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다이닝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위한 와인 팔레트(Wine Palette)

 
장마에 태풍 메아리의 북상까지 겹치면서 흐린 하늘에 연일 비가 계속되고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아련하게 들려 오는 빗소리 때문인지, 오래 전 그 날의 가슴 시린 추억이 떠올라서인지, 아니면 단지 어둑어둑한 분위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술이 ‘땡긴다’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어떤 이유건 간에 술을 벗삼아 내리는 비를 관조하는 여유는 비할 데 없이 운치 있는 일임에는 틀림 없다.
 
‘비 오는 날 마시는 술’ 하면 떠오르는 조합은 파전에 동동주, 삼겹살에 소주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국민 음식이라고 해도 될 만큼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사랑 받는 음식이지만, 와인 애호가라면 왠지 모를 아쉬움을 숨길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와인 업계를 통해 알게 된 페이스북 지인 한 명이 본인의 계정에 “제발 나에게 날도 궂은데 ‘쐬주’나 한잔 하자는 문자 보내지 말라”는 하소연(?) 섞인 글을 올리는 것을 본 적도 있다. 비오는 날에는 정녕 동동주나 소주를 마실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하지만 와인이 무엇인가. 다양한 떼루아와 품종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천의 얼굴을 가진 것이 바로 와인 아니던가. 비 오는 날에 어울리는 맛있는 와인과 요리의 조합 또한 무궁무진할 것이다. 단지 다양한 와인과 음식들을 매칭해 보며 자신의 기분과 입맛에 맞는 조합을 찾아낼 일 만이 남았을 뿐. 어떻게 첫 발을 내디딜지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추천할 만한 세 가지 조합을 소개한다. 비 오는 날 와인으로 그리는 수채화의 밑그림 정도는 되어 줄 것이다.

 

 

한적하고 차분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독일 리슬링 + 오징어 부추전 

향긋한 부추 내음에 쫄깃하게 씹히는 오징어가 적당히 들어간 부추전을 젓가락으로 대충 찢어서 입에 넣은 후 미네랄의 힌트와 풍부한 레몬라임, 핵과의 풍미가 물씬 풍기는 리슬링 한 잔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천상의 조합이요, 환상의 짝궁! 중요 포인트는 가벼운 단맛과 아삭한 산도가 잘 살아있는 와인을 골라야 한다는 것.
추천: Schloss Vollrads, Rheingau Riesling Kabinett / St. Urbans-Hof, Riesling Qualitatswein

 


빗줄기가 오락가락 하는 흐린 날씨에는,
부르고뉴 삐노 누아 + 참치회

필자의 지인 중 하나는 비가 올 때 지면에서 올라오는 흙 냄새가 저절로 부르고뉴 삐노누아를 떠올리게 만든단다. 후텁지근한 공기와 으슬으슬한 기운이 뒤섞이는 장마철에는 상온에서 가벼운 칠링만으로 즐길 수 있는 삐노 누아가 더욱 잘 어울리는 것도 사실이다. 주의할 점은 그랑 크뤼나 프르미에 크뤼 등 상급의 진한 삐노 누아가 아니라 지역단위 정도의 가벼운 삐노 누아를 골라야 한다는 점. 그렇지 않으면 참치의 비릿한 느낌이 장맛비처럼 몰려오는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오뜨-꼬뜨(Hautes-Cotes)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특히 추천한다. 담백하고 신선한 참치회와 영롱하고 섬세한 삐노 누아의 궁합은 우중충한 날씨에 활력소가 되어 줄 것이다.
추천: Hudelot Baillet, Bourgogne Hautes-Cotes de Nuits / Albert Bichot, Bourgogne Pinot Noir Vielles Vignes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에는,
오크 숙성 샤르도네 + 삼겹살

바삭하게 익은 삼겹살에서 흘러나오는 달달한 육즙과 기름기에는 씁쓸한 소주만 어울리는 건 아니다. 느끼함을 씻어주기 때문에 소주 만한 궁합이 없다고? 그렇다면 역으로 가 보는 것은 어떨까. 와인 마리아주의 기본은 상호 작용으로 인한 시너지 창출 아니던가. 삼겹살의 달달하고 고소한 기름기에는 버터리한 풍미와 바닐라 뉘앙스, 과하지 않은 과일 풍미를 지닌 샤르도네가 제격이다. 고기에는 레드 와인 아니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삼겹살처럼 지방이 많아 표면에 흐를 정도의 육류는 레드 와인의 타닌과 만나면 유쾌하지 않은 질감과 풍미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일단 불판에서 지글대는 삼겹살 한 조각을 가볍게 소금 후추만 찍어서 너무 차지 않게 칠링한 오크 숙성 샤르도네를 곁들여 보라. 삼겹살만 보면 절로 샤르도네가 생각나게 될 지도 모르니. 
추천: Kendall-Jackson, Vintner’s Reserve Chardonnay /  Casas del Toqui, El Toqui Chardonnay Reserva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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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1.06.29 00:00수정 2012.06.0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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