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을 중점적으로 생산하는 ‘올리비에 르플레이브(Olivier Leflaive)’의 CEO인 장 수브랑(Jean Soubeyrand)씨의 한국 방문이 있었다. 수입업체 빈티지 코리아에서 올리비에 르플레이브의 대표와 함께 와인을 하자는 깜짝 초청으로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한식당 ‘개화옥 2호점’에서 마련된 자그마한 자리였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수려한 용모의 장 수브랑씨는 이번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 했다. 빈티지 코리아를 통해 한국에 이들의 와인이 소개된 지는 약 4년이 되었으며 한식과 와인의 매칭에 매우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대부분의 한식들은 화이트 와인들과 쉽게 조화를 이루기에 그에겐 더욱 흥미로운 저녁이 될 것이다.
우리에겐 부르고뉴 피노누아가 매우 잘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이 피노누아만 생산될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부르고뉴의 화이트 와인을 간과할 수도 없다. 실제로 부르고뉴는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화이트 와인들인데 거의 대부분이 샤도네(Chardonnay)이며 약간의 알리고떼(Aligote) 화이트 품종도 생산된다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을 이야기할 때 가장 손꼽는 와이너리가 ‘도멘 르플레이브(Domaine Leflaive)’ 이다. 르플레이브 가문이 처음 포도밭을 소유하고 양조하기 시작한 것이 400년 전 163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가문은 지금은 18대손으로 와인 양조의 전통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것. 도멘 르플레이브는 처음에는 풀리니 몽라쉐 주변 지역에 24ha 포도밭을 소유하면서 시작하였다. 1985년에는 좀 더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면서 메종 르플레이브를 설립하였고 1988년에는 완전히 분리가 되면서 ‘올리비에 르플레이브(Olivier Leflaive)’가 설립된 계기가 되었다. 도멘 르플레이브가 최고의 명품을 만들고 있다면 르플레이브 가문의 일원인 올리비에 르플레이브씨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한 가격대의 와인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총 생산량의 85%가 화이트, 15%가 레드로 구성되어 있는 이 도멘은 1년 생산량이 80만병으로 총 110ha 면적에 해당하는 양의 와인을 생산해내고 있다. 16ha 는 자체 포도밭에서 가지고 오고 있으며 나머지는 외부에서 포도를 구매한다고 한다.
올리비에의 와인들 중 뿔리니 몽라쉐(Puligny Montrache)는 심장부의 역할을 한다. 이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6만병 정도다. 뿔리니 몽라쉐는 ‘올리비애’ 라고 할 정도로 전통과 품질을 자랑한다. 품질과 전통은 그대로 살리면서 올리비에는 좀 더 접근하기 좋은 가격대의 와인을 만들어내고 대중성을 추구한다.
빈티지가 달라져도 품질이 바뀌면 안 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올리비에는 포도밭에서 포도를 구매할 때에도 파트너 선정에 신중한 편이다. 일정 수준의 품질에 도달하지 않으면 아예 생산량을 적게 해서라도 품질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고 장 수브랑 대표는 말한다.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올리비에 르플레이브는 ‘화이트 와인의 전도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호텔과 레스토랑도 운영을 하고 있으며 와인에 맞추어진 음식 메뉴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루 저녁 식사에 14가지 와인을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라고 장 수브랑 대표는 설명을 덧붙인다.
이 와이너리의 호텔과 레스토랑에는 매년 1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올리비에 르플레이브 에는 와인의 안전한 보관을 위해 코르크 마개가 아닌 고급 플라스틱 마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인식 때문에 아직은 저가 와인에만 적용하지만 수브랑 대표는 개인적으로 플라스틱 마개의 사용이 더욱 좋다는 의견이다.
장 수베랑씨는 원래가 금융인이었고 와인은 그냥 즐기는 정도였다고 한다. 올리비에 르플레이브 가문의 딸과 결혼하면서 그는 가족 사업에 뛰어드는 큰 계기가 되었다. 현재 66세인 올리비에가 처음 그에게 자신의 사업을 이어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장 수베랑은 처음에는 그의 제안이 평소 유머를 즐기는 올리비에의 또 다른 하나의 유머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올리비에가 진지하게 제안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충분히 이쪽의 일들에 매력을 느끼면서 직접 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가 운영하기 시작한지는 3년이 되었고 당시 그의 나이는 35세였다고 한다. 앞으로도 좋은 품질의 와인들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포부라 밝힌다.
장 수베랑씨 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함께 자리를 했던 네이버의 와인 블로거 ‘웅가’로 알려진 정휘웅씨가 이번 자리를 함께 하였다. 이날 한식과 함께하면서 맛보았던 올리비에 르플레이브의 대표적인 와인들에 대한 정휘웅씨의 생생한 테이스팅 노트를 함께 소개한다.
정휘웅의 테이스팅 노트
Olivier Lefleve Chablis les Deux Reves 2007 – 깊은 통찰력과 산미감이 존재하며, 기가 막히는 응집력, 집중력, 색상이 아주 아름다운 노란 빛, 깊이 있는 색상, 긴 피니시를 바탕으로 아주 은은하며 여성적이고 깊은 내면을 가지고 있다. 집중력 있는 내면의 느낌이 약간의 오크 느낌이 있는 것 같으나, 실제 오크 숙성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약간의 크리스피 한 느낌 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식빵의 속살을 뜯는 것 같은 부드러운 질감과 기분 좋은 산미감이 함께 전달된다. 색상은 아름다운 노란 빛을 보여주고 있으며, 산미감을 매우 잘 다루고 있어서 굴이나 기타 기름기 있는 음식과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약간의 타닌감도 있어서 더욱 입 안을 깨끗하게 정돈 해 준다.
Olivier Lefleve Meursault 2007 – 우선 표정이 달콤해진다. 향만 맡아도 표정이 달콤해진다. 나는 이 와인을 머금은 존재라면 악마에게라도 키스를 할 것이다. 그 만큼 치명적인 와인이다. 완벽에 가까운 타닌과 산도, 당도, 매끈한 질감이 아름다운 여인과 붉은 립스틱을 사이에 둔 키스와 같다. 하룻밤으로는 도저히 부족한, 그 깊은 느낌은 계속 탐닉하고 또 탐닉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있으며, 가슴을 뛰게 하고 호흡을 거칠게 하니 이 와인은 허락되지 않은 하룻밤의 섹스를 표현하는 와인이다. 마음에서 울림이 울렁이는데, 깊은 호흡, 혀의 섞임, 서로의 혀를 격정적으로 탐닉하는 느낌이 존재하며, 궁극의 관능감을 제공한다.
Olivier Lefleve Puligny Montrachet 2007 – 정말로 거짓말 좀 보태서 입 안에서 꽃잎이 휘날린다. 그 아름다운 장면이 머릿속에 고스란히 떠오른다고 하면 거짓말일까? 흰 꽃, 백합이 입 안에서 한 잎 한 잎 나풀거리며 풀어진다. 아주 뛰어나고 여성적이며 섬세하다. 내면의 구조감은 너무나 단단하고도 완벽한데 외면은 여성적이고 섬세하며, 묘한 집중력과 레드를 뛰어넘는 밀도감, 아주 공존할 수 없는 여러 요소들이 완벽한 조화력을 보이고 있으니, 가히 무엇이라 말할 수 없다. 깊은 풍미감을 전달하면서도 유려하고 귀족적이며 아주 뛰어난 집중력을 선사하고 있다. 아직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더욱 대단한 와인이다. 5~6년 정도 더 지나서 한 번 더 마셔보고, 다시 시간이 흘러서 마신다면 정말로 엄청난 와인이 되어서 앞에 우뚝 서 있을 것 같다.
Nicolas Potel Chambole Musigny 2005 – 살짝 디켄팅을 한다. 영롱하듯 체리 빛에 가까운 붉은 느낌을 주는 색상은 보는 눈을 아찔하게 만든다. 아주 관능적이면서도 매끈한 체리 같은 질감을 가지고 있다. 빨간 앵두를 입에 물고 터뜨리지 말고 살살 굴려가며 그 섹시한 질감을 핥는다. 그러면서 부드럽고도 은은하게 피어 오르는 베리류의 향과 함께 여러 복합적인 화이트와인에서 느껴지는 배 같은 향과 함께 약간의 열대과일의 느낌도 함께 있다. 탐미적이며 약 1년 전에 맛 보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피노로 변모하였다. 안정된 셀러에서 오래 보관해서 그런지 아주 안정적이고 잔잔한 안개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절대로 튀어서 나를 자극하지 않는다. 내성적이면서도 구조감은 매우 단단해서 육각형으로 만든 벌집을 보는 것 같다. 여려 보이지만 절대로 뒤로 밀리지 않는 그런 구조감 말이다. (참고: 본 와인은 올리비에 르플레이브 시음시 빈티지 코리아에서 별도로 내놓은 또 다른 생산자 '니꼴라스 포텔'의 부르고뉴 와인입니다.)
Copyrights © 와인21닷컴 & 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