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Washington과 Washington DC

 

지금 머릿속에 한 가지를 떠올려 보자. '워싱턴'.  이 단어를 듣고 다음의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역사학자라면 미국의 조지 워싱턴을 떠올릴 것이며, 군사 전문가라면 미국의 핵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를 떠올릴 것이다. 물론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면 그러할 것이고 대개는 미국의 워싱턴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다. 미국에는 두 개의 워싱턴이 있다. 하나는 미국 서북부에 있는 워싱턴 주(州)며, 또 하나는 미국 동부에 있는 워싱턴 DC다. 하나는 미합중국의 수도며(미국은 연합국이니 이렇게 표현하자), 워싱턴 주는 그 연합 주(州) 중의 하나다.


이렇게 서언을 길게 하는 이유는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와인 산지로 통상 캘리포니아 주 만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은 이 워싱턴 주가 오리건 주와 함께 미국의 와인을 대표하는 산지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서부는 로키 산맥이라는 큰 산맥이 태평양과 미국 대륙을 나누고 있다. 이 지역은 북아메리카 판과 태평양 판이 서로 맞닿아 있는 곳인데 덕분에 지진은 자주 일어나지만 판의 충돌로 인해 높은 산맥이 형성되어 비옥한 토양을 형성하게 되었다. 샌 앤드레이어스 단층(San Andreas Fault)은 그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으며 인간은 지진을 대가로 그 지역에서 나는 엄청난 부를 획득할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자연의 선물 중에서 우리가 늘 접하는 미국산 와인도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미국산 와인이 캘리포니아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미국 서부의 면적만 해도 한반도의 몇 갑절이나 되는데 그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기후의 차이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미국의 워싱턴 주는 과거 빙하기 때 엄청난 양의 빙하에 눌려 있던 지역이다. 빙하에 눌려 있던 지역은 구릉성 지역에 자갈이 많은 토양 구조를 보여준다. 게다가 엄청난 얼음이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토질이 단단하고 척박하다. 차가운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오며 빙하가 흘러내리면서 땅의 구조를 긁어 주었기 때문에 모가 난 부분이 없이 마치 달 표면 같은 땅이 계속된다.


반면에 오리건 주(Oregon State)와 접하고 있는 남쪽 영역은 컬럼비아 강(Columbia River)이 흐르고 있어서 협곡이 많으며, 주변에는 깎아 지르는 것 같은 계곡들이 많이 있다. 여기에서 세 가지 요소가 복합되는 곳이 워싱턴 주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샌 앤드레이어스 단층이 지나서 협곡이 있고, 둘째, 컬럼비아 강이 흘러서 그 사이에 많은 미세 기후가 나타나고 있으며, 셋째, 빙하에 의한 구릉성 지형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워싱턴의 와인은 내 생각에 ''온 세상의 와인이 다 나는 곳''이라고 정의한다. 이탈리아의 고유 품종인 바르베라(Barbera)가 나는가 하면, 프랑스 론 지역의 그라나슈(Grenache), 마르산느(Marsanne), 루산느(Roussane), 그리고 독일의 리슬링(Riesling)에 이르기 까지 온갖 국가들의 독특한 품종들이 모두 다 자라고 있다. 피노 누아(Pinot Noir)를 포함하여 대표적인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시라(Syrah),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국제적 품종도 자라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지역이 상당히 북쪽으로 있는 곳이기 때문에 추운 지역의 와인 특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남쪽의 뜨거운 태양에 비해서 겨울의 혹독한 시절을 보내야 하기에 포도 나무들은 비쩍 말라있기 십상이며, 30년 이상 된 포도 나무들도 마치 5~10년 된 것 마냥 앙상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이런 척박한 기후 덕분에 와인 자체는 진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치 오스트리아(Austria)에서 생산되는 진한 레드 와인이나 이탈리아 북부 알토 아디제(Alto Adige)에서 생산되는 차가운 카베르네 소비뇽, 라그레인(Lagrein) 품종의 와인들을 맛보는 느낌을 많이 전달한다. 차가운 지역에서 나온 와인을 맛보면 남다른 개성과 아로마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와인은 분명 진한데, 어딘지 알 수 없게 쌀쌀맞은 차도녀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그러면서도 온도를 살살 올려가며 입 안에 밀어 넣으면 그 뒤부터 격정적인 에너지가 피어오른다. 마치 오랜 겨울을 기다려 따스한 봄이 터지기만을 기다리던 숨은 꽃망울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니 레드지만 냉정하게 먹을 수 있고, 그 이후에는 냉정함을 잃을 수 있는 와인들이 많이 생산된다.


단순히 미국 와인이라고 해서 한 지역에 국한된다고 고정 관념을 가지지 말자. 그 넓고 넓은 땅에서 많은 이들의 노력이 기울여져 수많은 와인들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런 와인 하나하나를 관심 가지고 따스하게 바라보는 것, 그것이 와인을 이해하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추천할만한 국내 수입 워싱턴 지역 와인을 몇 개 소개한다.

 

1. Andrew Will – 명불허전의 최고 워싱턴 와인이다. 최근 카베르네 프랑이 국내에 소량 수입되었다. 강력 추천임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소렐라도 국내에서 구할 수 있으니, 반드시 시음 해 보아야 한다.(와인투유 코리아 수입)
2. Columbia Crest – 저가에서 중가에 이르기 까지 국내에 가장 널리 알려진 워싱턴 주 와인이다. 시음한 사람들의 총평은 가격의 높낮이에 관계없이 놀라운 품질을 선사한다는 점인데, 특히 멜럿을 잘 만든다. (다른 와인도 잘 만들지만.) (나라셀라 수입)
3. L''Ecole 41 – 가장 국내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와인이다. 왈라왈라 밸리 주변으로 뛰어난 와인들을 생산하는데 최고 등급인 아포지(Apogee)와 페리지(Perigee)를 두 시간 이상 디켄팅 하여 마시면 놀라운 캐릭터를 선사한다. (나라셀라 수입)
4. Domaine Ste. Michelle – 가격 경쟁력에 있어 최고의 품질을 선사하는 스파클링이 생산되는 포도원이다. 차갑지만 가격 대비 뛰어난 맛을 선사하는 최고의 와인이다. (나라셀라 수입)
5. Desert Wind winery – 신의 물방울에도 소개가 된 와인이다. 포도원이 사막 한 가운데 있다. 그리고 포도원의 주인이 미남이다.(비니더스 코리아 수입)

 

프로필이미지정휘웅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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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2.03.26 00:00수정 2012.08.0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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