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전 봄, 포르투갈에 여행을 갔을 때 마중 나온 포르투갈 친구에게 가장 먼저 어떤 와인을 마시는 게 좋을지 물었다. 현지 친구가 권해준 건 다름 아닌 비뉴 베르데였다. 포르투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포트 와인이 아닌 비뉴 베르데를 먼저 추천받아서 의외였지만, 따뜻했던 포르투갈 여행 내내 비뉴 베르데를 참 즐겨 마신 기억이 있다.

비뉴 베르데라는 이름은 포르투갈어로 '녹색 와인' 이라는 뜻인데 이 이름의 어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비뉴 베르데의 높은 산도와 신선함이 덜 익은 과일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녹색이란 의미의 'Verde'라고 부른다고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비뉴 베르데 와인이 주로 수풀이 우거진 지역에서 생산되어 이런 명칭을 붙였다고도 이야기한다.
비뉴 베르데는 포도 품종 이름이 아닌 포르투갈 북서쪽, 대서양과 맞닿아 있는 지역 이름(DOC)이다. 미세 기후에 따라 9가지의 하위 지역으로 나뉘며, 로우레이로(Loureiro), 알바리뇨(Alvarinho), 페데르냐(Pedernã, 아린토 품종의 현지 명칭), 아베소(Avesso)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고 비냐웅(Vinhão)이라는 품종으로 소량이지만 포르투갈 내수 시장에서 많이 소비되는 레드와 로제 와인을 생산한다. 우리가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비뉴 베르데 지역 와인은 화이트 와인이다.
올봄, 그리고 다가오는 여름에 즐길 와인으로 비뉴 베르데를 추천하며, 그 이유를 소개한다.
더운 날씨에 가볍게 마시기 좋은 와인을 찾는다면
대부분의 비뉴 베르데는 사과, 레몬, 라임, 복숭아꽃 등의 향이 지배적이며 높은 산도를 가지고 있고,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다. (비뉴 베르데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최소 8%, 비뉴 데르데의 하위 지역이 라벨에 표시될 경우는 최소 9%면 된다) 주로 일찍 마시기 좋은 와인으로 많은 생산자들은 의도적으로, 아주 약간의 기포가 있는 스타일로 생산해 마시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분 좋은 신선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야말로 따뜻하거나 더운 날씨에 테라스나 잔디밭에 앉아 청량하게 마시기 좋고,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가성비 와인을 찾는다면
포르투갈의 경제는 다른 서유럽 국가들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기 때문에 여타 유럽 국가들보다 토지 가격과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다. 토지 가격과 인건비는 와인의 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에 비뉴 베르데 와인을 선택할 경우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더해 전반적으로 품질 또한 훌륭해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수출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와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미세한 기포가 있고 가격이 저렴한 편이니 화이트 상그리아나 와인 베이스의 칵테일을 만들 때 사용하기에도 좋다.
여러 음식에 두루 잘 어울리는 와인을 찾는다면
페어링이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추천하는 와인 중 하나가 비뉴 베르데 와인이다. 비뉴 데르데는 대서양과 맞닿은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인 만큼, 산도가 높아 특히 모든 종류의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올리브유에 곁들여진 문어 요리, 조개가 들어간 봉골레 파스타, 새우가 들어간 리소토, 스시는 물론이고 샐러드나 감자 요리 같은 채소 요리, 매콤한 양념이 들어간 한식, 심지어 국민 배달음식인 프라이드 치킨에도 두루 잘 어울리니 여러 음식에 꼭 비뉴 베르데를 페어링해 즐겨 보길 바란다.

[생선 요리와 페어링한 비뉴 베르데]
새로운 와인을 시도해보고 싶다면
화이트 와인을 많이 경험해 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지역의 새로운 와인을 찾는다면 이제는 포르투갈의 비뉴 베르데 와인을 마실 시간이다. 국내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이나,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지오, 스페인의 알바리뇨를 이미 경험해 봤고 이 와인들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비뉴 베르데도 좋아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와인 스타일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뉴 베르데는 산도가 높고 알코올이 낮은 가벼운 스타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소규모 와이너리들은 최근 비뉴 베르데 하위지역의 와인과 단일 품종 와인을 생산하며 테루아를 강조하는 등 품질에 집중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오래된 오크 배럴을 사용하는 등 여러가지 실험을 하며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만약 전형적으로 가벼운 스타일의 비뉴 베르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면, 이처럼 새로운 비뉴 베르데 스타일도 찾아서 시도해 볼 수 있다.

[지난 10월 서울에서 개최된 '2023 비뉴 베르데 그랜드 테이스팅'에서 와인을 소개하고 있는 생산자]
* '비뉴 베르데, 포르투갈의 대표적 산지로 떠오르다' 기사에서 비뉴 베르데의 세부 산지와 품종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4월 8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와인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뉴 베르데 그랜드 테이스팅>이 개최된다. 총 19개의 비뉴 베르데 프리미엄 와인 생산자가 서울에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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