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원재료인 ‘포도’가 가장 중요할 것이고 두 번째로는 오크 숙성일 것이다. 일부 와인은 발효부터 숙성까지 와인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오크와 함께하기도 한다. 이렇듯 와인 양조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오크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지식만 전달돼 왔다. 본 연재 기사에서는 오크의 역사에서부터 제조과정, 오크가 어떻게 와인에 영향을 미치는지, 오크에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등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본 기사 연재가 끝난 뒤 더 많은 이들이 오크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사를 쓰는데 참고한 자료는 후속 개별 기사에서 표기한다.

[샤또 마르키 달렘(Château Marquis d’Alesme) 숙성고(credit: Daniel Oh, 2018)]
1. 오크 배럴 숙성의 역사
오랜 역사를 지닌 와인만큼이나 보존과 숙성 또한 다양한 문화권에서 수천 년간 유지, 발전돼 왔다. 고고학적인 발견에 따르면 최초의 와인 생산은 기원전 5400년경, 그리고 와인을 운송하기 위한 용기인 점토로 만든 암포라(Amphora)가 처음 등장한 것은 기원전 2000년경 이었다. 이 용기는 저장에는 용이했지만 무거워 운송에 문제가 있었다. 이후 기원전 5세기 경 처음 나무 배럴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로마 군이 골 족을 정벌할 때 골 족이 맥주와 와인을 배럴에 운송하는 것을 보고 오크 나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상인과 생산자, 군인들은 와인이 더 많은 시간을 오크 안에서 보낼수록 더 많은 풍미 변화가 이뤄진다는 것을 알고 본격적으로 와인 양조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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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크 나무 및 오크 통 해부학
오크는 퀘르쿠스(Quercus; 라틴어로 “오크 나무") 속(genus)에 속하는 모든 참나무(oak)를 말하며 학자에 따라 240-600종 이상의 오크 품종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 중 와인 숙성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오크는 프렌치 오크와 아메리칸 오크이다. 퀘르쿠스 페트라에아(Quercus petraea), 퀘르쿠스 로부르(Quercus robur)가 프렌치 오크로 불리며 퀘르쿠스 알바(Quercus alba)는 아메리칸 오크로 불린다. 이 3가지 오크에 대한 비교는 아래 9번에서 더 자세히 기술한다.
오크의 몸통은 여러 개의 “나무 판(stave)”을 구부려 “테(hoop)”로 고정시켜 만들며 위, 아래로 “헤드(head)”가 설치되어 있고 몸통에서 가장 넓은 “빌지(bilge)”에 “마개 구멍(bung hole)”을 뚫어 이곳으로 와인을 채우고 산소의 유입을 막기 위해 “마개(bung)”로 밀봉한다.
> 2편에서 자세히
[오크 통의 각 구성 / credit: Daniel Oh, 2021]
3. 오크 통 제작 과정
오크 통은 다음과 순서로 제작하게 된다.
1. 오크 나무 재배와 수확: 오크 나무는 120년 정도 수령이 되었을 때 벌채한다.
2. 시즈닝(seasoning): 고급 오크 배럴을 만드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다. 처음 나무를 수확했을 때 50% 정도 수분으로 이뤄져 있어 이를 건조해 주어야 하고 이때 거친 타닌과 풋내를 없애는 효과를 볼 수 있다.
3. 나무 선별: 나무의 결, 수액 흐름의 흔적, 옹이, 벌레 구멍과 결의 패턴까지 확인한다.
4. 미 정 호즈(mis en rose) 혹은 밴딩: “배럴을 올리는" 작업으로 나무 판을 수직으로 세워 원통형으로 둥글게 만드는 과정이다.
5. 토스팅: 나무 안쪽에 열을 가하는 작업으로 통의 안쪽을 카라멜라이징하여 독특한 풍미들을 부여해 준다. 낮은 라이트 토스팅에서 더 높은 헤비 토스팅으로 갈수록 탄 맛이 더 많이 부여된다.
6. 배럴 헤드 설치: 토스팅이 끝난 뒤 테를 조여 나무의 최종 모양을 잡고 배럴이 식으면 배럴 끝 쪽에 헤드가 들어갈 수 있는 크로즈(croze; 헤드를 넣을 수 있는 홈)를 파내고 헤드를 설치한다. 이후 빌지에 드릴로 마개 구멍을 뚫는다.
7. 수밀성 확인: 배럴에 뜨거운 물을 약간 채워 넣고 구멍을 막은 뒤 통을 회전시키며 물이 새지 않는지 확인한다.
8. 테 설치: 이후 배럴 표면을 사포질로 매끄럽게 하며 임시 테를 영구 테로 교체하고 망치나 기계로 제자리를 잡아준다. 각 배럴에 개별 시리얼 번호를 인쇄한 뒤 각 와이너리로 운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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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크 나무에 숙성한 와인의 색과 맛은 왜 변하는가?
오크 나무에 와인을 숙성했을 때 뚜렷하게 색이 깊어지고 풍미가 발전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분은 어디에서 오는가? 나무에 존재하는 화합물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몇 가지만 꼽자면 바닐라 풍미를 나타내는 바닐린(vanillin)과 탄 듯한 연기 풍미를 내는 과이아콜(guaiacol) 등이 있다. 나무에 이미 존재하거나 시즈닝과 토스팅 과정에서 생성된 화합물이 와인과 접촉을 통해 와인으로 전이되며 최종 와인의 풍미 프로필을 바꾸어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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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와인 양조에서 오크 통이 사용되는 부분
톱클래스 화이트 와인과 일부 레드 와인의 경우 발효 과정에서부터 오크 통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오크의 풍미를 더 조화롭게 와인에 녹여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 발효가 끝난 후 젖산 발효 또한 오크 통에서 진행되고 젖산 발효가 끝난 후 본격적인 숙성 과정에 들어간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젖산 발효 후 오크 통 바닥에 모여 있는 효모 찌꺼기(리(영문으로는 lee, 불문으로는 lie))를 저어주는 바또나주(bâtonnage) 작업을 통해 복합미를 더해간다. 이후 오크 통에서 랙킹(racking)이라는 과정을 통해 미세 효모 찌꺼기로부터 깨끗한 와인을 분리하여 병입한 뒤 숙성 혹은 출시하게 된다.

[새 오크(왼쪽)와 1년 사용 오크(오른쪽) / credit: Daniel Oh, 2018]
6. 새 오크(new oak) vs 사용 오크(used oak)
오크 통을 사용하는 목적은 분명 풍미를 변화시키는 데 있다. 새 오크 통을 100% 사용하여 와인을 숙성하게 되면 와인은 아주 두껍고 풍성하며 스파이시한, ‘오키(oaky)’한 와인이 탄생할 것이다. 반면에 사용 오크로 숙성할 때는 이러한 풍미의 발현이 제한적이다. 새 오크 통을 100% 사용하여 만드는 와인들도 있지만 주로 새 오크 통과 사용 오크 통을 함께 사용해서 와인 메이커가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어낸다. 부르고뉴에서 힘 있는 밭으로 묘사되는 샹베르땅 그랑 크뤼(Chambertin Grand Cru)의 생산자들 중 도멘 뒤가-피(Domaine Dugat-Py), 도멘 뒤작(Domaine Dujac), 도멘 아르망 후쏘(Domaine Armand Rousseau)와 같은 생산자들은 새 오크 통을 100% 사용하지만 도멘 르후아(Domaine Leroy)는 60%, 도멘 뻬로-미노(Domaine Perrot-Minot)는 50%, 도멘 트라페(Domaine Trapet Père et Fils)의 경우 50-70% 등 사용 비율을 달리하여 각자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오크 사이즈, 자크 셀로스(Jacques Selosses) / credit: Jeffery E. Kwak, 2018]
7. 오크 통 사이즈
오크 통은 다양한 사이즈가 있으며 그에 따라 와인에 미치는 영향도 모두 다르다. 일반적으로 오크 통이 작을수록 와인과의 접촉 면적이 높아져 오크의 풍미가 더 강하게 부여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오크 풍미를 더 바라는 생산자들은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225리터의 바리끄(Barrique; 보르도에서 주로 사용하는 오크 통으로 750ml 와인 300병을 저장할 수 있다.)나 그보다 작은 사이즈의 새 오크 통을 사용할 것이며 오크의 풍미가 거의 없는 와인을 바라는 생산자들은 푸드르(Foudre; 1,000리터 이상의 오크 통)나 보티(Botti; 2,475리터) 등 큰 사이즈의 오래 사용한 오크 통을 사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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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나무 결에 대해 설명 중인 꼬냑 장 필리우(Cognac Jean Fillioux)의 파스칼 필리우(Pascal Fillioux) 씨 / credit: Jeffery E. Kwak, 2018]
8. 오크 나무의 결(grain)
모든 오크가 와인에 부여하는 풍미는 획일적이지 않다. 오크 나무 품종의 차이와 원산지의 차이를 손꼽지만 최근 많은 생산자들은 결의 차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결은 나무가 자라며 생기는 평균 나이테의 넓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넓은(coarse) 결과 촘촘한(fine) 결로 구분된다. 아메리칸 오크인 퀘르쿠스 알바는 전형적으로 프렌치 오크인 퀘르쿠스 페트라에아보다 더 빨리 자라기 때문에 더 넓은 결 간격을 보인다. 같은 프렌치 중에서도 퀘르쿠스 로부르가 퀘르쿠스 페트라에아보다 더 넓은 결 간격을 보인다. 결이 촘촘하다는 것은 더 많은 빈 공간을 지녀 더 투과성이 높아 산소와의 교환 작용이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뜻이다. 촘촘한 결은 와인에 더 많은 아로마 화합물을 전이하고 넓은 결은 더 많은 타닌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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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오크 나무의 종류와 원산지에 따른 차이
오크 나무를 원산지 별로 구분할 때 프렌치와 아메리칸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렌치 오크는 퀘르쿠스 페트라에아와 퀘르쿠스 로부르로 구분 짓지만 품종보다는 각 숲 별 특징이 더 뚜렷하기 때문에 어떤 숲(리무장(Limousin), 알리에(Allier), 트롱쎄(Tronçais) 등)에서 자란 나무인지가 더 중요한 편이다. 또한 프렌치와 아메리칸 오크의 가격이 연일 상승하며 대체재로 기타 지역의 오크가 언급되기도 한다.
[프렌치 오크]
• 퀘르쿠스 로부르: 거친 타닌을 부여하고 아로마는 적게 부여하고 덜 우아한 와인이 만들어진다.
• 퀘르쿠스 페트라에아: 고품질 와인 양조에 더 적합한 품종이다. 더 촘촘한 결로 더 낮은 타닌과 풍성한 아로마 화합물을 부여한다.
[아메리칸 오크]
• 퀘르쿠스 알바: 결이 넓으며 프렌치 오크 보다 더 빠르게 자란다. 훨씬 더 적은 타닌을 부여하며 아로마를 빠르게 발산하고 락톤을 더 많이 부여해 바닐라, 캐러멜, 베이킹 스파이스와 같은 풍미를 더 많이 나타낸다. 더 넓은 결은 더 많은 산화를 의미하며 이는 와인을 더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 강한 타닌의 와인을 숙성할 때 주로 사용한다.
프렌치와 아메리칸 오크는 나무의 조직이 다르고 이는 제작 과정의 차이를 가져오고 와인의 풍미에도 다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제작상의 차이 때문에 미국에서 225L 바리끄 사이즈의 아메리칸 오크의 경우 750-800$ 정도에 거래되지만 프렌치 오크는 1100$ 이상 호가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프렌치와 아메리칸 외에 대체적인 오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다음 3가지가 가장 많이 연구되고 거론된다.
1. 슬라보니안 오크: 중세 시대부터 명성이 높은 오크이다. 해발 고도가 높아 천천히 자라 환상적인 품질의 원재료를 만들어낸다. 주로 보티라고 부르는 아주 큰 사이즈의 통을 만드는데 이탈리아에서 많이 사용한다.
2. 헝가리안 오크: 헝가리안 오크는 일반적으로 프렌치 오크에 비해 더 빨리 구조감과 타닌을 부여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탈리아, 미국의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 프랑스의 론 지역에서 사용 비율이 높다.
3. 러시안/코카시안 오크: 흑해의 북동쪽에 위치한 카프카스(Caucasus) 지역의 오크를 러시안 오크 혹은 코카시안 오크라고 하며 프랑스보다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더 받는다. 프렌치에 비해 더 스파이시하고 약한 바닐라 풍미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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