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디캔팅(Decanting)은 쇼일 뿐이다

 

 

 

디캔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침전물을 제거에 있습니다. 이 찌꺼기는 입안에서 나쁜 감촉을 주며 쓰거나 떫은맛을 냅니다. 일반적인 와인은 미리 이런 찌꺼기를 제거하여 병에 넣습니다. 그러나 오래된 레드와인은 침전물이 가라앉아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오래 보관한 보르도 고급 와인이나 빈티지 포트에 자주 생기므로, 이러한 와인을 접대할 때는 침전물을 제거할 수 있는 디캔터(Decanter)를 미리 준비하여, 침전물을 제외한 맑은 와인을 조심스럽게 디캔터로 옮긴 후에 글라스에 따라 마십니다. 그래서 촛불을 켜서 병목에 침전물이 딸려 나가는지 살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디캔팅을 하면 와인이 공기와 접촉하여 부케가 훨씬 더 좋아진다는 통념에 따라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디캔팅을 요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숙성이 덜 된 거친 와인을 공기와 접촉하면서 맛이 부드러워진다는 것입니다. 과학적으로 따져 봤을 때 와인을 미리 개봉하거나 디캔팅하여 바람직한 향이 증가한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30분이나 1시간가량의 짧은 시간에 무슨 화학반응이 일어나 우리가 인식할만한 좋은 향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디캔팅한다면 바람직한 향이 유실될 우려가 훨씬 더 많습니다.

 

물론 바람직한 변화도 있을 수 있습니다. 병 안에 나쁜 향이 가득 차 있을 경우는 그 향이 없어지니까 좋게 느낄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조작을 하는 동안 셀러에서 꺼내 올 때보다 온도가 더 올라가서 와인이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도 감안해야 합니다. 그러나 오래된 고급 레드와인을 공기와 활발하게 접촉시키면 오히려 급격하게 그 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정말 공기와 접촉하여 와인 향이 더 좋아진다면 차라리 와인을 잔에 따르고 난 다음에 흔들어 주는 것이 공기 접촉이 더 활발하게 일어날 것입니다.

 

디캔팅 한 와인과 하지 않은 와인을 놓고 실험을 해 보십시오. 와인 맛을 잘 아는 사람들을 10명 정도 초대하여 디캔팅한 와인 한 병, 하지 않은 것 두 병을 잔 세 개에 각각 따라주고 이 중에서 디캔팅한 와인을 찾아보라고 한다면 제대로 찾아낼 수 있을까요? 물론 이 때는 동일한 온도가 되도록 해야 하고, 디캔팅한 와인은 다시 병에 넣어서 피실험자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알아맞히는 사람이 나옵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시 실험을 두 번 더 해서 알 정도는 되어야 제대로 구분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기와 접촉시킨다면서 쓸데없이 냄새나는 촛불은 왜 켜놓고, 공기를 불어 넣어준다면 와인을 콸콸 거칠게 부어야지 왜 명주실 뽑듯이 가늘게 디캔팅 하라고 강조하는 것인지 곰곰이 따져보면 그 답이 나올 것입니다. 디캔팅은 쇼일 뿐입니다. 디캔팅을 하면 손님은 귀빈 대접을 받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고, 그에 따라 와인 맛도 좋게 느끼는 것이다. 와인은 그 자체의 맛보다는 누구랑 언제 어디서 마셨는가에 따라서 맛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비싸지도 않은 와인을 디캔팅해 달라고 요구하지 말고, 와인에 대해서 좀 안다면 디캔팅으로 바쁜 소믈리에를 귀찮게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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