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3. 오크통 제작 과정
4. 오크나무에 숙성한 와인의 색과 맛은 왜 변하는가?
6. 새 오크(new oak) vs 사용 오크(used oak)
7. 오크통 사이즈
8. 오크나무의 결(grain)
7. 오크통 사이즈에 따른 이름과 와인에 미치는 영향
전 편 기사에서 와인 메이커들은 자신들이 만들 와인에 목적에 맞춰 새 오크통과 사용 오크통을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와인 메이커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오크통 사이즈이다. 보르도에서 사용하는 통은 225리터, 부르고뉴는 228리터가 기본이지만 와이너리에 실제로 가본다면 그보다 훨씬 큰 오크통이 있기도 하고 실내 장식으로 쓰일 것 같은 아주 작은 오크통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편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사이즈의 오크통들이 각각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그리고 어떠한 양조 목적을 가지고 이러한 통들을 선택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7.1. 사이즈 별 이름
7.2. 사이즈가 와인에 미치는 영향
일반적인 배럴을 얘기할 때 우리는 보르도에서 사용하는 225리터 바리끄를 기준으로 둔다. 바리끄의 경우 전형적인 길이는 95cm, 헤드의 지름은 56cm, 일반적인 나무 판의 두께는 27mm를 보인다. 몸통에 설치하는 테(hoop)의 개수는 6개나 8개이며 마개 구멍의 지름은 50mm 정도이다. 전형적인 배럴의 무게는 50kg이고 와인을 가득 채웠을 때 무게는 275kg이다.
오크통의 사이즈는 와인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더 작은 크기일수록 더 강한 오크 풍미를 부여한다. 그 이유는 작은 통이 용량 대비 더 많은 오크 접촉 표면적을 갖기 때문이다. 더 많이 접촉할수록 와인에 부여하는 화합물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더 많은 오크 풍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500리터 펀천은 225리터 바리끄에 비해 33% 적은 접촉 면적을 보인다. 또한 더 큰 배럴일수록 나무 판의 두께가 두꺼워 외부 온도 차단 효과가 뛰어나고 산소 투과율이 낮다.
와인 메이커들은 바닐린(vanillin)이나 과이어콜(guaiacol) 화합물로 인해 과실 풍미를 가리는 것을 피하고자 사용 오크를 사용하기도 하고 큰 사이즈의 통을 사용하기도 한다. 큰 통일수록 더 수명이 긴데 이는 우선 접촉 면적이 적어 추출이 적게 일어나는 게 첫 번째 이유이다. 또한 큰 통에 보관하는 목적이 풍미 변화보단 오랜 기간 산소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타닌을 부드럽게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푸드르나 보티와 같은 크기의 통은 일반적으로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50년까지도 사용한다고 한다.
많은 와이너리들이 다양한 크기의 통을 목적에 맞게 사용한다. 예를 들면 프랑스 남서부 마디랑(Madiran) 지역의 샤또 몽투스(Château Montus)는 일반 레드 와인 숙성은 바리끄에 숙성하지만 XL이라는 40개월을 숙성하는 뀌베는 오랜 기간 서서히 타닌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드미-뮈 오크통과 보티에 숙성한 와인을 블렌딩하여 풍미와 미감에서 복합미를 더한다. 샴페인 지방에서도 앙리 지로(Henri Giraud)는 비교적 작은 배럴을 사용하고 자크쏭(Jacquesson)은 큰 크기의 푸드르 통을 사용해 숙성한다.
가장 큰 용량의 통으로는 피레네(Pyrénées) 튀흐(Thuir)에 있는 메종 비흐(maison Byrrh)가 만든 통으로 10,000헥토리터, 즉 1백만 리터가 넘는 통이 있다. 또한 샴페인의 유젠느 메르시에르(Eugène Mercier)의 20톤의 푸드르도 있다. 이를 만들기 위해 헝가리 오크 150그루가 사용되었다. 유젠느는 1889년 만국박람회에 이 통을 전시하기 위해 열두 쌍의 소로 에뻬흐네(Épernay)에서 파리로 끌고 왔다고 한다.
8. 오크나무의 결
오크는 품종의 차이, 원산지의 차이, 크기, 사용 연한, 제조 과정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부여하는 풍미가 조금씩 달라진다. 최근 ‘결(grain)’의 차이 또한 와인에 다른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결의 차이. 위쪽이 굵은 결, 아래쪽이 촘촘한 결 / credit: Taransaud]
결은 나무가 자라며 생기는 평균 나이테의 넓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나무는 심재(heartwood)에서부터 껍질까지 매년 껍질 안쪽에 새로운 층을 만든다. 이때 매년 생기는 부분을 형성층(cambium), 나이테라고 부른다. 결은 나무가 자라며 매년 축적되는 나이테의 총합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넓은(coarse)’ 결과 ‘촘촘한(fine/tight)’ 결로 구분된다. 프랑스 대표 쿠퍼 따항소(Taransaud)가 속해있는 배럴 생산자 연합, 쉔 에 씨(Chêne et Cie)는 촘촘한 결은 나이테당 평균 3mm 미만으로 정의하며 그보다 큰 수치는 넓은 결이라고 분류한다. 아메리칸 오크(퀘르쿠스 알바(Quercus alba))는 전형적으로 프렌치 오크(퀘르쿠스 페트라에아(Quercus petraea), 퀘르쿠스 로부르(Quercus robur))보다 더 빨리 자라기 때문에 더 넓은 결 간격을 보인다.
[결은 나이테의 총합 / credit: Taransaud]
[넓은 결과 촘촘한 결의 차이 / credit: Taransaud]
오크 배럴에 와인을 숙성하는 동안 나무와 와인의 복합적인 교환 과정이 일어나는데 이를 3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오크의 몇몇 아로마 화합물이 와인으로 전이된다.
2. 오크 타닌의 도움으로 구조감과 질감을 완성해간다.
3. 와인이 천천히 산화를 하는 환경을 만들어 균형감이 개선된다.
결의 넓이에 따라 위 3가지 활동에 차이를 보인다. 쉔 에 씨의 연구 결과 촘촘한 결이 더 많은 아로마 화합물을 전이하며 넓은 결은 더 많은 타닌을 부여한다는 점이 나타났다. 더 구체적으로는 촘촘한 결이 넓은 결 보다 유게놀(eugenol), 위스키 락톤(whisky lactone) 등 더 많은 아로마 화합물을 부여했으며 넓은 결이 더 많은 엘라지타닌(ellagitannin)을 부여했다.
[결의 차이에 따른 화합물 및 엘라지타닌 차이 / credit: Taransaud]
결은 또한 토스팅에서의 차이를 가져온다. 오크통 제작 과정 중 토스팅으로 인해 생성되는 첫 번째 층에서는 과이어콜이 검출되며 와인 숙성 후 75일에 이 성분이 정점을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촘촘하고 넓은 결 모두에서 나타나지만 넓은 결에서 특히 함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넓은 결의 나무가 더 많은 섬유질 성분과 셀룰로스를 지녔고 토스팅 과정에서 셀룰로스가 열에 의해 파괴되어 형성되는 과이어콜 분자가 더 많이 검출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형성된 층에서는 바닐린의 풍미를 부여하는데 이는 결의 크기에 따른 영향이 적은 편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신선한 오크나 향신료와 같은 아로마가 주로 나타나는 세 번째 층의 영향은 촘촘한 결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닌과의 관계에서는 시간이 지나며 넓은 결이 촘촘한 결보다 더 많은 엘라지타닌을 와인에 부여한다고 밝혔다. 엘라지타닌은 1-8개월 사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다가 8-9개월 차에 떨어지며 타닌이 부드러워지는 효과를 보였다. 이 연질화(softening)는 중합반응(polymerization), 산화, 침전 등 여러 반응에 의해 이뤄진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중합반응으로 포도 타닌의 폴리페놀이 오크의 엘라지타닌과 결합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결합 과정에서 오크 타닌 성분이 포도의 타닌을 부드럽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와인 타닌의 수렴성은 감소한다.
새롭게 형성되는 타닌 화합물 계열은 또한 중합 과정에서 만들어지는데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아큐티시민 A(Acutissimin A; C56H38O31)’라고 하는 화합물이다. 포도의 폴리페놀(플라보노이드(flavonoid))과 오크의 엘라지타닌(베스칼라진(vescalagin))이 결합되어 생성되는 분자이다. 2003년에 과학자들은 레드 와인을 오크통에 숙성 시켰을 때 플라보노-엘라지타닌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와인이나 오크에 따로 존재하지 않는 분자였다는 것 또한 밝혀냈다. 이 아큐티시민 A는 높은 항암 효과를 지닌 화합물로 이 발견을 통해 프랑스 쿠퍼들이 역사적으로 프렌치 패러독스 현상(프랑스인들이 고지방 식을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심장병에 덜 걸리는 현상으로 레드 와인이 주요한 요인으로 손꼽혀왔다)에 자연스럽게 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래 표를 통해 숙성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큐티시민 A의 함량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큐티시민 A 화합물 / credit: Taransaud]
* 참고문헌
1. Simon Difford. Casks - barrel, butt, puncheon, pipe, barrique, hogshead. https://www.diffordsguide.com/encyclopedia/481/bws/casks-barrel-butt-punchon-pipe-barriquehogs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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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ntenants et Mesures dans les régions de France “Alsace”
6. Anne Krebiehl MW. How Does Oak Really Affect Wine? https://www.winemag.com/2017/05/02/how-does-oak-really-affect-wine/ 2017
7. Tom Jarvis and Wine-Searcher staff. The Ultimate Guide to Oak in Winemaking. https://www.wine-searcher.com/m/2017/05/the-ultimate-guide-to-oak-in-winemaking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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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Julien Miquel. Anatomy of a Wine Barrel: Parts, Sizes, Infographic. http://socialvignerons.com/2016/06/27/anatomy-of-a-wine-barrel-parts-sizes-infographic/ 2016
10. Caroline Davis. Wine production: Barrel selections for your wine. https://gravitywinehouse.com/blog/wine-production-barrels-selection-wood-grain/ 2019
11. Guillaume de Pracomtal et al. Tools to manage élevage : barrel grain analyzed over time. / 2014
12. La Chablisienne. Feuillette. http://chablisienne-com.blogspirit.com/index-7.html
13. Marc Jonas. Maturation of wine in Foudre. http://www.chemins-vignerons.com/english/274/ 2012
14. Huon Hooke. In Praise of Barolo’s Big Botti. https://www.therealreview.com/2011/08/01/in-praise-of-barolos-big-botti/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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