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와인불량의 주요 유형 – 열화 현상

 

본 칼럼의 2월호에서는 동절기를 거치며 발견되기 쉬운 주석산염(Tartrate)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와인의 불량에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유형들이 있는데 이중 어떤 것들은 와인자체와는 무관하게 코르크와 같은 마감재로부터 기인되며, 또 어떤 것은 제조공정이나 이후 운송 및 보관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 원인은 다를 지라도 모두가 결과적으로는 완성품인 와인의 풍미를 본래 생산자가 의도했던 것과 다르게 만들어 주고, 소비자들은 본래의 모습과 다르게 변모한 와인의 모습을 접하게 된다.


이번 달 칼럼에서는 열화 현상과 산화에 대한 원인과 특징들을 소개하여 와인의 불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하는데, 그로 인하여 만일 불량된 와인을 만났을 경우에 와인 자체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매우 많으며 따라서 그 와인에게 영원토록 주홍글씨로 낙인을 찍지 않으시기를 바란다.


1. 열화(熱火, Heat damage)
흔히 끓어 넘쳤다고 하는 현상으로 높은 온도에서 수시간 이상 노출되었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일반 드라이 컨테이너로 수입되는 와인이 적도를 통과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하절기에 적절한 온도조절 장치가 없이 더운 곳에 보관되는 와인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일반 드라이 컨테이너에 적재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해로를 통해 수입된 와인은 일반적으로 약간의 열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 어느 정도 부터를 불량으로 간주할 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와인수입국의 현실에서 통상 코르크의 절반 이하 정도까지 와인이 밀고 올라온 것은 시음을 통해 특별한 불량 징후가 없다면 정상품으로 간주하여도 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열화된 와인은 육안으로도 보통 확인이 가능한데, 약하게 열화된 경우에는 코르크의 가장자리에 살짝 와인이 묻어 올라오는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열화의 정도가 심할수록 와인이 높게 묻어 올라오게 된다. 그 과정에서 코르크 또한 정상적인 포지션에서 약간 밀고 올라올 수 있는데, 코르크는 그 재질과 길이, 병과의 밀착도 등에 따라 밀고 올라오는 정도가 다르며 전혀 밀고 올라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필자의 경함상, 코르크가 살짝 밀고 올라온 와인은 따 보면 코르크가 대부분 정상적이고 시음을 해 봐도 특별한 불량 징후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육안으로 볼 때 코르크 상단을 넘어서 병 입구 주위에 와인이 묻어나는 확연한 유출(Leakage) 현상이 있을 때는 시음을 해 보면 통상 불량의 징후가 발견되곤 한다. 이렇게 확연히 와인이 유출된 와인은 와인의 산화방지를 위해 병입 직전에 주입하는 이산화황(SO2)도 함께 유출 되었으므로 그 와인은 자생적 보존력이 감소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미 열을 받는 동안에 정교하고 신선한 과실 풍미가 손상을 입었고, 보존력 또한 감소되어 있으므로 이런 와인들은 풍미의 손실이 그다지 크지 않다면 즉시 소비 되어져야 한다.


열화된 와인들은 풍미의 손상은 있을 지라도 건강에는 전혀 해롭지 않으며, 풍미의 손상을 감안한 특별한 가격에 정리처분 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다.


끝으로 열화가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와인에 대한 속성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독자들의 인식을 새롭게 해 드리고자 하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캡술을 돌려봐서 잘 돌아가는 게 잘 보관된 와인이고, 아닌 것은 잘 보관된 와인이라는 것이다. 추측컨데, 열화로 인해 유출이 생긴 와인은 와인이 병과 캡술 사이에서 마르면서 캡술이 병에 들러붙게 되고 캡술을 손으로 잡고 돌렸을 때 돌아가지 않게 되는데 이로 인해 그런 인식이 생긴 것 같다. 여기서 명확한 사실 하나는 이는 열화로 인한 유출이 없이도 캡술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캡술의 재질이나 병과의 밀착도가 와인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며, 와인이 주로 보관된 장소의 습도도 얼마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 산화(酸化, Oxidation)
산화는 산소가 필요 이상으로 와인에 영향을 미쳐 와인이 정상적인 발전 사이클에서 훨씬 나아가 조로해진 것을 말한다. 산화된 와인인 신선한 과실 풍모를 잃고 오래된 느낌이 들고  그 정도가 심할수록 신맛이 강하게 발현되어 정상적인 음용을 직접적으로 방해하게 된다. 시각적으로는 산화된 레드 와인은 같은 빈티지의 정상적인 와인 보다 색이 흐려지고, 반대로 화이트 와인이라면 보다 색이 짙어져 노란색에 가깝게 변하게 된다.


산소는 와인에 있어서 동전의 양면과 같은 역할을 한다. 모든 와인은 양조 및 숙성과정에서 일정량의 산소를 필요로 한다. 산소는 와인 속의 폴리페놀(탄닌, 안토시아닌 등)들이 서로 뭉쳐서 침전물로 가라 앉는 중합반응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긴 시간을 통해 아주 점진적으로 진행되는데, 이로 인해 붉은 색소도 조금씩 줄어들어 레드 와인의 색이 부드러워지고, 탄닌의 양이 줄면서 풍미가 유순해지게 되는 것이다.

 


양조 과정 중에서는 와인메이커가 의도하는 와인의 스타일에 따라서 산소와 포도즙과의 접촉의 정도를 콘트롤 하는데, 가령 보다 부드러운 와인을 선호한다면 개방형 발효조를 선택해 포도즙에 많은 산소를 보내거나, 밀폐형 탱크의 경우 포도즙을 의도적으로 외부로 뽑아내어  산소와 접촉을 시킨 후에 다시 탱크로 투입하는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오크통에서 와인을 숙성시키는 동안에는 오크통 안을 와인으로 그득히 채워 오크통의 미세 기공을 통해서만 조금씩 와인에 산소가 공급되도록 하는데 이를 미세산화(Micro-oxygenation)라고 한다.
와인메이커는 발효 또는 오크통 숙성까지는 계획하고 의도한 바대로 와인을 산소와 접촉시키면서 점진적인 풍미의 발전을 진행시키고, 시장으로 출시하기 전에는 산화방지제인 이산화황(SO2)을 기준치 이내로 소량 주입한 후에 마치 장성한 딸을 시집 보내는 기분으로 병입하여 출시한다.


출시된 와인은 넓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갖가지 위협이 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게 된다. 앞서 살펴본 열화에 따른 유출 현상의 경우, 이미 자체적 보존력이 줄어들어 외부 산소의 침입에 보다 크게 영향을 받게 되므로, 열화 과정 중에서의 풍미의 손상에 더하여 산화에 따른 풍미의 손상까지 있을 수 있다.


산화는 오래도록 세워져 보관되어 코르크가 바짝 수축되어 유리병과의 이격이 커진 와인에서 가장 쉽게 일어날 수 있다. 늘어난 이격은 공기의 통로가 되고 과량의 산소가 와인과 접하게 되어 와인의 풍미에 “산소의 흔적”이 남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산화된 와인은 영어로는 Oxidized 되었다고 표현한다.

산화는 열화와 더불어 와인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불량의 하나이다.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넣는 이산화황(SO2)이 과량으로 들어가면 반대로 산소의 부족 현상이 생기는데 이는 환원이라고 하며 다음 달에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그리고 코르크를 대체하여 그 영역을 점점 넓혀가는 스크류캡의 장점 중의 하나가 산화 문제로부터 와인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생산자들과 전문가들에 의해 누차 언급된 바이나 필자는 여기에서도 강조하고 싶다.
와인은 모두 타고난 숙성한계를 넘어 장기간 숙성이 되면 산화되고 만다. 따라서 모든 와인은 음용적기가 있게 마련이고, 그 안에 마셔야 그 와인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모습을 경험하게 된다. 정해진 수명을 향해 조금씩 성장, 발전하고, 노화해 가는 와인의 모습. 참 사람을 닮아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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