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크에 진심인 편 : 4편 - 오크나무에 숙성한 와인의 색과 맛은 왜 변하는가?

목차

1. 와인 보관과 숙성, 오크배럴의 역사

2. 오크나무 및 오크통의 구조

3. 오크통 제작 과정

4. 오크나무에 숙성한 와인의 색과 맛은  변하는가?

5. 와인 양조에서 오크통이 사용되는 부분

6. 새 오크(new oak) vs 사용 오크(used oak)

7. 오크통 사이즈

8. 오크나무의 결(grain)

9. 오크나무의 종류와 원산지에 따른 차이


[샤또 몽투스(Château Montus) 오크 배럴 / credit: Daniel Oh 2019]


오크나무 배럴에 와인을 숙성하면 색과 풍미에 변화가 일어난다. 이는 관능적인 평가에서뿐만 아니라 화학적인 분석에서도 명백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나무가 부여하는 화합물에서 온다. 나무 자체가 화합물들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이 시즈닝과 토스팅 과정을 통해 변형되고 새로운 화합물이 생성되기도 한다. 화합물들은 와인과 접촉하며 전이되어 결국 시각적인 색이나 미각적인 맛과 후각적인 풍미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때 배럴에서 추출될 수 있는 화합물의 양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부여하는 화합물의 양은 감소하게 된다.


1. 색상 변화

레드 와인의 색상을 결정짓는 주요 성분은 바로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다. 안토시아닌과 와인의 다른 성분 간에 산화, 응결, 중합 과정을 통해 와인의 색상이 변하게 된다. 나무 배럴에 숙성했을 때 와인에 있는 성분과 나무에서 추출되는 성분들이 숙성을 통해 안토시아닌을 발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병 숙성에서도 일부 이러한 효과가 관찰되지만 나무 배럴 숙성 과정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오크 배럴에 와인을 숙성할 때 오크나무의 기공을 통해 적은 양의 산소가 유입되어 미세한 산화가 진행된다. 사실 산소는 와인 색상 안정화에 필수적인 존재로 작용한다. 색상 분자인 안토시아닌은 “블리칭(bleaching)”으로 알려진 색상 손실 과정에 예민하게 반응해 산소와 함께 상호작용하며 타닌을 형성하며 더 안정적인 색상 분자를 형성한다. 또한 나무가 가진 페놀 성분 중 엘라지타닌(ellagitannin)은 안토시아닌 성분보다 먼저 산화되어 개별 안토시아닌을 보존해 색상 안정화 효과를 보인다. 다른 화합물도 색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나무에서 추출되는 가장 중요한 알데히드(aldehyde) 중 하나인 바닐린(vanillin) 성분이 와인이 페놀(phenol) 성분과 반응하여 안토시아닌-카테킨(anthocyanin-catechin) 보랏빛 색소를 형성한다.


실제로 다수의 연구 결과에서 나무에 숙성한 와인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더 높은 색상 깊이감을 보였다. 나무 숙성을 하지 않은 와인은 붉은 색상이 오렌지빛으로 빠르게 변화되며 더 큰 폴리페놀(polyphenol) 분자를 침전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반면에 나무에 숙성할 때 카페인산(caffeic acid), 쿠마르산(coumaric acid), 갈산(gallic acid)이 증가하며 총 안토시아닌과 색상 깊이감이 깊어진다.


[샤또 마고(Château Margaux) 오크 배럴 / credit: Daniel Oh 2018]


2. 풍미 변화

연구 결과 나무에 와인을 숙성할 때 총 41개 아로마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인과 나무의 접촉 기간이 아로마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럴의 나이(뉴 오크와 사용 오크) 또한 6-9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 숙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12-15개월의 다소 긴 숙성 기간에서는 그보단 작은 차이를 보였는데 이는 일부 화합물이 시간이 지나며 추출되는 비율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나무의 기공을 통해 유입된 산소는 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수렴성을 줄여주고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와인에 더 크리미한 맛을 부여하는 젖산 발효(malolactic fermentation)와 같은 대사 반응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준다. 또한 숙성 잠재력을 늘려주는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산소가 와인과 만나 수분과 에탄올이 증발한다. 이때 상대적으로 큰 입자를 가진 아로마 화합물은 오크 배럴을 통과하지 못하고 남아 잔여 와인의 화합물의 농도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오크통이 보관되어 있는 곳의 습도 수준에 따라, 오크나무의 품종과 자란 지역, 위치에 따른 결의 차이가 증발하는 양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결국 풍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2.1. 각 화합물이 부여하는 풍미


미국 나파 벨리의 보리유 빈야드(Beaulieu Vineyards)와 프리마크 애비(Freemark Abbey)에서 미디엄 토스팅 과정을 거친 오크 칩을 사용해 숙성한 와인과 오크와의 접촉 없이 숙성한 와인에 대해 실험을 거친 결과 오크 칩을 사용한 샘플의 주요 오크 화합물이 40% 이상 높은 것으로 검출되었다(아래 그림). 오크 숙성에 와인의 풍미에 관여하는 화합물은 아래와 같다.


[보리유 빈야드와 프리마크 애비 와인 오크 칩 숙성 결과[5]]


2.1.1. 주요 화합물

오크는 건조 중량의 40-45%를 차지하는 셀룰로스(cellulose), 25-35%를 차지하는 헤미셀룰로스(hemicellulose), 20-25%를 차지하는 리그닌(lignin)과 나머지는 갈로타닌(gallotannin)과 엘라지타닌과 같은 페놀 화합물로 이뤄져 있다. 셀룰로스 성분은 와인 생산에서 풍미와 아로마 부여에 아주 작은 부분만을 담당한다. 배럴 토스팅 과정에서 미생물 부패의 식량원이 되는 당분을 만들어낸다. 헤미셀룰로스는 다당류 혼합체로 토스팅 과정에서 버터 스카치, 토스트, 캐러멜라이즈 된 설탕의 풍미와 아로마를 부여하고 와인의 바디감과 색상을 강화한다. 리그닌은 크리미한 바닐라 풍미를 부여하는 바닐린, 스모키한 풍미를 부여하는 과이어콜(guiacol)과 유게놀(eugenol)과 같은 페놀알데히드를 부여한다. 시즈닝과 토스팅 과정을 통해 리그닌이 와인에 활발하게 영향을 미친다.


2.1.2. 알코올(Alcohols)

일반적으로 알코올은 당분과 아미노 산의 효모 대사 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알코올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산화를 억제하고 나무에서 풍미를 담당하는 화합물들을 추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서 더 높은 알코올은 와인의 과실 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혀졌다. 총 10가지의 알코올 성분이 존재하는데 그중 헥산올(hexanol)은 식물성 알코올과 “잔디(grassy)”같은 풍미를 부여한다.


2.1.3. 카르보닐(Carbonyls)

카르보닐 그룹에서는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 푸르푸랄(furfural), 5-메틸푸르푸랄(5-methylfurfural) 등을 포함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와인과 산소의 접촉을 통해 와인의 아로마 변화를 일으키는 아로마 화합물이다. 또한 아세트알데히드는 효모 대사 작용으로 형성된 화합물로 존재 자체가 과실과 견과류, 말린 과일 아로마와 관련되어 있다. 푸르푸랄 화합물은 토스팅 과정에서 열로 인해 당과 탄수화물의 감소로 생성되며 특히 오크 당분 셀룰로오스가 캐러멜화되며 생성되는 화합물로 캐러멜, 태운 설탕, 버터 스카치, 아몬드, 말린 과일 등의 풍미를 보인다.


2.1.4. 카복실산(Carboxylic Acids)

지방산(fatty acid)은 와인 발효 과정에서 효모와 박테리아 간의 생체에 의한 합성을 통해 형성된다. 산(acids)은 과실, 치즈, 기름진 노트, 산패한 노트를 부여하며 관능적특성에 영향을 준다.        


2.1.5. 에스테르(Esters)

에스테르는 주로 발효 단계에서 효모에 의한 합성 과정 혹은 발효와 숙성 과정 중 에탄올과 아세트산(acetic acid), 지방산의 에스테르화 과정 이후에 나타난다. 에스테르는 어린 와인에 과실, 꽃, 달콤한 노트의 아로마를 부여하며 아주 긍정적인 풍미를 만들어내는 화합물로 여겨진다. 숙성 과정에서 온도가 높을 경우 휘발 작용과 가수 분해로 인해 에스테르 형성에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낮은 온도가 유지되어야 한다. 에스테르는 발효의 마지막 부분에서 주로 형성된다.


2.1.6. 락톤(Lactones)

락톤은 레드 와인에 중요한 아로마 화합물이며 노나락톤(nonalactone) 성분은 강한 자두 풍미를 보이며 숙성된 레드 와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1.7. 휘발성 페놀(Volatile Phenols)

과이어콜, 4-메틸과이어콜(4-methylguaiacol), 4-비닐과이어콜(4-vinylguaiacol) 화합물이 있고 굽거나 탄 듯한 스모키한 아로마를 지녔으며 4-메틸과이어콜은 향신료 풍미를 보인다. 이들의 함량은 오크의 토스팅 정도의 척도로 나타나는데 토스팅 과정에서 리그닌의 감소로만 생성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페놀알데히드로는 유게놀과 이소유게놀(Isoeugenol)이 있는데 이들은 향신료와 정향, 스모크 풍미를 드러내며 시즈닝과 토스팅을 통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다.


2.1.8. 오크 화합물(Oak Compounds)

오크 락톤(oak lactones)은 와인을 숙성시키는 데 있어서 아로마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휘발성 화합물이며 특히 시스 이성질체(cis isomer)와 트랜스 이성질체(trans isomer)가 중요하다. 이들은 숙성 와인에 나무 풍미를 부여하는 중대한 요소로 작용한다. 시스-락톤은 흙(earthy) 풍미와 함께 허브 캐릭터와 가공되지 않은 오크의 아로마를 부여한다. 트랜스-락톤은 코코넛 풍미를 부여한다. 트랜스-락톤은 가끔 “위스키 락톤”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버번위스키에서 이 화합물이 특징적인 맛을 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시즈닝과 토스팅은 이러한 트랜스 이성질체 비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2.1.9. 바닐린과 시링알데히드(syringaldehyde)

바닐린과 시링알데히드는 모두 리그닌과 연관되어 있는 화합물이다. 바닐린은 오크나무에 다량 함유되어 있으며 오크 풍미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바닐라 아로마를 부여하는 화합물로 토스팅 없이도 존재하는 화합물이며 토스팅의 방식과 수준에 따라 증감할 수 있다. 숙성이 아닌 배럴 발효는 바닐린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데 효모가 바닐린과 결합하여 아로마가 없는 바닐릴 알코올(vanillyl alcohol; 4-하이드록시-3-메톡시벤질 알코올(4-Hydroxy-3-methoxybenzyl alcohol))로 변환되기 때문이다. 이는 오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오크통 발효가 탱크 발효 와인보다 오크 풍미가 덜 한 이유이다. 토스팅 정도에 따라 비례하여 증가하는 편이지만 높은 토스팅 수준에서는 오히려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링알데히드 역시 바닐린과 마찬가지로 바닐라 류의 풍미를 보인다.


2.1.10. 테르페네스(terpenes)

타닌감이 강한 차(tea)의 풍미를 보인다.


[풍미별 화합물 표 / credit: Daniel Oh 2021]


[오크 배럴의 화합물, 풍미 지도 / credit: Daniel Oh 2021]



2.2. 오크와 타닌 간의 관계

프렌치 오크 사용 비중이 높은 와인 메이커들은 아메리칸 오크가 거친 타닌을 와인에 부여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엘라지타닌 함량을 비교해보면 유러피안 오크보다 아메리칸 오크가 더 낮았다. 이는 나무가 지니고 있는 타닌 함량보다는 쿠퍼에서 제작 방식에 따라 풍미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시즈닝 과정에서 균류와 박테리아가 나무의 성분들과 대사 작용을 하고 비와 눈이 일부 타닌을 줄이며 이때 나무의 기공이 천천히 열려 남은 타닌이 산화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시즈닝을 최소한으로 거친(가마에서 열로 처리하는) 아메리칸 오크 배럴은 자연 건조한 프렌치 배럴에 비해 더 많은 타닌을 보일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아메리칸 오크의 평판을 괴롭히는 딜(dill) 아로마가 생기는 원인이기도 하다. 충분히 숙성되지 않거나 제대로 토스팅 되지 않은 나무에 와인을 숙성했을 때 초록색의 야채와 허브 아로마와 함께 거친 타닌을 지닌 와인이 탄생하기도 한다. 이는 피라진(pyrazine) 화합물을 시즈닝으로 충분히 줄이지 못하여 나타난 결과이다.


이렇게 봤을 때 오크 종류에 따라 물리적 화학적 차이가 있지만 쿠퍼가 배럴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시즈닝과 토스팅을 달리하는 것이 화학적, 구조적 성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각 제조 단계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측정 가능한 도구를 발전시킨다면 나무 품종과 원산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품질 좋은 배럴들이 생산되고 이로 인해 와인의 품질도 올라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 결론

오크에 접촉한 와인은 색상과 풍미가 변화한다. 어떻게? 나무에 존재하는 화합물이 시즈닝과 토스팅 과정에서 변형되고 새로 생성되기도 하며 와인의 성질을 바꾼다. 대표적인 화합물로는 오크 락톤, 유게놀, 바닐린 등이 있다. 오크 나무의 품종에 따라, 각 쿠퍼에서의 제조 방식(시즈닝 및 토스팅)에 따라, 숙성의 기간에 따라, 오크 배럴의 나이(새 오크인지 사용 오크인지)에 따라, 결의 촘촘함에 따라, 와인 품종에 따라 화합물이 와인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명확한 분석을 통해 지역, 떼루아, 품종에 적합한 오크 배럴을 사용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럴 숙성 와인에서 어떤 풍미가 느껴지고 각 풍미가 어떠한 화합물의 작용으로 생성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각 화합물은 특정 조건에 따라 증감하기에 소비자가 선호하는 오크 배럴 제조 방식과 숙성 방식이 생기게 된다. 오크 배럴 숙성 와인이라고 덮어놓고 싫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선호하는 와인이 어떠한 배럴 숙성을 거쳤는지 알면 와인 생활이 더욱 윤택해질 것이다.



* 참고문헌

1. Maria Carpena et al. Wine Aging Technology : Fundamental Role of Wood Barrels. 2020

2. Angelita Gambuti et al. Effect of aging in new oak, one-year-used oak, chestnut barrels and bottle on color, phenolics and gustative profile of three monovarietal red wines. 2010

3. Isabel Revilla and Maria Luisa González-SanJosé. Effect of different oak woods on aged wine color and anthocyanin composition. 2001

4. M. Elena Alañón et al. New Strategies to Improve Sensorial Quality of White Wines by Wood Contact. 2018

5. Joel Aiken and Bob Masyczek(Beaulieu Vineyard), Tim Bell(Freemark Abbey). Fermentation of red wines in the presence of oak. 2018

6. António M. Jordão et al. Impact of different wood chip species (oak, acacia and cherry) on evolution of individual anthocyanins, chromatic characteristics and antioxidant capacity in model wine solutions. 2017

7. Georgiana-Diana Dumitriu (Gabur) et al. Evaluation of Aroma Compounds in the Process of Wine Ageing with Oak Chips. 2019

8. Kelli White. The Evolution of American Oak

https://www.guildsomm.com/public_content/features/articles/b/kelli-white/posts/american-oak / 2017

9. Jamie Goode. Is Oak Over? https://vinepair.com/articles/how-oak-affects-wine-trends/ 2019

10. Tom Jarvis and Wine-Searcher staff. The Ultimate Guide to Oak in Winemaking. https://www.wine-searcher.com/m/2017/05/the-ultimate-guide-to-oak-in-winemaking / 2017

11. Caroline Davis. Wine production: Barrel selections for your wine

https://gravitywinehouse.com/blog/wine-production-barrels-selection-wood-grain/ 2019

프로필이미지오동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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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1.09.27 10:00수정 2021.11.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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