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르망디 <치즈의 산책로>

 

필자가 때때로 방문하여 주말을 지내는 시골집 마당에 사과나무가 한 그루 있다. 햇빛이 따사로워지는 5월이 되면 흰 꽃이 피고 향긋한 봄의 향기가 풍긴다. 그 예쁜 꽃을 볼 때마다 생각나며 가고 싶어지는 곳이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이다.

 

프랑스의 북서부, 파리에서 서쪽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노르망디 지방은 사과 재배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사과 꽃이 피고 흰색과 푸른색이 대조를 이루는 5월이 이 지방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로 알려져 있고 세계각국의 여행자를 매혹한다. 그 이름을 누구든 한번쯤은 들어 본 유명한 UNESCO 세계유산인 몽 생 미쉘(Mont-Saint-Michel)는 이 지방 남부에 위치한다. 또, 코끼리 바위라고도 불리는 에테르타(Etretat) 등 웅대한 해안선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대서양 연안과 국립공원의 푸른 풀로 덮어진 전원풍경 등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일찍이 인상파의 화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한 지역으로, 수 많은 박물관 및 미술관 같은 문화유산이 모여 있는 곳이다.


노르망디 관광 공식 사이트 http://www.normandie-tourisme.fr/

볼 거리는 물론, 그와 동시에 우리 혀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먹을 거리를 갖추는 것이 우수한 관광도시의 필수 조건인데 이 점에서도 노르망디는 완벽하다.
600km에 이르는 해안선 덕분에 신선한 해산물이 풍부하고 바닷가재, 조개류, 가리비, 홍합 등, 다양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굴은 와인처럼 AOC제도로 품질 관리되어 있다.

 

온난하고 다습한 노르망디 지방에서는 건강한 풀이 잘 자라기 때문에 완만한 구릉지를 파랗게 덮어주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푸르게 우거진 목장이 많으며 낙농이 번창한 지역이다. 특히 건강하게 자라는 소의 젓으로 만들어지는 치즈는 노르망디 지방의 특산물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받고 있는 까망베르 치즈는 여기가 원산지이다.

 

와인을 사랑하는 애호가로서 와인의 동반자인 치즈의 산지를 그냥 지나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서도 치즈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름을 알려진 Camembert(까망베르), 치즈의 역사에 등장한 시기를 보면 비교적 이 치즈는 신참자인 편이다. 1790년, 프랑스 혁명의 영향으로 영국으로 망명하려고 마을에 들린 수도원 사제를 숨겨 준 농가의 농부가 치즈의 제조 방밥을 사제한테 전수 받고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파리와 노르망디 일대를 잇는 철도가 개통되어 좋아진 교통망을 이용해 Camembert는 파리 왕실의 진상품이 되었다. 특히 나폴레온 3세가 가장 사랑했던 치즈로 세계적으로 널리 유명해지기 시작되었다.

 

사실 노르망디 지방의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치즈는 12세기에 만들어진 “안제로” 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 “안제로”가 분화하여 각 마을에 전파되면서 개성을 가지게 되었고, 현재 “Pont l’Evèque” “Livarot” 라고 불리는 치즈가 탄생했다. 이들에 Camembert를 가한 3가지 치즈가 노르망디를 대표하는 치즈들이며, 그들의 탄생지를 이른 길, 즉 치즈의 산책로(Route du Fromage)를 탐방하는 것이 노르망디의 음식문화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Route du Fromage의 출발은 휴양지로 유명한 마을 Deauville에서 12km 정도 내륙에 위치하는 폰 레베크(Pont l‘Evèque)이다.
이 치즈는 두부와 같은 네모 모양이 특징이다. 소금물로 헹구면서 숙성 시키는 워시 타입이지만, 위시 치즈 특유의 풍미는 적은 편이며 약간의 흰 곰팡이가 붙은 온화한 풍미의 치즈이다.

다음 목적지는 Pont l‘Evèque에서 남쪽 35km에 위치하는 리바로 (Livarot)이다.


지금은 Camembert가 더 유명해졌지만, Camembert의 동그란 모양은 Livarot의 모양을 모사하여 만들었다고 하니, Livarot은 Camembert의 선배라고 볼 수도 있다. 치즈 측면에 5줄의 말린 짚으로 싸여져 있는 것이 Livarot의 특징이다. 식물성 색소로 껍질을 착색하며 숙성 시키는 위시 타입이고 농밀한 독특한 풍미가 있기 때문에 그 개성적인 풍미로 먹기가 어려울 경우에는 껍질을 제거하고 먹으면 좋다. 치즈 속의 맛은 아주 부드럽고, 풀 버디의 보르도 레드 와인이 잘 어울린다.
 
Route du Camembert의 표시를 따라가면 드디어 세계적인 유명산지 Camembert로 도착한다. 정식 명칭을 Camembert de Normandie라고 하는 이 치즈는 1983년에 AOC인증을 획득하고, 이후 노르망디에서 생산된 무살균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며 지정지역 내에서 지정된 제조방법으로 만들어진 제품만 이 정식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 각지에서 만들어지는 Camembert(사실 Camembert de Normandie를 모사한 흰 곰팡이 치즈)와 비교하면 그 맛이 상당히 다르다.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까망베르는 특히 온화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이기 때문에 본고장의 Camembert와의 차이가 크다.

 

현지에서 Camembert에 동반자로서 사랑 받는 음료가 노르망디 지방의 특산인 사과로 만든 사과주, Cidre(시드르)이다. 영어로 Cider라고 불리기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사이다와 혼동되어 인식되기 쉽다. Cidre는 포도를 재배하지 않은 이 지방에서 포도 대신에 사과를 주원료로 배를 블랜딩해서 발효 시켜 양조한 술이며, 과일향이 풍부한 드라이한 맛에 약간의 탄산가스가 신선한 느낌을 준다. 원래 사과는 치즈에 가장 많이 곁들이는 과일이며, 여러 가지 치즈를 시식하는 품평회 같은 자리에서는 얇게 썬 사과 슬라이스가 제공되기도 한다. 사과의 산미가 치즈 시식으로 피곤해진 혀를 회복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농밀하고 감칠맛이 있는 노르망디 치즈와 Cidre의 ,궁합은 와인과의 궁합에 뒤지지 않는 또 하나의 전통적인 마리아주이다. 

 

소개하고 싶은 치즈가 노르망디 지방에 한 가지 더 있다. 치즈의 산책로에서 좀 떨어지는 북부 노르망디 지방에서 생산하는 뇌샤텔(Neufchâtel)이다. 전통적으로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귀여운 하트 모양이 가장 유명하고 인기가 있는 치즈이다. 하트 모양이 탄생한 유래도 난망적이다.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일어난 백년전쟁 시절, 노르망디의 처녀가 사랑하는 적나라 영국의 병사에게 그 마음을 전하려고 선물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딱 맞는 치즈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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