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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비나의 알렉스 후버 CEO가 말하는 마울레 밸리의 다양성

안데스 산맥 기슭에서 시작해 해안 산맥까지 넓게 펼쳐진 마울레 밸리(Maule Valley)는 칠레에서 가장 넓은 와인 산지로, 서로 다른 기후와 토양을 지닌 포도밭들이 자리한다. 인비나(Invina)는 이 지역의 가능성을 오랫동안 탐구해 온 생산자다. 인비나의 설립자이자 CEO인 알렉스 후버(Alex Huber)는 1999년 칠레에 정착한 뒤 포도 재배를 하다 직접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포도 공급 과잉으로 좋은 포도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에, 직접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기로 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인비나는 여러 포도밭에서 각기 다른 품종을 재배하며 마울레의 가능성을 와인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마울레는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는 산지다. 곳곳에 위치한 포도밭은 서로 다른 토양과 기후 조건이 있으며, 인비나는 그 차이에 맞춰 품종과 재배 방식을 달리한다. 인비나가 강조하는 'The Colors of Maule'이라는 이름 역시 이러한 특성을 담고 있다. 

  

20년 넘게 칠레 와인산업의 변화를 지켜보고 직접 경험해온 알렉스 후버에게 지금의 칠레와 마울레는 어떤 모습일까. 인비나의 출발과 성장 과정부터 마울레의 다양한 테루아를 와인에 담는 방식, 칠레 와인의 변화와 지속가능성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비나의 알렉스 후버 CEO, 제공: 바쿠스] 


후버 패밀리는 1999년 뛰어난 와인 생산의 가능성을 보고 칠레에 왔습니다당시 칠레 와인산업의 어떤 면에서 가능성을 발견하셨나요그리고 현 시점에서 당시의 판단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당시 칠레를 선택한 이유는 와인용 포도를 재배하기에 이상적인 기후, 비교적 낮은 비용, 그리고 안정적인 사회·정치적 환경 등이었습니다. 초창기에는 대량 생산에 집중한 와인 프로젝트에 소수 파트너로 투자했고, 그 사업에서 손을 뗀 이후 2007년 인비나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포도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칠레의 경쟁력은 포도밭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죠. 그래서 여러 포도밭을 매입하고 신규 포도밭을 조성했습니다. 다른 와이너리에 프리미엄 포도를 판매할 목적으로 현대적인 포도밭 관리 기법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칠레의 포도밭 면적이 증가하면서 포도가 과잉 공급되기 시작했고, 우리가 아무리 고품질 포도를 재배해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2012년, 뛰어난 품질의 포도로 직접 와인을 만들기 위해 와이너리 설립을 결정했죠. 초기에는 모든 가격대에서 좋은 가성비를 갖춘 와인을 생산하다가 2014년부터는 그란 리제르바(Gran Reserva)와 프리미엄 와인 생산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인비나를 설립할 당시 선택한 곳이 마울레 밸리였는데요. 지금도 인비나는 'The Colors of Maule'이라는 표현으로 마울레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인비나만의 접근 방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마울레에 살면서 이곳에서도 마이포(Maipo)나 콜차구아(Colchagua) 같은 칠레의 유명 산지들과 동등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 포도 품종을 적합한 포도밭에 심는 것입니다. 그리고 와인을 만들 때는 어떠한 선입견이나 미리 정해놓은 기준 없이 접근하고, 포도밭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품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놀라기도 하고 실망할 때도 있죠. 만약 결과에 실망한다면, 먼저 포도밭에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에 집중합니다. 좋은 와인 양조는 포도밭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인비나의 바투코 포도원 풍경, 제공: 바쿠스]


마울레 밸리에서도 바투코(Batuco), 라스 티사스(Las Tizas), 부에나 비스타(Buena Vista), 마타 베르데(Mata Verde) 등 서로 다른 포도밭에서 발견하는 중요한 차이는 무엇이며, 이러한 차이가 실제 와인의 스타일에는 어떻게 나타나나요? 

저희 포도밭은 안데스 산맥 기슭에서부터 마울레 중앙 평원을 지나 해안 산맥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각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가 얼마나 다른 특성을 보이는지 알게 된다면 정말 놀라실 거라 생각합니다. 안데스 산맥에 가까운 마타 베르데는 화이트 품종 재배에 이상적인 곳으로, 선명한 산도와 풍부한 과실 풍미를 보여주는 소비뇽 블랑, 샤도네이, 피노 그리지오, 피노 누아를 재배합니다. 온화한 기후의 마울레 중앙 평원에 위치한 부에나 비스타는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화산성 응회암 토양이 특징입니다. 이곳에서는 최고급 카베르네 소비뇽을 비롯해 리제르바급 까르미네르, 말벡, 카베르네 프랑을 생산합니다. 라스 티자스는 해발 80~110m의 낮은 지대에 위치하며 해안 산맥의 언덕들로 둘러싸여 있어 매우 더운 포도밭입니다. 이곳에는 시라, 말벡, 쁘띠 베르도, 까르미네르처럼 더운 환경에서 잘 자라는 품종을 심었고, 포도밭에서 가장 낮은 지대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단일 품종 와인으로 생산합니다. 바투코는 인비나의 포도밭 가운데에서도 보석과 같은 곳이죠.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공기와 계곡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공기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큰 일교차가 나타납니다. 또한 안데스 산맥의 눈이 녹아 흐르는 물은 해안 산맥 아래쪽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관개 수로가 없는 대신, 깊은 충적 사질 점토 토양이 이러한 수분 부족을 보완해줍니다. 이 포도밭에서 매우 뛰어난 까르미네르를 생산할 수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양조팀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특히 세냐(Seña) 출신의 와인메이커 에드 플래허티(Ed Flaherty)와 함께하면서 인비나의 와인 스타일에 어떤 변화나 발전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초기에 저는 와인메이커인 카밀로(Camilo)와 함께 테이스팅, 블렌딩 등 중요한 작업을 모두 직접 진행했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규모가 커지자 에드 플래허티를 와인 자문으로 영입했죠. 그는 타라파카(Tarapacá) 같은 대형 와이너리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어 와인 재고 관리, 배럴 셀러 관리, 패키징 관련 결정, 심지어 브랜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실무적인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세냐(Seña)에서 쌓은 경험은 저희의 오크 숙성 방식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고, 진정한 프리미엄 와인을 만들기 위해 인비나가 지향해야 할 목표를 제시해줬습니다. 그는 탑다운(Top-down) 방식을 강조하며 가장 상위 등급의 블렌드를 먼저 만들고 나머지 와인은 그다음 단계로 내려가도록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에드에게 가장 감사하는 부분은 칠레 국내 시장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것입니다. 당시 저는 대형 와이너리들과 경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국내 시장을 완전히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합류한 이후 저희는 성공적인 국내 판매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수익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칠레에서 인비나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었고, 그 영향은 해외 시장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비나의 부에나 비스타 포도원 풍경, 제공: 바쿠스]


현재 칠레에서는 산지마다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금 칠레 와인 산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일까요? 

칠레 와인 산업 전반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형 와이너리들은 새로운 테루아를 탐색하고 있으며, 동시에 칠레 곳곳에서 아주 작은 규모의 와이너리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비나와 같은 중형 와이너리들도 이러한 변화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새로운 품종을 시도하고, 더 높은 고도의 포도밭에 포도나무를 심으며, 새로운 포도밭 관리 기법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포도밭에서 새로운 표현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칠레 와인이 가진 잠재력은 그만큼 깊고 다채롭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인비나의 와인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와 소믈리에들이 인비나의 와인에서 특히 어떤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보시나요?  

가장 분명한 것은 한국 소비자들이 저희의 까르미네르를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코리아 와인 챌린지(KWC)에서도 이런 반응이 확인되는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까르미네르로 3년 연속 'Best of Country'를 수상했고, 2024년에는 세카노 템프라니요(Secano Tempranillo)로 다시 이 상을 받으면서 4년 연속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카노는 강렬한 풍미와 크리미한 질감, 긴 여운을 보여주는 와인이죠. 저는 오랫동안 뚜렷한 오크 풍미보다 과실 풍미를 우선하는 와인 스타일을 추구해왔고, 다른 많은 와이너리보다 오크 사용이 적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오크 숙성을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는 와인도 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인비나의 스타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시장의 선호도는 오크를 과하게 사용하지 않는 와인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저희 와인의 과실 풍미와 집중도, 균형감을 높게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인비나 와이너리, 제공: 바쿠스]


2007년 인비나를 설립한 이후 약 2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인비나의 방향을 바꾼 가장 중요한 순간이나 결정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인비나의 성공을 이끈 세 가지 전략적 결정이 있습니다. 마울레 밸리를 동서 방향으로 가로지르는 축을 따라 4개의 포도밭을 보유한 것, 2012년 와이너리를 직접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 그리고 2018년 100% 수출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칠레 내수 시장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특히 칠레 내수 시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사업 방향을 전환한 이후, 지난 8년 동안 인비나는 칠레 와인 업계의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 탄탄한 평판을 쌓아왔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했고, 다채로운 와인 관광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죠. 2013년부터는 지속가능성 인증도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는데, 이는 저희가 장기적으로 사업을 바라보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평소 즐겨 마시는 와인 스타일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상황에 따라 다른 와인을 즐깁니다. 집에서 마실 때는 시에라 바투코 리제르바 까르미네르(Sierra Batuco Reserva Carmenere)나 시에라 바투코 리제르바 소비뇽 블랑(Sierra Batuco Reserva Sauvignon Blanc)을 주로 마십니다. 친구들과 저녁 식사를 할 때는 루마 체켄 그란 리제르바(Luma Chequen Gran Reserva) 라인을 자주 오픈합니다. 그리고 시음 행사에서는 포르핀(Por Fin), 카르텔 4A 까르미네르(Cuartel 4A Carmenere), 데카베사 레드 블렌드(DeCabeza Red Blend), 세카노 템프라니요(Secano Tempranillo), 오호스 베르데스 레드 블렌드(Ojos Verdes Red Blend) 등 프리미엄 라인업을 함께 시음하며 비교해보는 걸 좋아합니다. 서로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와인들이지만, 하나하나가 뛰어나다는 걸 매번 새롭게 느낍니다. 

 

[포르핀을 손에 든 알렉스 후버, 제공: 바쿠스] 


인비나의 대표 와인 중 하나인 포르핀은 여러 품종을 블렌딩한 프리미엄 레드입니다. 이 와인은 어떤 점에서 인비나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포르핀은 삶과 성공으로 향하는 여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포도가 훌륭한 와인이 되기 위해 견뎌내야 하는 '고통'과, 사람이 인생에서 위대한 성취를 이루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희생'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와인이죠. 포도가 훌륭한 와인으로 완성되기까지 겪는 이 어려움은 포르핀의 백라벨에 담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포도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버티고, 모체에서 잘려 나와 으깨지고, 탱크에 던져지고, 효모에게 먹히고, 압착기에 짓눌리고, 수년 동안 오크통에 들어갔다가 마침내 병 속에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장담컨대, 이 모든 고난은 포도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코르크를 열고, 그 위대한 성취를 함께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프로필이미지안미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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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9.22 17:36수정 2026.09.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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