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콜키지, 상생의 이름으로

 ‘콜키지 서비스(corkage service)’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서교동에 위치한 모 비스트로에서 고객과 업주 간에 콜키지를 둘러싼 다툼이 발생하여 와인 업계와 애호가들 사이에 큰 이슈가 되었고, <경태지의 와인미라클>이라는 팟캐스트(pod cast) 방송은 ‘와인 콜키지 문화, 이대로 괜찮은가?’ 편을 통해 왜곡된 콜키지 이용 행태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와인바/레스토랑의 피해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2012년 7월, ‘오디오호외 4편’). 필자 또한 적정한 콜키지 수준에 대한 칼럼을 작년 초쯤 작성한 적이 있다(2011년 2월, ‘콜키지 얼마가 적당할까?’). 이외에도 많은 블로거와 와인 동호회원들이 콜키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콜키지에 대한 담론들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는 현상은 현재 콜키지 서비스가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와인 동호회의 경우는 음식점에서 와인을 직접 주문하기보다 동호회 운영자가 미리 와인을 준비하거나 참석자들이 본인의 와인을 지참(BYOB, Bring Your Own Bottle)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콜키지를 이용하는 빈도가 높다. 앞에서 언급한 ‘다툼’도 모 와인 동호회 회원과 비스트로 사이에 발생한 문제였다. 고객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이나 비스트로 등 음식점도 매장 홍보나 집객을 위해 콜키지를 저렴하게 책정하거나 좋은 글라스웨어를 제공하는 등 콜키지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단골 고객에게는 콜키지 차지(corkage charge)를 면제해 주기도 한다. 이렇게 쌍방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콜키지 제도, 어떤 점이 논란을 유발하는 것일까?

 

 우선 콜키지를 논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있다. 어쨌거나 ‘콜키지 서비스 제공 여부 및 그 가격은 매장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즉, 콜키지 서비스의 제공 권한은 해당 음식점에 있다. 물론 고객이 먼저 콜키지 서비스 도입을 제안하거나 비용을 협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최종 결정은 매장이 한다. 매장에서 콜키지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서, 콜키지 가격을 높게 책정한다고 해서 고객이 클레임을 제기할 성격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고객은 단지 가볍게 어필하거나,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음식점을 이용하지 않으면 된다. ‘콜키지 서비스를 제공해라 말아라’, ‘콜키지로 얼마를 받아라’라는 요구를 할 권리가 고객에게는 없다. 더구나 와인을 취급하는 매장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또 하나, 콜키지는 기본적으로 음식점에 고객의 와인 반입을 용인한다는 의미이다. 크게 보면 와인도 음식의 일부이고 일반적으로 음식점에서 주류를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반입되는 와인으로 인해 해당 매장의 매출은 크게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와인 글라스, 오프너와 같은 각종 액세서리를 제공하는 등 와인 반입으로 인해 제공해야 할 서비스 또한 늘어난다. 한마디로 와인 반입을 허용함으로써 매출은 감소하고 비용은 증가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콜키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해당 매장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어찌 보면 예의의 수준을 넘어서는 문제인데, 업주에게는 사업의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용 고객은 기본적인 소비를 해 주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억지로 더 먹고 더 마시라는 의미가 아니라, 콜키지 서비스만 활용하고 다른 주문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콜키지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해당 매장을 찾은 이유가 단순히 와인 마실 장소를 대여한 것이 아니라, 해당 음식점의 요리와 함께 원하는 와인을 즐기기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예의이다. 이런 매너가 지켜지지 않을 때 문제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렇다면 고객의 입장은 어떨까? 우선 고객이 콜키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매장의 입장에서는 ‘고객이 와인을 싸게만 마시려 든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또한 ‘서비스의 가치를 모르니 콜키지 차지를 아까워한다’는 불평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고객이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문제들은 콜키지 문화가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사실 주류를 반입하고 비용을 내는 것, 즉 콜키지 차지가 활성화 된 것은 근래의 일이다. 예전엔 어쩌다 회식 자리에 위스키 한 병 들고 가서 업주의 허가 아래 한잔씩 돌려 마시는 정도가 주류 반입의 일반적인 행태였기에, 콜키지 서비스는 우리에게 낯선 문화일 수 밖에 없다. 또한 일부 음식점은 별다른 서비스 없이 ‘막잔’ 하나만 달랑 제공하면서 매장에서 파는 타 주류의 가격 수준에 비해 높은 콜키지 차지를 책정함으로써 고객이 서비스의 가치를 느끼기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와인 리스트는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와인을 일상적으로 마시지 않는 현재 한국의 외식 문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심지어 와인을 판매하지 않거나, 대여섯 종의 와인만을 구비한 음식점도 부지기수이다. 그래도 프렌치나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은 구색을 맞추어 리스트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히 고객이 찾는 와인이 존재하지는 않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와인에 대한 학구열이 비교적 높은 한국의 애호가들, 특히 동호회의 경우엔 시음하려는 와인 종류나 테마가 구체적이고 명확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와인을 직접 준비하려는 욕구 또한 강하다. 콜키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와인 가격이 비싸다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객들이 일상적으로 마시는 다른 주류와 비교하면 와인의 체감 가격은 더욱 올라간다. 물론 여기서 와인 가격을 문제 삼으려는 것은 아니다(수입 주류인 와인은 장거리 유통 비용과 마진율, 높은 세금 등 다양한 인상요인이 존재한다. 와인 관련 주체들 간에 적절한 와인 가격에 대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고객들에게‘절대가’의 부담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콜키지에 대한 논의가 주로 가격에 포커스를 맞추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콜키지 서비스를 이용해 마시는 와인이 저가인 경우는 드물다. 그렇기에‘싸게 먹고 싶다면 소주나 맥주를 마시라’는 말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런 방법은 와인의 대중화와 와인 시장의 확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이 자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현 상황에서 콜키지 제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거나 법제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앞서 언급한 대로 분명히 콜키지를 원하는 고객이나 필요로 하는 음식점이 존재하며, 매장마다 다양한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 답은 문제 안에 이미 들어있다. 음식점은 각자의 서비스 수준과 매장 상황에 맞게 콜키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은 매너를 지켜 이용하면 된다. 이를 위해 와인 애호가와 와인 업계 사이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지속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 그리고 중용(中庸), 콜키지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가기 위해 유념해야 할 포인트다. 고객과 매장, 모두의 상생을 위해.

 

프로필이미지김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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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12.07.30 00:28수정 2016.02.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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