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해외뉴스

[와인 규정] 그리스 품종으로 프로방스 로제를? 코토 덱상프로방스 AOP, 새 품종 허용

그리스 품종인 아기오르기티코(Agiorgitiko)와 시노마브로(Xinomavro)로 만든 프로방스 로제를 만나게 될까. 프랑스 코토 덱상프로방스(Coteaux d'Aix-en-Provence) AOP가 생산 규정을 개정하고, 기후와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품종을 도입했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VIFA(Variétés d'Intérêt à Fin d'Adaptation), 즉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품종이다.


레드와 로제에는 아기오르기티코, 칼라브레세(Calabrese·네로 다볼라), 시노마브로, 모스코필레로(Moschofilero), 베르데호(Verdejo)와 병해 저항성 품종인 플로레알(Floréal), 수비니에 그리(Souvignier Gris), 소비냑(Sauvignac)이 포함됐다. 화이트에는 베르데호, 모스코필레로, 플로레알, 수비니에 그리, 소비냑을 사용할 수 있다.


[코토 덱상프로방스 지도, 왼쪽 청보라색 지역, 출처: Vins de Provence]


특히 눈길을 끄는 건 그리스 품종이다. 펠로폰네소스를 대표하는 아기오르기티코와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의 시노마브로, 향이 풍부한 청포도 모스코필레로까지 프로방스 AOP의 품종 실험에 합류했다. 이탈리아 남부에서 네로 다볼라(Nero d'Avola)로 잘 알려진 칼라브레세와 스페인 루에다의 대표 품종 베르데호도 포함됐다.


그렇다고 이 품종들이 기존 프로방스 품종을 곧바로 대체하는 건 아니다. VIFA는 새로운 품종이 지역의 기후와 재배 환경에 실제로 적응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제한된 실험이다. 원칙적으로 AOP 신고 포도밭 면적의 5% 이하로 제한되며, 완성된 와인에서는 최대 10%까지 사용할 수 있다.


흥미로운 예외도 있다. 병해 저항성이 있는 플로레알, 소비냑, 수비니에 그리를 주택이나 학교, 병원 등 민감 시설에서 20m 이내에 재배할 경우 일정 조건에서 VIFA 5% 한도 계산에서 제외한다. 농약 사용을 줄일 필요성이 특히 큰 장소에서 병해 저항성 품종의 식재를 유도하려는 조치다.


새로운 품종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기존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기준도 분명히 했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프로방스에서 롤(Rolle)로 불리는 베르멘티노(Vermentino)가 생산자 포도밭의 화이트 품종 식재 면적 가운데 최소 50%를 차지해야 한다.


이번 개정은 품종에만 머물지 않는다. 포도밭 전체와 밭머리에 대한 화학적 전면 제초를 금지하는 등 환경 관련 규정도 강화했다. 새로운 품종 도입과 농약 사용 감소를 하나의 기후·환경 적응 전략 안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코토 덱상프로방스가 프로방스에서 이런 실험을 처음 시작한 산지는 아니다. 코트 드 프로방스(Côtes de Provence)는 앞서 아기오르기티코, 칼라브레세, 시노마브로, 모스코필레로, 베르데호 등을 VIFA로 받아들여 적응 가능성을 시험해왔다. 따라서 이번 개정은 갑작스러운 품종 혁명이라기보다 프로방스에서 이미 시작된 기후 적응 실험이 코토 덱상프로방스까지 확대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새로운 품종을 허용하면서도 기존 AOP의 정체성을 지키는 장치를 함께 두었다는 점이다. 그르나슈와 생소가 중심이던 프로방스 포도밭에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품종을 제한적으로 들여와 미래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기후가 달라지면서 오랫동안 고정돼 있던 프랑스 AOP의 품종 지도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프로필이미지정수지 기자

기자 페이지 바로가기

작성 2026.09.18 12:39수정 2026.09.18 12:40

Copyrights © 와인21닷컴 & 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 이벤트 전체보기

최신 뉴스 전체보기

  • 비뉴베르데 와인시음회
  • 조지아 와인 쇼
  • 정식당 반성진 소믈리에 인터뷰
  • 98 와인즈

이전

다음

뉴스레터
신청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