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2. 오크나무 및 오크통 해부학
3. 오크통 제작 과정
4. 오크나무에 숙성한 와인의 색과 맛은 왜 변하는가?
6. 새 오크(new oak) vs 사용 오크(used oak)
7. 오크통 사이즈
[와인이 들어있는 오크 배럴, 산 호세 드 과달루프 1904 ,Credit: C.C.Pierce]
1. 와인 보관과 숙성, 오크 배럴의 역사
오랜 역사를 지닌 와인만큼이나 보존과 숙성 또한 다양한 문화권에서 수천 년간 유지, 발전되어 왔다. 고고학적인 발견에 따르면 최초의 와인 생산은 기원전 5400년경, 그리고 와인을 운송하기 위한 용기인 점토로 만든 앙포라(amphora)가 처음 등장한 것은 기원전 2000년경 이었다. 저렴하고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운송 시 무겁고 깨지기 쉬운 문제가 있었다.
나무 배럴이 처음 등장한 곳은 그리스인들의 기록으로 당시 이들은 와인을 야자나무로 만든 통에 담아 유프라테스 강을 통해 운송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로마 제국은 야자나무가 잘 휘지 않아 생산이 어려운 탓에 여전히 앙포라를 사용하고 있었다.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가 남긴 갈리아 전기(The Gallic Wars; 기원전 51년)에는 로마 군이 골 족을 정복할 때 피치(pitch; 원유, 콜타르 등을 증류시킨 뒤 남는 검은 찌꺼기)와 기름이 가득 찬(초기 단계의 폭탄) 나무 통으로 무장한 군과 맞닥뜨렸다고 나와있다. 이 나무 배럴들은 “쿠페(cupae)”라고 불렸고 오늘날 나무 배럴 생산자를 부르는 이름, ‘쿠퍼(cooper)’의 기원이 되었다. 또한 기원후 79년에 별세한 작가인 가이우스 필리니우스 세쿤두스(Gaius Pilinius Secundus)는 골 족이 와인과 맥주를 금속으로 된 둥근 테(hoop)로 고정한 오크나무로 된 배럴에 운송하고 있었다고 기록했다. 아마도 골 족과의 전투 이후에 로마인들은 앙포라보다 나무 배럴이 와인을 보관하기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였고 잘 휘지 않는 야자나무 대신 서유럽에 널리 퍼져있고 생산성이 높은 오크나무로 배럴을 만들어 기름과 와인을 포함한 모든 음료를 저장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인과 와인 생산자, 그리고 군인들은 와인이 오크에 담긴 채 오래 여행을 하면 더 부드러워지며 과일 이외에 정향(clove), 시나몬, 올스파이스(allspice), 바닐라 등의 풍미가 생기며 마시고 난 뒤에 캐러멜, 버터 등의 풍미도 느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풍미 변화는 모든 이들에게 환영받았고 의도적으로 나무에 숙성을 시키는 생산자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5세기부터는 나무 저장 용기를 가리키는 ‘배럴(barrel)’이라는 단어가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중세 라틴어로 작은 통을 의미하는 바리클루스(barriclus)에서 고대 프랑스어 바힐(baril)로 변형되고 중세 영어 배럴로 바뀌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출처: Oxford Language)).
오크 배럴은 그 후 와인을 숙성하는 용기로 사랑받아오다가 19세기와 20세기 초반,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가 등장하며 그 자리를 내주었다. 비용과 관리의 용이성 측면 때문에 오크 배럴은 역사에서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1970년대와 80년대에 와인 메이커들은 오크통의 모양과 종류, 만드는 방식에 따라 와인의 구조나 풍미가 바뀐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점차 많은 메이커들이 자신의 개성을 다양한 오크 배럴을 사용해 와인에 표현하기 시작했다. 1990년 대부터는 많은 과학적인 연구가 진행되었고 다양한 자료가 쏟아지며 다시 나무 배럴 사용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오크 배럴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는데 바로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의 등장 때문이었다. 와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로버트 파커는 100점 만점의 점수로 와인을 평가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알기 쉬운 점수 체계는 전 세계 와인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그의 영향력도 갈수록 커졌는데 로버트 파커가 고득점을 줬던 와인 중 다수는 새 오크통에 숙성한, 오크의 풍미가 지배적인 와인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와이너리들은 로버트 파커에게 고득점을 받기 위해 앞다투어 오크 배럴에 와인을 숙성한 뒤 출시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스페인의 라 리오하(La Rioja) 지역 와인의 경우 1983년에는 63개 와이너리가 배럴 숙성 와인을 생산했던 데 비해 2012년에는 386개로 증가했다. 판매 수치를 보면 2012년 판매된 와인 100병 중 배럴 숙성을 거치지 않은 와인은 45개, 숙성을 거친 와인이 55개로 과반수를 넘었다.
2010년대에는 탈 오크의 물결이 강했던 시기였다.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소믈리에들은 오크 풍미가 전면에 드러나는 와인을 멀리했다. 생산자들 또한 과한 오크 풍미가 결국에 과일을 가린다고 판단하여 오크의 영향이 덜한 푸드르(Foudres)나 보티(Botti)라고 불리는 1,000-5,000리터 용량의 거대한 사이즈의 용기를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콘크리트 탱크로 돌아가기도 하였으며 에그 시멘트, 테라코타(terracotta; 모양과 기원한 지역에 따라 앙포라(로마), 티나자스(tinajas; 스페인), 혹은 크베브리(qvevri; 조지아)) 도자기 등 다른 재질의 통에 숙성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도 2020년에 접어들면서는 다시 의구심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위의 숙성 용기들로 숙성한 와인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생산자들이 점토로 만든 숙성 용기가 너무 많은 공기의 유입을 허용하며 장기간 숙성했을 때 산화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생산자들은 품종이나 지역에 따라 잘 맞는 숙성 용기가 있으며 오크 또한 품종과 지역에 맞는 종류와 결, 사용 연한을 잘 맞춘다면 과일 풍미를 가리지 않고, 오크 풍미를 과하게 표현하지 않으며 최상의 상태로 숙성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다시금 오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여전히 오크나무가 주는 공기와의 접촉을 통한 탄닌을 부드럽게 만들고 질감을 변화시키며 다양한 화합물로 인해 풍미를 복합적으로 발전시키는 장점을 누릴 수 있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오크를 ‘잘' 쓰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비자들 또한 강한 오크 풍미에서 산도와 과실 풍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져 당분간 이러한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 Maria Carpena et al., Wine Aging Technology : Fundamental Role of Wood Barrels., 2020
* Ana Martínez-Gil et al., Different Woods in Cooperage for Oenology: A Review., 2018
* Gautier, J.F., Histoire et Actualité Du Tonneau., 2000
* Gautier, J.F., Le Tonneau à Travers Les â Ges., 2003
* Vivas, N.; Saint-Cricq de Gaulejac, N., The useful lifespan of new barrels and risk related to the use of old barrels. 1999
* Singleton, V.L., Le Stockage Des Vins En Barriques: Utilisation et Variables Significatives., 2000
* Jamie Goode., Is Oak Over? https://vinepair.com/articles/how-oak-affects-wine-trends/ 2019
* Rum Runner Press, Inc., The History and Science of the Barrel- Lesson 1: The Art of Cooperage., https://www.gotrum.com/the-rum-university/printed-courses/the-history-and-science-of-the-barrel-lesson---1:-the-art-of-cooperage/ 2012
[퀘르쿠스 로부르 credit: Rainer Knäpper, Free Art License]
2. 오크나무 및 오크통 해부학
2.1. 오크나무 개괄
오크나무는 전형적으로 높은 저항력, 신축성, 취급의 용이함, 그리고 다른 나무와는 달리 낮은 투과성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오늘날 오크나무가 알코올음료, 특히 와인을 숙성하는 배럴 제작 원료로 가장 선호된다. 오크나무는 퀘르쿠스(Quercus, 라틴어로 “오크나무”), 프로토발라누스(Protobalanus), 폰티카에(Ponticae), 비렌테스(Virentes), 로바테(Lobatae, 에리쓰로발라누스(Erythrobalanus)로도 알려져 있음) 속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 와인 양조에 사용하는 품종은 퀘르쿠스 속(genus)으로 유럽, 아시아, 북미에서 자라는 흰색 오크나무이다. 와인 숙성으로 퀘르쿠스 속의 오크나무를 사용하는 이유는 타일로시스(tylosis)가 풍성하고 이는 액체가 흐르지 않게 해주는 수밀성(watertightness)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레드 오크의 경우 다공성(porosity)이 높아 수밀성이 낮은 이유 때문에 액체 보관을 위한 목재로 적합하지 않아 배럴 생산에 사용하지 않는다. 퀘르쿠스는 백악기 후세에 북미와 아시아 대륙에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하지 않고 명확한 기록에 의하면 에오센(Eocene)기인 4500만 년 전에 존재했다고 한다.
퀘르쿠스 속에는 또한 여러 가지 종(species)이 있는데 그 수가 250가지가 넘는다. 물론 이 수치는 논란의 여지가 많아 어떤 연구자는 600종에 이른다고 하기도 한다. 퀘르쿠스 품종들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유럽에서부터 아프리카, 북미 태평양 연안까지 펼쳐져 있고 단일 국가로는 멕시코가 가장 다양한 품종을 보유하고 있다. 퀘르쿠스는 2가지 하부 분류로 구분되는데 사이클로발라놉시스(Cyclobalanopsis)와 유퀘르쿠스(Euquercus)이다. 사이클로발라놉시스는 열대 종류와 아시아, 말레이시아 종류를 포함하며 양조적인 용도로 배럴을 생산하지 않고 유퀘르쿠스를 양조 용도로 배럴로 제작한다. 비바스(Vivas)는 와인 양조에 주로 사용하는 퀘르쿠스 종을 아래와 같이 나열한다.
미국과 유럽 쿠퍼리지에서 사용
> 퀘르쿠스 알바(Quercus alba; 아메리칸 오크)
> 퀘르쿠스 가리야나(Quercus garryana)
> 퀘르쿠스 마크로카르파(Quercus macrocarpa)
> 퀘르쿠스 스텔라타(Quercus stellata)
유럽에서만 사용하는 품종
> 퀘르쿠스 쓰리스(Quercus cerris)
> 퀘르쿠스 수버(Quercus suber)
> 퀘르쿠스 코치페라(Quercus coccifera)
> 퀘르쿠스 라누기노즈(Quercus lanuginose)
> 퀘르쿠스 페트라에아(Quercus petraea; 프렌치 오크)
> 퀘르쿠스 로부르(Quercus robur; 프렌치 오크, 잉글리시 오크, 유러피안 오크)
이 중 밑줄 친 3가지 종을 와인 양조와 숙성에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오크는 주로 나무가 심긴 원산지에 따라 구분하는데 프렌치 오크(퀘르쿠스 페트라에아 혹은 세실 오크(sessile oak)), 잉글리시 오크나 유러피안 오크(퀘르쿠스 로부르 혹은 페둔큘레이트 오크(pedunculate oak), 프렌치 오크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리고 아메리칸 오크(퀘르쿠스 알바) 이렇게 3가지 원산지의 오크나무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2.2. 오크나무 단면도
오크나무는 위쪽으로 뻗어 자라는 성질을 지녀 촘촘한 기공을 만들어낸다. 와인 양조에 적합한 오크나무는 곧고 길게 뻗은 몸통에 가지들이 몸통 위로 높이 자라며 옹이가 없는 나무이다. 재식 밀도가 높은 숲에서 자란 오크나무가 높은 가치를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나무 주변의 덤불 등을 제거하여 좋은 광합성 환경을 만들어 오크나무의 품질을 더 높인다.
오크나무를 단면으로 보면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은 넓은 수맥 부분으로 목질부(xylem)라고 부른다. 와인 숙성에 다른 나무보다 오크나무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로 높은 방사조직(medullary ray) 비율이 있다. 이 방사조직은 바큇살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무와 나무껍질 사이에 물과 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오크로 만든 제품에 힘과 탄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낳는다. 와인 양조 목적으로 오크나무 배럴을 만들 때 시즈닝 과정에서 수분과 양분을 뿌리로부터 위쪽으로 이동시키는 수관(xylem vessels)을 말려 수밀성의 정도를 결정짓는데 필수적인 목당(xylose 크실로오스)을 형성한다. 또한, 타일로스(tyloses)라고 불리는 세포 무리가 있는데 이는 풍선처럼 세포에서 자라는 것으로 목질부의 구멍에 툭 튀어나와 물의 흐름을 막는 역할을 한다. 아메리칸 오크는 프렌치에 비해 타일로스 밀도가 높고 이는 방사조직과 수직으로 톱질하여 잘라도 수밀성이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메리칸 오크를 제외하고는 톱질로 나무 판을 잘라내면 물이 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생산 효율성으로 이어지는데 아메리칸 오크는 오크나무에서 50% 정도를 배럴로 만들 수 있지만 톱질로 자를 수 없는 프렌치 오크의 경우 그 비율이 20-25%로 급감한다. 이러한 차이점은 아메리칸 오크와 프렌치 오크 가격 차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2.3. 오크 배럴의 구성
l 헤드(Head) : 배럴의 위와 아래에 있는 납작하고 둥근 판. 일반적으로 쿠퍼의 로고와 가끔 와이너리의 로고가 찍히고 토스팅 수준이 기재된다.
l 테두리(Chime) : 배럴의 비스듬한 가장자리로 나무 판의 끝부분에 형성되어 있다.
l 나무 판(Stave) : 배럴의 몸체를 형성하는 나무의 가느다란 조각
l 테(Hoop) : 배럴을 감싸고 있는 금속 고리로 나무 판들을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6개 혹은 8개의 테가 배럴을 감싸게 되며 6개를 기준으로 가장 바깥쪽, 헤드 근처에 있는 테를 헤드 후프(head hoop)라고 하면 그 안쪽으로 쿼터 후프(quarter hoop), 배럴이 가장 넓은 부분에 있는 테를 빌지 후프(bilge hoop)라고 한다.
l 빌지(Bilge) : 배럴에서 가장 넓은 부분
l 마개 구멍(Bung hole) : 배럴의 나무 판 중 하나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와인을 채울 때 사용
l 마개(Bung) : 나무(전통)나 실리콘(모던) 스토퍼로 마개 구멍을 밀봉한다.
[오크 통의 각 구성 (credit: Daniel Oh, 2021)]
참고문헌
* Feuillat, F.; Keller, R. Variability of Oak Wood (Quercus Robur L., Quercus Petraea Liebl.) Anatomy relating to cask properties., 1997
* Ana Martínez-Gil et al., Different Woods in Cooperage for Oenology: A Review., 2018
* Vivas, N., Manual De Tonelería: Destinado A Usuarios De Toneles., 2005.
* Word on the grapevine., Oak in winemaking; dissecting the origin, selection and science of barrels., https://wordonthegrapevine.co.uk/oak-in-winemaking/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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