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 the Young Sommelier Vol.8
소믈리에가 와인을 고르는 기준은 공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기업과 브랜드 행사부터 웨딩과 가족 모임까지, 서로 다른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을 맞이하는 연회장에서는 행사의 성격과 예산, 참석 인원에 맞는 와인을 준비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인지, 필요한 수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기준이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된 와인은 음식과 어우러지며 행사의 분위기를 더욱 무르익게 만든다.
와인21의 연재 기획 'Meet the Young Sommelier'에서 여덟 번째로 만난 인물은 시그니엘 서울의 김기수 소믈리에다. 현재 시그니엘 76층 연회장에서 캡틴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와인을 비롯해 연회에 사용되는 음료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현장에서 자신만의 경험을 쌓아가는 김기수 소믈리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시그니엘 서울 김기수 소믈리에, 사진: 정선경]
현재 시그니엘 서울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시그니엘 서울 76층 연회장에서 캡틴으로 근무하며 음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와인뿐 아니라 칵테일을 비롯한 여러 음료를 함께 다룹니다. 처음에는 혼자 음료 부문을 담당했는데, 행사에서 사용할 칵테일에 대한 요청이 늘어나서 지금은 음료 업무를 다른 직원들과 함께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시그니엘에서 근무한 지 얼마나 되셨나요?
2018년에 인턴으로 처음 들어왔어요. 이후 2021년에 정식으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이곳이 저의 첫 직장이고, 입사 후부터 계속 연회장을 중심으로 근무했습니다. 소믈리에로서는 이제 4년 차입니다.
그럼, 입사 이후 소믈리에의 길로 접어드신 건가요?
네. 처음부터 소믈리에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인턴으로 일할 때 함께 근무했던 권오경 지배인님이 바 매니저 출신이신데, 바에서 일했던 경험이나 음료에 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제가 현장에서 실제로 음료를 많이 다루다 보니 호텔에서 일을 하려면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입사 후 와인뿐만 아니라 칵테일과 커피를 포함한 음료 전반에 대해 차례로 공부하고 자격을 취득하게 됐죠. 먼저 SCA 커피 바리스타 스킬즈 인터미디에이트를 취득하고, 그다음으로 조주기능사를 준비했어요. 호텔 내부에서 운영하는 와인 자격 과정도 거쳤고, KISA 소믈리에 인터미디에이트도 취득했습니다. 인턴 때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면 정식 입사 후에는 '제대로 준비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겨서 당시 이것저것 많이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시그니엘 서울 연회장, 제공: 시그니엘 서울]
와인 공부를 계속해 나가는 데 특별히 동기 부여가 된 것이 있었나요?
나름 재미있는 사연이 있는데요. 저희 직원식당에 직원들 사진이 걸려 있는데, 한 분이 금색 포도송이 배지를 달고 계셨어요. 그게 너무 멋있어 보여서 '어떻게 하면 저 배지를 달 수 있을까?', '나도 한번 달아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알아보니 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하면 호텔 측에서 준다고 하길래 그때부터 관련 자격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와인 공부를 시작했는데, 자격증 하나 취득했다고 바로 배지를 주시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필을 많이 했죠. “다음에는 WSET 레벨 2도 따오겠다, 레벨 3도 따오겠다” 이렇게요.(웃음) 결국 WSET 레벨 2를 취득했을 무렵 배지를 받았어요. 당시 연회장 담당 직원 가운데 와인 공부를 하던 사람이 저밖에 없었기 때문에 연회장에서 더 열심히 일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함께 와인을 공부하는 동료가 많지 않은 환경이라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혼자 공부하다 보니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이론 공부는 어차피 혼자 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서비스 같은 경우는 주변에서 배울 수 있는 분이 없어서 온라인으로 검색도 많이 하고, 유튜브도 보고, 책도 찾아봤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일하시는 분들처럼 다양한 와인을 계속 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행사에서 사용하는 와인이나 외부 출장, 케이터링을 나가서 만나는 와인들도 많이 있었어요. 양적으로 아주 많은 공부를 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경험이 질적으로 좋은 공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와인 교육기관에서 공부한 경험은 어떠셨나요?
WSA와인아카데미에서 WSET 레벨 2와 레벨 3를 공부했어요. 특히 레벨 3가 굉장히 어려워서 몇 번 떨어지기도 했어요. 2024년에 레벨 3를 취득했습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손님과 이야기할 때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을 전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래야 신뢰가 생기고, 저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공부하다 보니 조금씩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여기까지 했는데 멈추기는 아쉽고, 조금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요.
연회장에서는 주로 어떤 행사가 열리나요?
시그니엘이라는 브랜드를 보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서인지 격식을 갖춘 행사를 많이 경험하는 것 같아요. 국가와 관련된 행사도 있고, 명품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행사, 그리고 웨딩이나 돌잔치 같은 개인 행사도 많습니다. 제 연차에 쉽게 만나기 어려울 법한 행사들을 이곳에서 많이 경험했어요.

[시그니엘 서울 연회장, 제공: 시그니엘 서울]
연회장에서 와인을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우선 수량이 가장 중요해요. 한 번에 많은 양을 사용하기 때문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고, 준비하는 과정에도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이 함께 마시는 자리라 너무 생소한 와인보다는 이름을 들으면 어느 정도 알 만한 와인인지를 고려하고, 가격대도 중요합니다. 행사마다 전체 예산에서 와인에 어느 정도 할애할 수 있는지 다르니까요.
행사의 성격에 따라 와인 산지도 달라지나요?
네. 특정 국가나 행사의 성격이 분명할 때는 거기에 맞추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행사라면 프랑스 와인을, 이탈리아 행사라면 이탈리아 와인을 찾는 식이죠. 국가와 관련 없는 개인 행사는 시그니엘을 선택해서 찾아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저희 호텔의 시그니처 와인을 먼저 소개하는 편이에요. 특히 연회장에 오시는 분들은 호텔 자체에 기대를 갖고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호텔의 시그니처 와인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르도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두 종류입니다.
연회장에도 별도의 와인 리스트가 있나요?
레스토랑처럼 종류가 많지는 않지만 와인 리스트를 갖추고 있어요. 품종과 가격대에 따라 몇 가지씩 구성한 비교적 간단한 리스트입니다. 처음에는 식음팀에서 구성한 리스트를 받아 운영했고, 이후에는 저희도 의견을 내고 있어요. 특정한 스타일의 와인이 들어오면 좋겠다거나, 많이 찾지 않는 와인은 다른 것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식이죠. 행사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계속 재고로 남게 되니, 연회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보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종류뿐 아니라 수량도 함께 생각해야 하고요.
손님이 특정 와인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나요?
그런 경우도 많아요. 행사와 관계된 분이 특정 와인 수입사를 운영하신다거나, 초청한 손님의 국적에 맞는 와인을 준비하고 싶다는 요청도 있습니다. 한번은 인도 손님이 참석하니 인도 와인을 준비할 수 있겠냐는 요청이 있었어요. 최대한 찾아봤지만 저희가 알아볼 수 있는 범위에서는 구하지 못했고, 결국 행사 측에서 와인을 가져오셨죠. 저희가 준비하기 어려울 때는 그렇게 가져오시는 경우도 있고, 가능한 한 요청에 맞춰드리려고 합니다.

[시그니엘 서울 연회장, 제공: 시그니엘 서울]
연회장은 레스토랑과 서비스 측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입사 이래 쭉 연회장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연회장 일만 하지는 않아요. 연회장은 행사 일정에 따라 근무 스케줄이 달라지기 때문에 행사가 없는 날에는 다른 업장에서 근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레스토랑에서의 경험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시그니엘의 프렌치 레스토랑 스테이(STAY)에 한 달 정도 파견된 적이 있었어요. 당시 저희 헤드 매니저님이 와인에 관심이 굉장히 많은 분이라 연회장에도 소믈리에를 육성하고 싶어 하셔서 저를 보내셨고, 그때도 많은 걸 배웠습니다.
연회장은 행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스토랑은 식사를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연회장에서는 행사 자체가 중요하니까 식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를 수 있죠. 그렇지만 저는 서비스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차이로 인해 서비스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고 합니다. 연회장에서 일하더라도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서비스하고 있죠.
스테이에서 근무할 때 가장 다르게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요?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을 바로 마주하고 와인을 추천해야 하잖아요. 손님을 만나는 것은 같아도 제 업장이 아니다 보니 제 실수로 혹시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와인 추천을 하면서도 '내가 하는 설명이 맞을까', '이 와인이 이분 입맛에 맞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공부를 하고 지식이 쌓이면서 전보다 자연스럽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손님께 더 좋은 설명을 드리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가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느낍니다.
근무하실 때 외에는 어떤 방식으로 와인을 공부하고 계신가요?
와인 학원에서 공부할 때 알게 된 분들과 모임을 하면서 와인을 마시기도 해요. 그중에는 와인 수입이나 유통 일을 하는 분들도 있어서 시음회 소식을 알려주시기도 하고요. 호텔에서 시음회 티켓을 나눠주실 때도 있습니다. 그런 자리에 가면 정말 많은 와인을 접할 수 있어요. 주변에 함께 갈 만큼 관심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혼자 가는 경우가 많지만, 공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참석합니다.
호텔에서도 교육을 지원하고 있나요?
롯데호텔에서 운영하는 서비스 아카데미가 있어요. 와인과 칵테일, 커피 등을 공부할 수 있고, 객실이나 프런트 업무를 실습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식음팀에서 몇 명을 선정해 자격 과정 교육을 지원해주고 있어요. 저도 그 기회를 통해 소믈리에 어드밴스드 과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김기수 소믈리에가 개발한 시그니엘 웨딩 목테일, 제공: 시그니엘 서울]
혹시 소믈리에 대회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 있으신가요?
처음에는 그런 욕심이 없었어요. 손님과 소통할 때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을 전하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였으니까요. 그런데 계속 공부하다 보니 '나는 지금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겨요. 스스로를 한번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죠. 소믈리에 어드밴스드 자격을 취득한 뒤에는 대회에 나갈 자격이 생기니 그때 한번 도전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할수록 한계를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서 자꾸 배우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소믈리에로서 앞으로 어떤 목표가 있으신가요?
돌아보면 제가 소믈리에로서 무엇을 해내겠다는 목표보다, 손님께 어떻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호텔리어로서의 마음가짐이 먼저였던 거죠. 앞으로 실력이 쌓이면 후배들에게도 좋은 경험을 나눠주고 싶어요. 아직은 더 배워야 하지만, 나중에는 후배들을 교육하고 제가 경험한 것들을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음료 개발하는 일도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제가 만든 칵테일이 현재 시그니엘 웨딩에 사용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제가 개발한 음료가 많이 쓰일 수 있도록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연회장에서 칵테일이 많이 사용되나요?
생각보다 칵테일이 많이 쓰입니다. 브랜드 행사를 진행할 경우, 브랜드 측에서 요청하는 콘셉트, 가령 특정 컬러라든지 모티프라든지 이런 부분을 제시해 주시면 그에 맞게 칵테일을 만들어 제공합니다. 여러 행사를 진행하면서 좋았던 요소들을 참고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맛이 좋아야 하지만 보기에 예쁜 모습까지 생각하면서 다양하게 시도하는 편이에요. 제가 제안한 웨딩 칵테일도 매니저님들이 좋게 봐주셔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데, 열심히 한 것에 대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함께 근무하는 후배들에게도 공부를 권하고 계신가요?
네. 아직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이 많지는 않아서 제가 조금 끌고 가는 편이에요. 자격증도 준비해보라고 제안하면서요. 그렇게 시작한 후배들이 몇 명 있습니다. 앞으로 그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해봤으면 좋겠어요.

[김기수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10월의 와인 오린 스위프트 팔레르모, 사진: 정선경]
마지막으로 와인21 독자들께 10월에 마시기 좋은 와인을 추천 부탁드립니다.
제가 원래 부르고뉴 와인을 좋아했어요. 다만 가격이 높다 보니 쉽게 접하기 어렵다는 게 단점인데, 최근에 미국 와인을 맛있게 마셔서 그 와인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린 스위프트(Orin Swift)의 팔레르모(Palermo)라는 와인인데요. 애써 향이나 맛을 찾아내려 하지 않아도 와인이 스스로를 소개하는 듯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향과 맛이 직관적이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와인의 특징이 잘 드러나고, 함께 마시는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떤 향을 찾아냈다고 설명하는 것이 자칫 '당신은 모르는 향을 나는 찾아냈다'는 식으로 비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것보다는 서로 공감하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팔레르모가 좋았습니다. 제가 느낀 점을 이야기했을 때 함께 마시는 사람도 공감할 수 있었거든요. 라벨도 굉장히 독특하고 흥미로운데요. 시칠리아 팔레르모의 지하묘지에 보존된 성직자의 미라를 촬영한 사진이라고 해요. 와인 이름도 여기서 따왔다고 합니다. 와인의 맛뿐 아니라 와인을 보며 함께 나눌 이야기가 있다는 점도 이 와인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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