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 설립 250주년이자, 대표 뀌베 크리스탈(Cristal) 탄생 150주년을 맞는 해다. 이를 기념해 루이 로드레의 한국 공식 수입사인 에노테카 코리아는 지난 10월 20일, WSA와인카데미에서 루이 로드레 샴페인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방한한 스테판 리셰 드 포르쥬(Stéphane Richer de Forges) 수출이사와 함께 컬렉션 246부터 새롭게 선보인 크리스탈 2018, 하우스 셀러에서 보관해 온 크리스탈 로제 2008까지 여섯 종의 샴페인을 시음하며 루이 로드레의 철학과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알아봤다.

[루이 로드레 수출이사 스테판 리셰 드 포르쥬, 사진: 정선경]
가족 경영과 포도밭, 하우스를 지탱하는 두 가지 기반
1776년 설립된 루이 로드레는 현재 7대인 프레데리크 루조(Frédéric Rouzaud)가 이끌고 있다. 여러 세대를 이어온 가족 경영 덕분에 루이 로드레는 오랜 철학을 지키며, 다음 세대를 위해 포도밭을 가꾸고 와인을 만들어 왔다. 스테판 이사는 강연에서 가족 경영의 연속성과 자체 포도밭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언급했으며, 루이 로드레가 250년 동안 지켜온 절대적 가치를 묻는 질문에도 주저 없이 '가족'이라고 대답했다.
루이 로드레는 포도밭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더 좋은 상태로 만들어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현재 생산에 필요한 포도의 약 80%를 자체 포도밭에서 조달하고, 나머지는 협력 농가의 포도로 보완한다. 이는 주요 샴페인 하우스 가운데서도 상당히 높은 자급률을 자랑한다. 자체적으로 소유한 포도밭은 유기농 재배 및 자연친화적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토양 관리는 물론이고 포도의 생육과 수확까지 모든 변화를 지속적으로 직접 살피고 그 경험을 다음 수확에 반영해, 일관되고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
루이 로드레의 포도밭은 크게 라 몽타뉴(La Montagne), 라 리비에르(La Rivière), 라 코트(La Côte)의 세 에스테이트로 구분된다. 라 몽타뉴와 라 리비에르에서는 주로 피노 누아를, 라 코트에서는 주로 샤도네이를 재배하며, 각 지역의 포도는 저마다의 개성으로 루이 로드레 와인을 완성한다. 또한, 베르즈네(Verzenay), 아이(Aÿ), 아비즈(Avize)에 각각 포도 압착 시설을 갖추고, 수확한 포도를 가장 가까운 시설로 신속하게 운반해 압착함으로써 신선함을 유지한다.
루이 로드레 그룹은 상파뉴를 넘어 여러 산지에 걸친 와이너리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상파뉴의 도츠(Deutz), 프로방스의 도멘 오트(Domaines Ott*), 보르도의 샤토 피숑 롱그빌 콩테스 드 라랑드(Château Pichon Longueville Comtesse de Lalande), 포르투갈 도우로의 라모스 핀토(Ramos Pinto),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드레 에스테이트(Roederer Estate)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7월에는 쥬브레 샹베르탱의 도멘 피에르 다무아(Domaine Pierre Damoy)를 인수하며 부르고뉴로 영역을 넓혔다. 또한 와인 생산과 함께 유통 및 호텔 사업도 운영하며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루이 로드레 빈야드, 제공: 에노테카 코리아]
루이 로드레 컬렉션 246 Louis Roederer Collection 246
하우스의 얼굴에 해당하는 이 샴페인은 생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동시에, 많은 소비자가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루이 로드레의 대표 와인이다. 숫자 246은 설립 이후 246번째 수확을 뜻한다. 컬렉션 246에는 샤르도네 54%, 피노 누아 35%, 뫼니에 11%가 사용되었다. 2021년 와인이 전체 블렌딩의 55%를 차지하며, 퍼페추얼 리저브(Perpetual Reserve) 35%와 오크 숙성 리저브 와인 10%가 더해졌다. 퍼페추얼 리저브는 기존에 보관한 와인에 새로운 해의 와인을 보충하며 이어가는 방식으로, 컬렉션 246에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의 와인이 축적된 퍼페추얼 리저브와, 별도로 오크에서 숙성한 2012~2017년의 리저브 와인이 사용됐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관한 와인이 2021년 생산 와인을 보완하며 복합성을 만들어낸다. 스테판 이사는 컬렉션의 품종 비율이 매해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해 포도의 상태와 품질을 살펴 어떤 품종을 얼마나 사용할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하우스의 정체성 안에서 수확 빈티지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컬렉션의 중요한 역할이다.
컬렉션 246은 샤르도네의 비중이 높아 섬세함과 백악질의 감각이 두드러진다. 자두와 천도복숭아, 설탕에 절인 레몬을 연상시키는 과실 향에 바닐라와 오크의 뉘앙스가 겹친다. 입안에서는 미세한 기포가 부드럽게 퍼지고, 과실과 흰 꽃의 풍미를 따라 백악질의 미네랄리티와 은은한 스모키함이 이어진다. 조합할 수 있는 음식의 폭도 넓은데, 스테판 이사는 해산물뿐 아니라 육류와 치즈까지 페어링을 제안하며, 컬렉션이 음식친화적이라 식전주로 시작해 식중주까지 이어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루이 로드레 빈티지 브뤼 Louis Roederer Vintage Brut 2016
빈티지 브뤼는 빈티지가 좋았던 특정한 해의 테루아와 개성에 집중하는 샴페인이다. 2016 빈티지는 피노 누아 68%, 샤르도네 32%로 구성되었으며, 피노 누아의 과실과 구조감을 중심에 두고 신선함을 살렸다. 와인의 중심은 라 몽타뉴 에스테이트의 피노 누아다. 특히 베르지(Verzy)와 베르즈네는 루이 로드레가 오래전부터 가치를 알아보고 포도밭을 확보해 온 지역이다. 여기에 슈이(Chouilly)의 샤르도네를 더해 풍부한 과실과 신선함의 균형을 잡았다.
피노 누아는 건조하고 맑은 날씨에서 자라 강렬한 과실과 부드러운 질감을 갖췄으며, 샤르도네는 뚜렷한 미네랄리티를 보여준다. 잘 익은 붉은 과실과 감귤류, 헤이즐넛을 같은 고소한 견과향에 토스트 뉘앙스가 은근히 더해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크리미한 질감 위로 향신료와 오크의 풍미가 길게 이어진다. 빈티지 브뤼의 페어링 음식으로는 가리비와 조개류, 흰살생선, 콩테 치즈 등을 제안했다.
스테판 이사는 2016년을 아름다운 빈티지로 평가했다. 춥고 비가 많았던 봄을 지나 따뜻하고 건조한 여름이 이어졌고, 수확기에는 맑은 날씨가 포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빈티지 브뤼를 통해 크리스탈의 스타일과 숙성 방향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탈과 스타일이 가장 비슷하면서도 접근성이 좋고, 하우스가 추구하는 구조와 균형을 경험할 수 있어 빈티지 브뤼의 숙성 과정을 살펴보면 크리스탈이 숙성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컬렉션 246, 빈티지 브뤼 2016, 빈티지 로제 2017, 사진: 정선경]
루이 로드레 빈티지 로제 Louis Roederer Vintage Rosé 2017
로제 빈티지는 피노 누아 60%, 샤르도네 40%로 구성됐으며, 라 리비에르 에스테이트, 그중에서도 퀴미에르(Cumières)의 피노 누아를 중심으로 만든다. 루이 로드레의 로제 샴페인은 기존 로제 샴페인에서 흔히 사용되는 블렌딩이나 세니예 방식이 아닌 인퓨전(Infusion) 기법이라는 루이 로드레 특유의 방식을 사용한다. 인퓨전은 피노 누아의 껍질에서 색과 향을 부드럽게 추출하고, 샤르도네 주스를 더해 함께 발효하는 방식으로, 완성된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섞는 블렌딩 방식과 달리 발효 과정에서부터 두 품종을 결합한다. 피노 누아의 잘 익은 과실을 살리면서 신선함과 섬세함을 유지하고, 두 품종의 질감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하는 방법이다.
옅은 구릿빛이 감도는 분홍색을 띠고 있으며, 첫 향에 야생 베리, 블러드 오렌지 껍질, 꽃잎과 장미향이 올라오다 시간이 지나면서 초콜릿과 삼나무, 향신료의 뉘앙스가 더해진다. 입안에서는 실크 같은 질감에 응축된 과실 풍미가 이어지며 신선함과 감칠맛, 미네랄리티가 여운을 남긴다. 스테판 이사는 빈티지 로제 샴페인이 한국 음식과 잘 어울릴 것이라며 약간 매콤한 요리나 치킨과의 페어링을 제안했다. 또한 떡볶이와의 조합도 언급하며 섬세한 로제 샴페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상의 식탁에도 얼마든지 충분히 잘 어울릴 만한 와인임을 강조했다.
루이 로드레는 최근 모든 빈티지 라인의 라벨에 라 몽타뉴(La Montagne), 라 리비에르(La Rivière), 라 코트(La Côte) 등 포도밭의 권역명을 표시하며 산지의 개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스테판 이사는 각 권역이 지닌 서로 다른 특성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변화라고 설명했는데, 수확 연도뿐 아니라 각각의 와인에 사용된 포도밭의 테루아를 부각해 각 와인의 차이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루이 로드레 브뤼 나튀르 Louis Roederer Brut Nature 2018
브뤼 나튀르는 오너인 프레데리크 루조와 셀러마스터 장바티스트 레카이용(Jean-Baptiste Lécaillon), 그리고 디자이너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의 협업으로 탄생한 프로젝트 와인이다. 세 사람은 2005년부터 새로운 샴페인에 관한 생각을 나누기 시작했는데, 드라이한 스타일을 즐기는 필립 스탁의 취향이 반영되어 도사주를 전혀 하지 않는 샴페인을 구상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데 기반이 된 것은 퀴미에르의 포도밭이다. 스테판 이사는 자연친화적으로 관리한 이곳 포도밭과 여러 품종을 활용한 실험성을 강조했다.
품종 구성은 피노 누아 55%, 뫼니에 25%, 샤도네이 20%이며, 소량의 피노 블랑이 더해진다. 2018년의 덥고 건조한 기후에서 얻은 풍부한 과실은 제로 도사주라는 선택과 흥미로운 균형을 이룬다. 잘 익은 노란 자두와 생 아몬드의 향에 시간이 지나며 레드 커런트와 라일락의 향이 드러난다. 질감은 벨벳처럼 부드럽지만 잘 익은 과실미에 신선함과 미네랄리티가 어우러지면서 깔끔하고 드라이하게 마무리된다. 이 뀌베의 장기 숙성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지난해 마신 브뤼 나튀르의 첫 빈티지 2006이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 와인을 제로 도사주 샴페인의 드라이한 인상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발전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루이 로드레 브뤼 나튀르 2018, 사진: 정선경]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 Louis Roederer Cristal 2018
이날 마스터클래스의 중심에는 탄생 150주년을 맞은 크리스탈이 있었다. 크리스탈은 1876년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의 특별한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루이 로드레의 샴페인을 즐기던 황제는 자신의 식탁에 오르는 와인이 다른 샴페인과 차별되기를 원했고, 하우스는 이를 위해 특별한 뀌베와 병을 준비했다. 플랑드르(Flanders) 지역의 유리 장인에게 의뢰해 제작한 병은 당시 사용하던 일반적인 짙은 색 병과 달리 투명한 크리스탈로 만들어졌으며 바닥도 평평했는데, 암살을 우려하던 황제가 와인에 독을 타거나 병에 위험한 물건을 숨길 여지를 없애고자 이렇게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와인의 이름 '크리스탈' 역시 병의 소재에서 따온 것으로, 황제를 위해 탄생한 샴페인은 이후 루이 로드레를 대표하는 프레스티지 뀌베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신 빈티지인 크리스탈 2018은 피노 누아 57%, 샤르도네 43%로 구성됐다. 2018년은 덥고 건조했지만 포도가 건강하고 수확량도 풍성했던 해다. 이런 조건에서는 잘 익은 과실의 풍부함과 함께 크리스탈 특유의 신선함과 정교함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했다. 이 빈티지에는 베르즈네, 베르지, 보몽쉬르베슬(Beaumont-sur-Vesle), 아이, 아비즈, 르 메닐쉬르오제(Le Mesnil-sur-Oger), 크라망(Cramant)의 57개 리외디에서 얻은 포도를 사용했는데, 해마다 달라지는 포도밭의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균형을 찾아 구성한 결과다.
잘 익은 과실을 감싸는 부드러운 질감과 백악질 토양에서 비롯되는 신선함, 짭짤한 여운이 이 빈티지의 특징으로, 샤르도네가 레몬과 미네랄의 신선함으로 첫인상을 강렬하게 심어주고, 피노 누아가 풍부하고 파우더리한 질감으로 구조감을 다진다. 천도복숭아와 감귤류, 오렌지꽃의 향에 은은한 토스트와 향신료가 겹치며, 입안에서는 생동감 있는 산도와 섬세한 미네랄리티, 크리미한 질감이 함께 펼쳐지며 긴 여운으로 이어진다. 스테판 이사는 크리스탈 역시 음식과 함께 즐기기 좋은 와인으로 소개했는데, 해산물과 흰살생선, 가리비 등을 페어링 음식으로 추천했다. 또한 오랜 숙성 잠재력이 크리스탈의 중요한 덕목이지만 반드시 오래 묵혀야만 마실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현재의 균형을 즐기면서 해가 거듭될수록 깊고 풍부해지는 맛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크리스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 2018, 크리스탈 로제 2008, 사진: 정선경]
루이 로드레 크리스탈 로제 Louis Roederer Cristal Rosé 2008
마지막으로 소개된 크리스탈 로제 2008은 하우스의 셀러에서 보관해 온 엑스 셀러(Ex-Cellar) 라이브러리 셀렉션으로, 생산량이 적어 스테판 이사 자신도 자주 접하기 어려운 와인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탈 로제 역시 루이 로드레 고유의 인퓨전 기법으로 만들어지며, 아이의 피노 누아에 아비즈와 르 메닐쉬르오제의 샤르도네가 더해졌다.
2008년은 건조하고 서늘한 여름을 보낸 빈티지로, 응축감과 힘을 갖추면서도 강렬하고 짭짤한 신선함이 돋보인다. 레드 커런트와 산딸기, 꽃잎 향으로 시작해 구운 헤이즐넛과 페이스트리의 고소한 풍미로 이어지며, 숙성을 통해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풍부한 과실과 강렬한 산도가 크리미한 질감 안에서 균형을 이루고, 섬세한 초크와 설탕에 절인 감귤류, 유자를 떠올리는 풍미가 긴 여운으로 이어진다.
크리스탈 로제 2008은 추후 국내에 레이트 릴리스(Late Release) 버전으로도 소개될 예정이다. 레이트 릴리스는 병 숙성 기간을 늘리고 데고르주멍 시점을 늦춰 출시하는 와인이다. 일반 크리스탈 로제 2008과 비교 시음하면 같은 빈티지라도 병 숙성 기간과 데고르주멍 시점에 따라 와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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