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찰나의 무한 합이 시간이다

 

제목은 얼마전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온 이야기이다.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 중에 “위험한 지식”이라는 것이 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무한(無限)”이라는 것을 수학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높은 학문적 성과를 만든 게오르크 칸토어(Georg Cantor)수학자가 있다. 그는 그 당시에 확정성을 원칙으로 하는 수학의 세계에 반하는 무한의 개념에 대하여 고민을 하였다. 물론 필자도 수학 전공자가 아니니, 수학 이야기 하면 큰일 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단하고도 쉽게 생각을 해 보자.  0을 아무리 많이 더해도 0일 것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배운 것은 점, 선, 면과 같은 단계를 들었을 것이다. 점의 총합은 선이다. 선이 가로로 합쳐지면 면이 된다. 선의 합인 셈이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제기 해 본다. 과연 점의 두께는 얼마나 될까? 사실 점은 두께라는 개념이 없다. 그러면 두께가 없는 것이 어떻게 선이 되고 면이 될 수 있을까? 즉, 여기에는 무한히 쪼개어져서 우리가 알아볼 수 없는, 결국 찰나의 단계의 길이 혹은 두께를 가진 존재를 점, 선, 면으로 정의해야 할 것이다. 즉, 점의 두께는 존재하며, 우리는 그 두께를 0이라 부르되, 사실은 0이 아닌 셈이다. 그래야만 점의 합이 선이 될 것이다.


선은 점의 무한개가 합쳐진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 점의 개념을 “찰나”라 이야기 하고, 무한은 “무량대수”라는 개념으로 설명을 한다. 무량대수는 여러 검색엔진을 찾아보면 어느 정도의 수치적 한계, 가령 10의 몇 제곱이다 하는 식으로 이야기 한다. 그러나 오늘날 천체 물리학에서 이야기 하는 단위의 개념은 이 수학에서 이야기 하는 몇 제곱이라는 것을 아주 우습게 뛰어넘어버린다. 0으로 쓰기 시작하면 종이가 모자랄 지경이다. 즉, 무량대수는 정의하기 보다는 숫자의 끝이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보다 타당할 것이다. 반대로, 찰나 역시 아주 짧은 시간을 이야기 한다. 이 경우는 수학적으로는 대략 75분의 1초(약 0.013초)라 이야기 한다. 그러나 빅뱅 초기 시점에서 발생을 했던 우주의 대 변혁은 이 찰나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 엄청난 변화가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 것을 아주 잘게 자른다 한들, 그 시간의 단위는 존재하는 것이다.


필자는 찰나가 0.013초가 아니라, 그 것 보다 훨씬 깊은 순간을 이야기 한다고 본다. 즉 0이라는 시간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0이라는 시간 역시 0이 아니기에, 이 것을 무한히 더하면 시간이 될 것이다. 불교에서 이야기 하는 연기론(緣起論)은 이러한 전후 관계와 인연에 대한 것을 이야기 하니, 찰나의 무한합 사이에 앞 뒤를 가려 그 것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시간이라 볼 수 있다. 그러면 우리가 이 와인을 만나는 그 찰나의 순간, 이 모든 것이 연기론을 생각 해 본다면 그 앞 뒤의 인과관계가 있고, 와인이 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는 포도에서 나오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이나, 보이지 않는 기가 존재하여 그 것에 인연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그 각각의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것이 합쳐진다.


일전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요즘은 과거에 그저 비어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 가득 차 있을 것이라는 학설에 점차 무게가 실려지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이 세상은 빈 것인가 차 있는 것인가? 와인을 구성하는 요소에서도 실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와인의 액체 그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양조학에서는 와인이 온도 변화에 따라 기화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아로마, 그리고 포도의 생장 환경 등 다양한 것에 대하여 연구를 하고 있다. 그 각각의 화학 성분을 분석하고, 구조를 파악한다. 그러나 와인이 그렇게 과학에만 의존하느냐면 그 것은 절대 아니다. 시간이 찰나의 무한한 합이 되어 구성되듯, 와인 한 병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수 많은 찰나의 시간이 합쳐져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야기 했지만, 지금 개봉하여 내가 시음하는 와인 한 병은 그 당시의 시간을 공유하는 타임머신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지금 개봉하는 와인은 분명 그 당시의 와인과는 다른 와인이다. 양조학적으로도 검사를 해 보면 와인의 성분이 다르게 나온다.(와인이 숙성될수록 내부의 화학 구조도 바뀐다.) 그래서 우리가 와인을 시음하는, 코에 들이대고 조용히 그 와인을 음미하는 과정은 한 순간의 찰나를 거쳐가는 것일 것이다. 그 찰나는 또 다시 그 순간을 결정하는 무한 찰나로 구성이 되고, 과거에 있던 찰나의 무한합이 지금 나에게 전달되어 비로소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게 된다. 생각만 해도 설레이는 만남이 아닌가? 어떤 와인이든, 어떤 자리이든, 그 각각의 만남과 헤어짐의 시간 자체가 다 소중한 이유이다. 세상 만사가 다 아름다운 이유이다.

 

프로필이미지정휘웅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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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1.05.31 00:00수정 2012.06.1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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