용하고 있을 만큼 국가 경제의 중심축이다. 중부 코드루(Codru), 남동부 슈테판 보다(Ştefan Vodă), 남서부 발룰 루이 트라이안(Valul lui Traian) 등 세 곳의 와인 산지가 PGI로 보호받고 있다. 특히 발룰 루이 트라이안은 부르고뉴와 동일한 북위 47도에 위치한다. 흑해의 따뜻한 바람과 유기물이 풍부한 검은 토양 체르노젬(chernozem)이 만나 뛰어난 농축미의 와인을 배출한다. 고대 로마의 유적인 '트라야누스 장벽'에서 이름을 딴 이 산지는 사페라비(Saperavi)와 정교한 보르도 스타일 블렌딩으로 세계 와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페라비는 조지아의 대표 적포도 품종이지만, 몰도바에서도 고품질 레드 와인을 만드는 핵심 품종이기도 하다. 흑해 기후와 체르노젬을 만나 타닌이 벨벳처럼 부드럽고 과일 풍미가 진하게 드러나는 고품질 와인을 만든다. 장기 숙성 와인으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샤토 크리스티 패밀리 리저브 사페라비, 제공: 비니더스코리아]


샤토 크리스티, 패밀리 리저브 사페라비  Chateau Cristi, Family Reserve Saperavi

블루베리, 블랙베리, 검은 체리, 블랙커런트, 프룬 등 짙은 검은 과일 아로마에 은은한 바닐라, 담배, 오크의 섬세한 스모키 뉘앙스가 더해진다. 입에 넣으면 풀바디에 벨벳 같은 질감과 함께 밀도 높은 진한 검은 과일 풍미가 초콜릿, 삼나무, 너트 뉘앙스와 조화를 이루며, 오크에서 비롯된 스파이시함이 입체감을 더한다. 두툼한 소고기나 양고기 등 붉은 육류 구이, 진한 소스의 갈비찜은 물론 숙성 치즈나 향신료 강한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발룰 루이 트라이안 PGI 가버나오사(Găvănoasa) 마을의 샤토 크리스티 포도밭에서 재배한 사페라비를 헥타르당 5톤으로 수확량을 엄격히 제한해 양조한 후 프렌치 오크와 트란실바니안 오크 배럴에서 12개월 숙성한다. 패밀리 리저브 라인은 한정 수량으로 생산되는 이 와이너리 양조 철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슈퍼 프리미엄급 라인이다. 샤토 크리스티는 발룰 루이 트라이안 PGI에 자리한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19세기 러시아 황실에 와인을 납품하던 크리스티 가문의 전통을 잇고 있다. 2015년 재건돼 약 130헥타르의 자가 포도밭에서 국제 품종과 몰도바 토착 품종을 함께 사용해 와인을 만든다.


[샤토 크리스티 폴리티카 쿠파지 데모크라틱, 제공: 비니더스코리아]


샤토 크리스티, 폴리티카 쿠파지 데모크라틱  Chateau Cristi, Politika Coupage Democratic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등 완숙 베리 아로마에 후추 같은 스파이스와 흑연 같은 미네랄 뉘앙스가 복합적으로 드러난다. 입에 머금으면 잘 익은 사워 체리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며, 부드러우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타닌과 뒷받침하는 산도가 훌륭한 균형을 이룬다. 싱그러운 과일 풍미가 매력적인 레드 와인으로, 진한 소스를 곁들인 요리나 구운 육류와 잘 어울린다.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 50%, 메를로(Merlot) 25%,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25%를 블렌딩 했으며, 발효 중 혹은 발효 후 포도 껍질과 장기간 접촉시키는 익스텐디드 마세레이션(extended maceration) 기법을 사용해 색상과 향기, 타닌 구조를 강화하고 숙성 잠재력 또한 갖추었다. 폴리티카는 브랜드는 완벽한 블렌딩 비율을 찾는 과정을 정치적 타협에 빗댄 재치 있는 네이밍이다. 



이집트, 파라오의 와인에서 관광객을 위한 와인으로

이집트는 5천 년 전 파라오의 무덤에서 와인 항아리가 발견될 만큼 오랜 와인 역사를 자랑한다. 기원전 3천 년경 지중해 동쪽 연안의 레반트(Levant) 지역과의 교역을 통해 포도 재배법이 전래된 이래, 나일 삼각주를 중심으로 파라오를 위한 왕실 양조 산업이 자리 잡았다. 무덤 벽화 곳곳에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을 담그는 장면이 남아 있을 만큼 고대 이집트 사회에서 와인은 신분과 제의를 상징하는 술이었다. 하지만 7세기 이슬람 정복 이후 양조 전통은 오랫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19세기말 영국 식민 통치기에 알렉산드리아가 다시 국제도시로 번성하면서 짧은 부흥기를 맞았다. 1882년 그리스 출신 사업가 네스토르 지아나클리스(Nestor Gianaclis)가 알렉산드리아 남쪽 나일 삼각주에 현대적 포도밭을 조성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러나 1952년 혁명과 1963년 나세르 정권의 국유화 조치를 거치며 와인 산업은 다시 침체했고, 1997년 민영화 이후에야 본격적인 재건이 시작됐다. 극심한 더위와 부족한 강수량이라는 근본적인 악조건 속에서 포도밭은 나일 삼각주 인근과 남쪽 사막 개간지 두 축으로 나뉘어 조성되는데, 대부분 지하수를 끌어올린 점적 관개에 의존한다.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보수적 사회 분위기와 수입 주류에 대한 높은 관세의 영향으로 이집트 와인은 아직 관광객 대상 소비가 중심을 이룬다. 그러나 그 안에서 이집트 와인은 조금씩 품질과 개성을 다져가고 있다.


[보솔레이유 데 이집트 바나티 화이트, 제공: 와인아프리카]


보솔레이유 데 이집트, 바나티 화이트  Beausoleil d'Egypte, Bannati White

금빛 감도는 레몬 컬러. 신선한 그린 허브 힌트, 노란 핵과, 멜론 아로마와 함께 토스티 바닐라 뉘앙스가 매력적으로 감돈다. 입에 넣으면 짭조름한 미감에 가벼운 유질감이 느껴지며, 가벼운 산미와 씁쓰름한 미네랄이 편안한 여운을 남긴다. 이국적인 풍미가 가볍게 드러나지만 밸런스가 좋아 편하게 마실 수 있다. 백숙 같이 담백한 닭고기 요리나 가벼운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린다. 강렬한 일조량과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의 영향을 받는 모래 토양에서 재배한 이집트 토착 품종 바나티를 16℃ 이하의 저온에서 발효하며, 오크 스테이브(oak stave)를 사용해 풍미를 더했다. 보솔레이유 데 이집트는 이집트 음료 기업 에지베브(EgyBev)가 생산하는 브랜드다. 에지베브는 이집트 프리미엄 와인의 현대화를 이끄는 대표 생산자 중 하나다.


[보솔레이유 데 이집트 메를로 로제, 제공: 와인아프리카]


보솔레이유 데 이집트, 메를로 로제  Beausoleil d'Egypte, Merlot Rosé

살몬 로제 컬러에 어울리는 체리와 귤껍질 향이 산뜻하게 다가온다. 입에서는 드라이한 미감, 신선한 산미와 함께 둥글둥글한 질감을 타고 완숙 핵과와 오미자 풍미가 산뜻하게 드러난다. 아주 가벼운 타닌감과 쌉싸름한 피니시가 깔끔한 여운을 남기는 매력적인 로제 와인이다. 가벼운 전채 요리나 신선한 샐러드, 새콤달콤한 초무침과도 잘 어울린다. 카이로 북부에서 7월경 수확한 메를로를 전송이 압착 후 16℃를 넘지 않는 저온에서 발효해 신선한 과실 풍미를 살렸다. 



중국 닝샤, 헬란산이 만든 동양의 보르도

중국 닝샤의 헬란산(賀蘭山) 동쪽 기슭은 미국 나파 밸리와 비슷한 북위 37~39도에 위치한다. 해발 1,200m의 높은 고도, 건조한 기후와 연간 2,000시간이 넘는 풍부한 일조량 덕에 골든존(golden zone)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2003년 국가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데 이어 2013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전문 서적 <와인 아틀라스(The World Atlas of Wine)>에도 이름을 올렸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식 샤토 등급 체계를 도입해 와이너리를 관리하는 산지이기도 하다. 특히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보르도 블렌딩 와인이 국내외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중국 프리미엄 와인의 최전선으로 자리매김했다. 보르도 출신 품종 마르슬란(Marselan) 또한 닝샤의 테루아와 만나 독보적인 응축감과 구조감을 발휘한다. 최근에는 수출까지 가파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중국 와인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질 날이 멀지 않았는지 모른다.


[실버 하이츠 가원(지아유안) 마르슬란, 제공: 동원와인플러스]


실버 하이츠, 가원(지아유안) 마르슬란  Silver Heights, Jiayuan Marselan

검은빛 감도는 진한 루비 레드 컬러. 붉은 베리와 체리, 블랙베리, 검은 자두 등 진한 과일 풍미에 침엽수, 바닐라, 감초, 블랙 페퍼 등 복합적인 뉘앙스가 어우러진다. 입에 넣으면 쫀쫀한 타닌과 균형을 이루는 산미의 구조감이 견고하다. 완숙한 검붉은 과일 진한 풍미는 피니시까지 이어진다. 중국 와인의 발전을 실감할 수 있는 잘 만든 레드 와인이다. 양고기찜, 트러플 리조토, 훈제 오리, 불고기 등 풍미가 진한 요리와 잘 어울린다. 마르슬란 품종을 야생 효모로 자연스럽게 발효한 후 100% 새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12개월 숙성한다. 양조과정 내내 이산화황 사용을 최소화한다. 실버 하이츠는 프랑스 보르도 양조학을 수학하고 샤토 깔롱 세귀르(Château Calon Ségur) 등에서 경력을 쌓은 여성 1세대 와인메이커 엠마 가오(Emma Gao)가 가족과 함께 설립했다. 중국 프리미엄 와인의 선두 주자로 꼽히며, 헬란산 동쪽 산기슭의 테루아를 프랑스식 양조 철학으로 해석해 유기농 방식으로 정제된 와인을 만든다.



스페인 아라곤, 버려진 포도밭에서 찾은 그랑 크뤼

스페인 북동부에 위치한 아라곤(Aragón)은 차고 건조한 바람 시에르조(Cierzo)가 불어오는 극한의 대륙성 기후와 척박한 퇴적 토양이 특징이다. 과거 가르나차(Garnacha) 품종의 원산지로 이름을 알렸던 이곳은 최근 높은 고도에 식재된 올드 바인을 재발굴하고 친환경 농법을 도입하는 젊은 와인메이커들의 노력에 힘입어 현대적인 고품질 와인 산지로 급부상했다. 특히 발데하롱(Valdejalón)과 같은 세부 산지는 거친 테루아 속에서도 고유의 신선한 산미와 또렷한 미네랄리티를 머금은 뛰어난 와인들을 선보이고 있다.


[보데가스 프론토니오 보티호 블랑코, 제공: 비노에이치]


보데가스 프론토니오, 보티호 블랑코  Bodegas Frontonio, Botijo Blanco

은은한 페일 레몬 컬러. 흰 꽃, 레몬, 라임, 자몽, 그린 애플, 배, 복숭아 아로마가 화사하게 피어나며 젖은 돌의 미네랄과 은은한 허브 뉘앙스가 더해진다. 입에서는 상큼한 산미와 크리미한 질감, 적당한 바디감이 균형을 이루며, 깔끔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여운을 남긴다. 구운 흰 살 생선이나 먹물 파에야, 레몬 치킨 등과 잘 어울린다. 보티호는 포도 재배자들이 냉수 보관용으로 쓰던 토기에서 따온 이름으로, 와인의 소탈하면서도 다부진 캐릭터를 잘 보여준다. 해발 460m 북동향 사면의 점토질 석회암 토양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25~50년 수령의 가르나차 블랑카(Garnacha Blanca) 품종을 손 수확해 줄기를 제거한 뒤 이산화황 첨가 없이 30시간 침용한다. 18-20℃의 지하 시멘트 탱크에서 야생 효모로 15일간 발효한 후 미세 침전물과 함께 바토나주 없이 7개월 숙성한다. 보데가스 프론토니오는 2008년 풍력발전 엔지니어 출신 페르난도 모라(Fernando Mora)가 양조학자 마리오 로페즈(Mario López)와 함께 설립한 와이너리다. 페르난도는 취미로 시작한 양조에 빠져 회사를 그만두고 와인에 매진했고, 스페인의 두 번째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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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10.06 11:14수정 2026.10.06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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