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크에 진심인 편 : 5, 6편 - 양조와 오크통, 새 오크 vs 사용 오크

목차

1. 와인 보관과 숙성, 오크배럴의 역사

2. 오크나무 및 오크통의 구조

3. 오크통 제작 과정

4. 오크나무에 숙성한 와인의 색과 맛은 왜 변하는가?

5. 와인 양조에서 오크통이 사용되는 부분

6.  오크(new oak) vs 사용 오크(used oak)

7. 오크통 사이즈

8. 오크나무의 결(grain)

9. 오크나무의 종류와 원산지에 따른 차이


[루아르, 꿀레 드 쎄항(Coulée de Serrant) / credit; Coulée de Serrant]


5. 와인 양조에서 오크통이 사용되는 부분

오크통은 생각보다 와인 양조의 다양한 부분에 관여하고 있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기초적인 와인 양조 과정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레드 와인의 경우 먼저 수확한 포도를 양조장으로 가져와 선별 과정을 거친다. 그 뒤 포도 껍질을 파쇄하여 발효조로 옮긴다. 발효조로 옮겨진 포도는 무게 때문에 주스가 자연스럽게 빠져나오게 된다. 이후 포도 주스와 껍질을 함께 두고 효모를 첨가하여 발효를 시작한다. 발효 전/후에 부드러운 색상과 타닌 추출을 위해 껍질을 담가두는 침용 과정을 거친다. 그 뒤 일정 기간 숙성을 거친 뒤 병입하여 출시한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포도 수확과 선별 과정을 거친 뒤 바로 압착기에서 압착을 통해 맑은 주스를 얻는다. 이 맑은 주스에 효모를 첨가해 발효를 시작하고 침용 없이 일정 기간 숙성을 거친 뒤 병입하여 출시한다. 이제 각 양조과정에서 오크통이 어떻게 관여를 하고 그로 인해 와인 풍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자.


5.1. 발효 과정에서의 오크통 사용

‘오크통 발효는 더 풍성하고 숙성 잠재력이 긴 샴페인을 만들어낸다.’

- 쥘리 카빌(Julie Cavil), 크룩(Krug) 와인 메이커


발효는 효모가 포도 주스에 있는 포도당을 먹고 알코올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이때 알코올과 함께 열기가 발생되고 이를 관리하기는 까다로운 편이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온도 조절이 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를 사용하지만 오크나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발효를 오크통에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흔히 바닐라 풍미를 더 부여하기 위함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전 편에서 설명했듯 발효 과정에서 효모가 바닐린(vanillin) 성분을 만나면 아로마가 없는 바닐릴 알코올(vanillyl alcohol)로 변화시키기에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발효할 때 발생하는 열이 오크 풍미를 더 가져온다고 하지만 아직 상관관계가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오크나무의 특성상 산소와의 교환 반응이 있고 이 때문에 엘라지타닌 추출을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산소는 효모가 더 많은 작용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높은 알코올을 만들며 산화를 억제하고 나무에서 풍미 화합물들을 추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효모가 죽은 뒤에는 다당류를 뱉어내 엘라지타닌의 씁쓸함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고 복합적인 풍미를 부여한다. 엘라지타닌이 알코올이 있는 상황에서 산소와 접촉하면 디에틸아세탈(diethyl acetal)을 만들어내 향긋한 풍미를 만들어낸다.


관능적으로 살펴봤을 때 오크통에 숙성만을 진행했을 때 보다 결국 더 ‘조화로운’ 오크 풍미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와인 메이커들이 발효 과정에서 오크통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 최고의 쿠퍼라고 불리는 따항쏘(Taransaud)는 런던에서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들이 참가한 세미나를 진행하여 큰 오크 발효조를 통해 알코올 발효 시 스테인리스 스틸이나 콘크리트 발효조에 비해 좋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테이스팅을 통해 보이기도 했다.


[스페인, 쿠네 와이너리 발효통 / credit; 아영FBC]


이외에 레드 와인 발효 시 오크를 접촉시키는 이유는 풍성한 미드 팔렛 질감과 색상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진행된다. 리오하의 쿠네(Cune), 임페리얼(Imperial) 와인으로 유명한 CVNE 그룹의 테크니컬 디렉터 마리아 라레아(María Larrea)는 “오크통 내에서 산소 교환이 큰 장점으로 타닌과 색을 만들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병입 후 오랜 기간 숙성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라고 언급했다. 쌩떼밀리옹의 떼르뜨르-호뜨뵈프(Tertre-Rôteboeuf)의 와인 메이커이자 오너인 프랑수아 미차빌(François Mitjavile)은 “오크통에서 발효와 숙성을 하는 목표는 산소를 다뤄 와인의 구조감을 정제하고 세련되게 만드는 것이며 동시에 아로마 풍미를 발전시키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레드 와인 발효에 오크를 접촉하는 것은 온도 조절의 어려움, 지속적인 관찰, 세척의 불편함 등 노동집약적이며 번거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식이지만 풍미 개선 효과로 일부 와이너리에서 환영받고 있는 양조 방식이다.


[보르도, 샤또 마르키 달렘, 엉또나주 작업 / credit; Daniel Oh 2018]


5.2. 오크통 숙성


5.2.1. 오크통 블렌딩

와이너리들의 오크통 구입 단계에서부터 복합미를 추구한다. 일반적으로 단일 쿠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적게는 3-4개에서 많게는 20가지 쿠퍼에서 몇 가지 토스팅 수준의 오크통을 구입한다. 보르도의 샤또 앙글뤼데(Château Angludet) 와인 메이커 벤자민 시셸(Benjamin Sichel)은 “마리아주(mariage)의 마법은 일반적으로 여러 쿠퍼와 함께 했을 때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각 쿠퍼 별로 선정하는 나무의 품질이 다르며 시즈닝 환경, 토스팅 수준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5.2.2. 오크통 세척

새 오크통은 간단하게 물로만 세척 과정을 거치고 건조한 후 사용한다. 기존에 사용하던 오크통은 보다 복잡한 세척 과정을 거치는데 물과 증기를 이용해 내부를 세척한 뒤 고체 이산화황을 태워 내부를 소독한 후 건조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원하지 않는 미생물이 와인에 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5.2.3. 엉또나주

오크통이 준비되면 발효와 침용이 끝난 와인을 오크통에 넣어주는 작업(프랑스어로 엉또나주(Entonnage))을 진행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오크통 끝까지 채워 산소가 접촉할 공간을 주지 않아야 하며 넘쳐서도 안된다. 넘칠 경우 와인이 묻은 오크통 표면에 곰팡이나 원치 않는 미생물이 자라 와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5.2.4. 젖산 발효

오크통에 와인을 채운 뒤 2차 발효라고 할 수 있는 젖산 발효(MLF; Malolactic Fermentation)에 들어간다(와인메이커의 의도에 따라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많음). 젖산 발효는 일반적으로 오크통에 와인을 채운 채로 진행되며 이를 위해 숙성고 실내 온도를 올려 효모가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젖산 발효는 와인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여 어렸을 때부터 와인을 매력적이게 만든다. 더 정확히는 젖산 발효는 사과산(malic acid)을 젖산(lactic acid)으로 바꿔주며 산도를 낮춰줌과 동시에 후각에 영향을 미치는 화합물 생성으로 아로마와 풍미 복합성을 진작시켜준다. 오크통은 미세 산화를 일으켜 색상 안정화와 휘발성, 비휘발성 화합물을 공급해 줘 더 좋은 발효 환경을 만들어준다.


5.2.5. 우이야주

오크통은 숙성 기간 동안 와인을 흡수하는데 새 오크통에 가까울수록 더 많은 양을 흡수한다. 이때 기간이 길어질수록 오크통에 침투하는 와인의 층이 더 깊어지고 각 층에 따라 오크는 다른 화합물을 와인에 부여하여 결과적으로 복합적인 풍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새 오크통이 더 많은 양을 흡수하는 이유는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기에 기공이 더 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용한 오크통은 이미 여러 해 사용하며 교환 작업을 거치며 기공이 작아진다. 오크통이 와인을 흡수하는 바람에 오크통 내부에는 빈 공간이 생기고 이 때문에 산화의 위험이 생긴다. 이때 산화 방지 목적으로 이산화황을 넣으면 안 되는데 그 이유는 젖산 발효가 일어나는 중에 이산화황을 넣는다면 모든 효모 활동이 그대로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자연적으로 산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계속해서 오크통에 와인을 채우는 작업을 해주는데 이를 프랑스어로는 우이야주(Ouillage), 영어로는 토핑-업(Topping-up)이라고 한다.


5.2.6. 숙성

젖산 발효가 끝난 뒤 와인의 종류에 따라, 와이너리에 따라 정해진 기간 동안 본격적인 숙성 과정에 들어간다. 숙성 기간은 지역의 법률, 원하는 스타일, 빈티지의 품질과 와인메이커의 직관에 의해 결정된다. 이탈리아 바롤로와 같은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명을 표기한 라벨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숙성 기한(38개월 숙성 중 최소 18개월 배럴 숙성)이 존재한다. 일부 생산자들은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더 긴 오크 숙성을 선택할 수도 있고, 특정 빈티지에는 거친 타닌이 발견되어 더 긴 배럴 숙성을 통해 이 타닌을 부드럽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5.2.7. 리 숙성, 바또나주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와인에는 효모 부산물들이 남아있고 이를 리(lee(영문 표기), lie(불문 표기))라고 부른다. 리의 존재는 오크와 함께 더 복합적인 풍미를 와인에 부여해 주는 역할을 한다. “리는 산소를 먹어치우며 와인의 발효부터 숙성까지 와인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뫼르소의 라이징 스타인 삐에르 보아쏭(Pierre Boisson)의 말이다. 리의 효모 세포가 분해되며(자기분해(autolysis)라고 알려진 과정) 아미노산이나 다당류 등 와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질들을 생성해 풍미와 질감을 발전시킨다. 또한 중요한 항산화 역할을 하는 글루타티온(glutathione)도 생성해낸다. 부르고뉴의 장-프랑수아 꼬슈-뒤리(Jean-François Coche-Dury) 역시 와인과 리 간의 내밀한 접촉이 품질을 좌우하는 주요한 요소라는 것에 동의한다. “리 숙성 과정에서 와인은 힘과 구조감, 근육과 힘줄을 얻는다고 봐야 하며 더 길게 숙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부여해 준다”라고 장-프랑수아는 말한다.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프랑스어로 바또나주(bâtonnage)라고 하는 작업을 한다. 와인을 ‘저어주는’ 작업인데 와인과 리의 접촉을 더 많이 일으켜주는 작업이다. 전통적으로는 막대기를 오크통 마개 구멍으로 집어넣어 수차례 저어 아래에 깔려있는 리를 떠오르게 한다. 샹파뉴 지방과 부르고뉴 지방에서 주로 화이트 와인에 사용하는 양조 방식이다.


5.2.8. 랙킹

더 이상 바또나주를 통해 풍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이 깨끗한 와인만을 보관해야 될 때가 오면 오크통에서 와인을 리 로부터 분리하는 작업을 해준다. 이를 영어로는 랙킹(racking), 프랑스어로는 수띠하주(soutirage)라고 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오크통 헤드의 아랫부분에 구멍을 뚫고 꼭지를 달아 와인을 빼낸다. 바닥에 다다를 때쯤 촛불을 대고 와인잔에 담아 리가 같이 빠져나오는지 계속 확인하며 깨끗한 주스만 분리해낸다. 이후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 오크통 간 블렌딩을 하고 병입을 하며 와인 양조과정은 끝이 난다. 이렇듯 오크통은 와인 양조 과정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특히 숙성 과정에서 여러 단계에서 사용하는 용기이다.


[새 오크통(좌)과 사용 오크통(우) / credit: Daniel Oh 2018]


6. 새 오크통과 사용 오크통의 비교

오크통을 사용해 발효와 숙성을 했다고 했을 때 항상 따라붙는 궁금증이 있다. 새(new) 오크통와 사용(used) 오크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르고뉴 와인의 경우 가장 높은 그랑 크뤼(Grand cru) 밭은 주로 50-100% 새 오크통를 사용하며 가장 낮은 레지오날(Régionale) 등급으로 갈수록 새 오크통의 비중이 줄어든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용 오크통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용 오크통은 몇 번까지 사용할 수 있는가? 정해진 횟수를 넘겨서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가? 다 쓴 오크통은 어떻게 되는가?


           [샹베르땅 그랑 크뤼의 주요 10개 생산자 새 오크통 사용 비율 표 / credit; Daniel Oh 2021]


6.1. 새 오크통의 영향

도멘 뒤작(Domaine Dujac)의 제레미 세이쓰(Jeremy Seysses)는 “새 오크통을 사용했을 때 맛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 선호하는 편이다. 오크 풍미가 와인을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고 구조감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재사용 오크통은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특징을 가지며 새 오크통과는 다른 영향을 와인에 미친다”라고 말했다. 새 오크통 100%를 사용하여 숙성한 와인이 있다면 그 와인은 아주 두껍고 풍성하며 스파이시하고 당연하게도 ‘오키(oaky)’한 와인일 것이다. 그만큼 와인은 배럴로부터 이러한 풍미들을 아주 빠르게 추출해낸다. 새 오크통을 사용했을 때는 페놀 화합물과 엘라지타닌이 와인에 전이되는 비율이 높고 특히 어떤 품종의 오크나무를 썼는지, 어떤 결의 나무를 사용했는지, 토스팅을 얼마나 했는지에 따라 와인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


와인호그(www.winehog.org) 블로그를 운영하는 스틴 오맨(Steen Öhman)은 2016년에 ‘새 오크통의 영향’이라는 글을 썼다. 이 글에서 스틴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낮은 비율의 새 오크통 사용으로도 확실한 오크 풍미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가 방문했던 와이너리에서는 2개 쿠퍼의 오크통을 사용해 숙성했는데 이 중 새 오크통의 비중은 30%에 불과했다. 즉 한 개 쿠퍼의 새 오크통은 전체의 15%만을 차지했다는 뜻이다. 이 두 개의 쿠퍼에서 만든 오크통에서 숙성한 와인은 각기 특성이 달랐는데 a라는 쿠퍼는 구조감과 타닌감을 주로 형성했고 b라는 쿠퍼가 만든 통에서는  토스트 풍미가 뚜렷하게 느껴졌다. b의 비중은 전체의 15%에 불과했지만 병입 한 와인에서 충분히 토스트 풍미가 짙게 느껴졌다고 블로그에 기술했다. 또한 아펠라씨옹 별로도 다르게 나타났는데 샹볼 뮈지니(Chambolle-Musigny) 마을의 와인은 적은 비율의 새 오크통을 사용하더라도 와인이 어렸을 때 토스트 풍미 등에 강하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기술했다.


6.2. 사용 오크통의 영향

오크통은 마치 티백과 같아 사용하면 할수록 풍미가 줄어든다. 오크통이 평생 부여할 수 있는 풍미의 양을 100이라고 한다면 새 오크통은 일반적으로 70만큼의 풍미를 부여하며, 한 번이라도 사용한 오크통의 경우 이 수치가 눈에 띄게 감소한다. 오크통을 사용할수록 페놀 화합물과 엘라지타닌이 추출되는 양 자체가 적어져 와인에 적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산화가 더 많이 일어나며 이는 색상의 변형을 가져온다. 그렇다면 이렇게 기능을 잃어버린 사용 오크통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와인 메이커가 순수한 과일 아로마를 더 강조하고 싶다면 새 오크통을 100%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고품질 와인 생산자들 대부분은 오크 풍미가 와인을 덮어버리는 것을 경계한다. 심하게는 오크로 ‘떡칠한’ 와인을 만들 거면 뭐 하러 밭에서 그렇게 힘든 노력을 기울이겠냐는 생산자도 있다. 물론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나 콘크리트와 같은 비활성 용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오크통을 사용하는 장점은 산소와의 교환 작용에서 온다. 즉, 사용 오크통를 사용할 경우 새 오크통에 비해 ‘오키’한 풍미를 덜 줄 수 있고 산소와의 교환 작용으로 인해 타닌을 부드럽게 바꿀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질감을 더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데 사용 오크통에서 발효를 할 경우 질감과 바디감을 보강하고 숙성 시 더 조화로운 오크 풍미까지 느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또한 사용 오크통을 사용했다는 말은 여러 번 와인이 담기며 오크통 내벽에 타르타르산이 쌓여 더 깊은 풍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 오크는 동일 품종이나 동일 와인 종류를 다시 담는데 사용한다. 예를 들어 그랑 크뤼를 숙성한 오크통에 그 다음 해에 레지오날 와인을 숙성하진 않는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가 존재하는 데 예를 들어 꽃 풍미를 부여하기 위해 비오니에(Viognier)나 샤르도네(Chardonnay)를 숙성한 통에 시라(Syrah)를 담기도 하는 식이다. 특히 화이트 와인만을 숙성하던 통에 레드 와인을 담아 숙성할 경우 그전까지 오크통에 남아있던 리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사용 오크통은 몇 번까지 사용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와인 메이커의 의도에 따라 달라진다. 필자가 근무했던 보르도의 샤또 마르키 달렘(Château Marquis d’Alesme)의 경우 새 오크통, 1년 사용 오크통, 2년 사용 오크통까지만 사용했다. 다른 이웃 와이너리들도 최대 3년 사용 오크통까지만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4년 정도 사용하면 와인에 풍미를 더하는 기능은 모두 상실했다고 본다. 예외가 있는데 도수가 높은 주정강화 와인들과 더 오래 숙성하는 바롤로와 같은 와인들, 그리고 와이너리의 판단으로 더 오래 숙성하는 경우이다(스페인의 마르께스 데 무리에타(Marqués de Murrieta)의 까스띠요 이가이(Castillo Ygay) 블랑코의 경우 20년 이상 오크 숙성을 거친 후 출시된다).


의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어쨌든 4년 이후부터는 와인에 풍미를 부여하는 역할은 더 이상 할 수 없는 오크통이 된다. 그렇다면 생명을 다 한 오크통은 어떻게 되는 걸까? 장식용 가구로 가공되어 새 삶을 찾기도 하고 쉐리, 포트와 같이 주정강화 와인을 숙성하던 통들은 특히 위스키나 럼 생산자들이 마지막 숙성 기간에 향을 입히는 ‘피니시’ 용으로 사용하는 수요가 높다. 최근에는 다른 와인 통으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럼 생산자들이 바롤로와 소테른 오크통을 사용하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스카치 위스키의 경우 이미 버번이나 쉐리를 숙성한 통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때 와인과 마찬가지로 풍미를 부여하는 기능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오랜 기간 숙성을 거치며 산소와 많은 접촉을 통해 알코올에서 오는 스파이시함을 줄여 부드럽고 균형이 잘 잡힌 위스키로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북부 론, 마크 쏘렐(Marc Sorrel) 와이너리 / credit; Jeff. E. Kwak 2018]


6.3. 탈 새 오크통 물결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쎄 3등급 와이너리인 샤또 라그랑주(Château Lagrange)의 디렉터, 마튜 보르드(Matthieu Bordes)는 “1983년부터 그랑 방(grand vin)인 라그랑주는 50% 새 오크통에 20개월 숙성, 세컨드 와인인 레 피에프 드 라그랑주(Les Fiefs de Lgrange)는 20% 새 오크통에 14개월 숙성 해왔다.”라고 말했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보르도에서 만들어진 와인을 두고 200% 새 오크통에 숙성한 와인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 사이 만들어진 와인은 산화가 많이 진행되었고 건조하며 지쳐있다. 와인메이커들은 이러한 모습에서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경향은 호주의 바로사 쉬라즈 와인을 생산하는 메이커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키한 쉬라즈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점차 새 오크통 비중을 줄여나가며 과실 풍미를 강조하는 와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80년대 프랑스의 품종과 바리끄(barrique; 보르도 배럴로 불리며 225리터 오크통)를 가져와 숙성하던 이탈리아도 최근에는 오크통이 아닌 다른 용기에 숙성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감지되는데 비냐 톤도니아(Vina Tondonia)의 오너 마리아 호세(Maria José)는 “새 오크통은 스페인 와인 양조계에 너무 많은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오크통은 전통적으로 와인을 담는 용기였지 양조의 도구가 아니었다. 오크는 와인 생산에 부차적인 요소로 남아 와인을 안정화시켜주는 목적으로 사용해야지 아로마나 풍미를 부여해 과실 풍미와 떼루아 특징을 가리는 목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CVNE의 대표 빅토르 우루티아(Victor Urrutia)는 “유행은 항상 우리 편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수년간 우리는 유행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서야 전통이 다시 트렌드가 되었고 우리는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우리는 19세기부터 와인을 사용 오크통에 아주 길게 숙성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과도한 오크 풍미 와인에 지쳐있고 우리와 같은 스타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새 오크통에 미쳐있던 스페인 와인 양조 트렌드는 이제 끝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와 반대되는 의견도 있는데 남아공의 콘스탄티아 글렌(Constantia Glen)의 와인 메이커인 저스틴 판 위크(Justin Van Wyk)는 새 오크통을 적절하게만 사용한다면 고품질 와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새 오크통 사용의 감소와 더불어 와인 메이커들이 배럴 숙성을 더 똑똑하게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와인은 쉽게 오크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오크의 문제가 아니라 품종에 맞지 않는 배럴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메를로는 한 번 사용한 오크통에 적합하며 까베르네 소비뇽과 쁘띠 베르도는 새 오크통에 숙성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자연 시즈닝 과정을 3-4년 거친 결이 아주 촘촘한 오크나무로 쿠퍼에서 풍미 영향이 적은 방식으로 토스팅 한 오크통을 사용한다면 새 오크통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최근 오크통을 만들 때 낮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골고루 토스팅하며 태우거나 나무의 색을 변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푸르푸랄(furfural) 화합물의 태운 듯한 풍미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이다. 마튜 보르드 또한 “일부 100% 새 오크통으로 숙성한 와인이 몇 년이 지난 후에 아주 균형이 잘 잡힌 경우를 볼 수 있다. 때문에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자신에 맞는 오크통을 선택해야지 모두에게 균일하게 적용되는 황금 레시피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 참고문헌

1. Anne Krebiehl MW. How Does Oak Really Affect Wine? https://www.winemag.com/2017/05/02/how-does-oak-really-affect-wine/ 2017

2. Jamie Goode. Is Oak Over? https://vinepair.com/articles/how-oak-affects-wine-trends/ 2019

3. Tom Jarvis and Wine-Searcher staff. The Ultimate Guide to Oak in Winemaking. https://www.wine-searcher.com/m/2017/05/the-ultimate-guide-to-oak-in-winemaking / 2017

4. Jancis Robinson. Oak - its uses and abuses https://www.jancisrobinson.com/articles/oak-its-uses-and-abuses / 2004

5. William Kelly(Decanter). Oak barrels : What they do to wine. https://www.decanter.com/learn/oak-barrels-335990/ 2016

6. Isabel Revilla, Maria Luisa González-SanJosé. Effect of different oak woods on aged wine color and anthocyanin composition / 2001

7. Types of casks https://www.whisky.com/information/knowledge/production/background-knowledge/types-of-whisky-casks.html

8. Steen Ohman. Burgundy complexities – The influence of new oak. https://winehog.org/burgundy-complexities-influence-new-oak-28681/ 2016

9. Sebastián Giraldo(Taste Hungary). Understanding Hungarian Oak. https://tastehungary.com/journal/understanding-hungarian-oak/ 2020

프로필이미지오동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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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1.10.12 10:00수정 2021.11.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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